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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낯선 타인 - 나를 알기 위해 부모 공부를 시작합니다
양미영 지음 / 프롬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살면서 부모탓 안 해본 자식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지만.) 부모도 자식도 이번 생이 처음이기에 서로를 탓하게 될 때가 있다. 양미영 작가의 에세이 < 부모라는낯선타인 >은 부모를 ‘앎’으로써 진정한 정서적 독립을 꾀하는, 자라지 못한 우리를 위한 책이다.


나의 20대를 잡아먹은 것은 '도저히 해도 안될 것 같다'는 체념의 정서였다. 희망이 없다. 미래가 없다. 그래서 포기하다. ~ 도전하면 할수록, 공들인 만큼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p43)
처음엔 어떤 에세이고, 어떻게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을 펼칠까 궁금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에게서 내 과거가 보였다. 주변 어른들 말에 숨막혀서 질식할 것 같던 10대를 거치고 20대를 보내던 때를 떠올리니 희망도 미래도 없이 눈만 뜨고 있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트라우마가 많이 지워진 듯하지만 나한테 '간접'하는 사람들에게 종종 숨막힘을 느끼게 만든다.
사랑하지 않는 존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 부모는 내가 아닌 타인이다. 타인을 이해하다는 건 영원한 과정일 뿐, 결코 완결되지 않는 작업이다. (p21)
나를 알이 위해 부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론을 제시하진 않는다. 에세이답게 작가의 개인 경험이 일기처럼 이어지는데, 그 과정이 상처에서 회복 그리고 성숙과 사랑으로 나아가는 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나 또한 이전에 브런치를 할 때(지금은 탈퇴했지만) 부모님과의 이야기를 쭉 적으며 내면의 치유를 경험한 적이 있다. 자꾸 이상한 댓글이 달려서 브런치를 없애긴 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그때 기록을 없앤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숙과 자연 치유의 과정은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나 말 등으로 직면하고 받아들일 때 이루어지는 것 같다. 부모와의 관계, 가족 사이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부모라는 낯선 타인>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나와 부모를 공부하고 기록할 것인가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높은 수준의 기대와 열정은 나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엄마 자신을 향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엄마에게 나는 엄마가 살지 못했던 삶을 다시 살고 있는 또 다른 엄마 자신이었던 것이 아닐까. - P63
그러니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고, 너에게 모든 불행이 쏟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어른이 된 내가 너를 누구보다 애틋하게 사랑하고 있으니, 외로워하지 말라고. 어린 나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 P81
아픈 기억을 영구히 삭제할 수 없다면 차선을 택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보다는, 차근히 꺼내 다시 보고, 가지런히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 기억을 말하거나 글로 쓰면서 정리를 시작한다. - P167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한 살, 두 살 무렵 보았던 젊은 아빠의 즐거운 얼굴이 내 영혼 어딘가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시절의 아빠를 평생 그리워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 P180
눅눅하고 쓸쓸한 과거가 지금의 나라고 단정 지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그것은 ‘과거‘일 뿐 ‘내‘가 아니다. ~ 현재의 나를 방해하는 기억과 거리를 두면 된다. - P240
사랑하지 않는 존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 부모는 내가 아닌 타인이다. 타인을 이해하다는 건 영원한 과정일 뿐, 결코 완결되지 않는 작업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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