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 -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 내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이승재 옮김 / 더모던 / 2023년 3월
평점 :




고흐는 누구?
-인상주의가 표현주의가 되는 변화의 지점, 과도기에 그림을 그린 화가 네덜란드 브라반트의 쥔더르트에서 목자의 장남으로 태어남
-교사, 서점 직원, 전도사 등으로 전전하다 27세에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으며 그림 공부에 열중
-데생을 제외하고도 유화를 900여 점이나 그렸지만, 관리 부실로 많은 작품이 사라짐
-1890년(37살) 오베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


어릴 적부터 꾸준히 사랑해온 고흐와 그의 작품들. 드디어 그의 편지와 그림이 한 번에 담긴 소장 100% 책이 나왔다. 두둥! 150여 컷 이상의 그림과 고흐의 편지를 함께 볼 수 있는 최고의 책 등장! 그림, 예술, 고흐 덕후는 여기 관 짜고 누워야 할 듯.

"난 그림에 목숨을 걸고 그 대가로 존재의 절반이 무너져 내렸는데, 넌 어째서..." 죽을 때 형(고흐)의 품속에 있던 원망이 가득한 편지, 수신인은 동생인 테오, 자신이었다. (p6)
고흐의 그림을 정말 사랑하고, 고흐를 깊이 애정하지만 고흐처럼 살라고 하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고흐는 내게 소중한 존재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이전에 뮤지컬 배우 배두훈 씨가 연기한 고흐를 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절망으로 빠져드는 그 모습이.. < 빈센트반고흐영혼의그림과편지들 >을 보는 내내 떠올랐다. 고난 속에서도 자신은 아파서도 안 된다며 끝까지 그림을 그렸던 그의 열정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앉아서 방안에서 그의 편지와 그림을 통해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까지 작품과 후세를 위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분명 너무 너무 슬픈 책도 아닌데, 진한 감동과 울컥함이 책을 덮은 후에도 나를 따라다녔다.
빈센트는 '화가 공동체'를 꿈꿨다. 예술과 생계 사이에서 고통 받는 가난한 화가들을 위해, 동료 화가들이 모두 참여해 공동으로 그림값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p6)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어서 재능 있는 화가들을 여기로 불러 모으고 싶다. (p163)
고흐는 생각 이상으로 순수한 면도 컸던 거 같다. 21세기에 사면서 글을 쓰는 나도 뱀심으로 다른 작가(혹은 작품)를 폄하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자신처럼 고생하는 동료 화가를 위한 시스템을 꿈꾸고 그를 위해 노력한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폴 고갱과 부딪히고 스스로 귀를 자를 수밖에 없던 참담함. 그 전부가 어쩌면 그가 열렬하고도 순수하게 꿈을 꿨기 때문에 도미노처럼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나 싶다.


책을 보는 내내 먹먹한 감동의 물결이 사라지지 않았다. 완독 후에는 '들어가며'를 다시 읽었다. 차마 동생에게 보내지 못했던 원망의 편지를 쓰고 고흐도 후회하진 않았을까. 테오도 고흐도..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고,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었는지 천국에서라도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무언가는 잘하는 사람이다. 나의 존재 이유가 분명히 있다. 나도 지금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어디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P17
절망에 빠져드는 대신, 힘닿는 한 활동적으로 우울하게 지내는 길을 택했지. 생기 없고 정채된 채로 절망에 빠져드는 우울함이 아니라, 우울한 기운을 희망하고 갈망하고 찾아 나서는 쪽으로 활용했다는 뜻이야. - P27
어쨌든 난 우울과 비관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계속 이 방향으로 밀고 나갈 생각이야. - P48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아파서는 안 돼. 너는 내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해야 해. 진정한 예술에 다가가려면 긴 시간,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정해놓은 목표는 사실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터무니없이 높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이야. - P61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가치가 올라간다고 감히 믿는다면(나는 확신한다만), 그들의 그림을 더 많이 모으고, 그림 값을 계속 올려야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차분한 자세로 작품의 질에 신경을 쓰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해. - P141
나는 세상사를 이렇게 느끼고 있어. 그렇게 슬픈 일은 아니라고. - P131
난 말이다, 신을 이 세상으로 평가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 양반이 그리다가 실패한 습작 같거든. 어쩌겠어. 망친 습작이라도 좋아하는 작가가 그렸으면 비난하지 않잖아. 그냥 침묵해 주지. - P156
자꾸만 조카가 눈에 다른거리는구나. 그림에 온 힘을 쏟는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게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은 한다만 어쩌겠니.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삶을 되돌리거나 다른 일을 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는 걸. 그래서 그런 희망은 이미 버렸지만, 여전히 정신적인 고통은 남아 있단다. - P378
빈센트는 ‘화가 공동체‘를 꿈꿨다. 예술과 생계 사이에서 고통 받는 가난한 화가들을 위해, 동료 화가들이 모두 참여해 공동으로 그림값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 P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