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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파일 명화 스캔들
양지열 지음 / 이론과실천 / 2023년 1월
평점 :



그동안 미술 에세이를 많이 봤지만, < 사건파일명화스캔들 >은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널리널리 추천하고 싶었다. 읽는 내내 책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했다.
다른 미술 에세이가 작품 자체에 관한 이야기 혹은 감정, 감성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책은 법과 현실적인 이야기가 명화와 어우러져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어렵고 딱딱한 법을 이렇게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도 있구나, 무릎 탁! 치게 되는 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명화 중 하나가 지오토 디 본도네의 <성전 정화>인데, 이 그림을 보면 예수가 사람을 때리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의 아들, 성인군자. 나에게 예수는 그런 이미지인데, 이 그림만 놓고 본다면 그도 화낼 줄 아는 존재였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치들이 진을 치고,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사에 쓰일 희생물을 비싼 값에 판 까닭에 분노했던 것이다. 이렇게 그림을 보여주며 작가는 당시의 이야기와 오늘 날의 이야기를 엮어서 21세기 사람들에게 명화와 법에 관해, 사회적 정의에 관해 전달해준다. 법의 심판을 따르는 변호사, 법조인도 사람인지가 감정을 억누르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다. 현실과 <성전 정화> 속 예수의 이야기를 통해 나 또한 매체를 보며 법보다 감정이 앞서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모든 게 공정할 수 없는 사회... 감정도 법도 꾸준한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을 잘 모르는 1인으로, 이렇게 명화와 함께 쉽게 알 수 있는 책이 나와서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라디오는 거의 안 듣는 편인데 <김태현의 정치쇼>의 최고 인기 코너인 양지열 변호사의 '살롱 드 지'는 들어보고 싶어졌다. 명화와 함께 현재를 위한 현명함을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시리즈로 쭉 나오면 좋겠는 책이다.)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전파 가능성 : 누군가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딱 한 사람에게 하더라도 그 사람이 그 말을 전할 가능성이 높다면 명예훼손죄, 모욕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 사람만 들을 수 있게 귓속말로 욕설을 하면 그건 모욕죄가 아닙니다. 제삼자가 듣지 않았으므로 전파 가능성이 업기 때문이지요. - P14
오늘날은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이 생길 만큼 겉모습을 강조하는 시대입니다. ~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는 일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것인데요. 그 거울을 잘못 보면 자신을 잃거나, 혹은 남을 잃는 결과를 맞습니다. - P77
부끄러워야 할 사람은 관음증에 빠진 21세기의 톰이지 결코 피해자가 아니란 사실을 말입니다. 고다이바를 위해 코번트리의 주민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도 피해자를 위해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칩시다. 그것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불법 카메라의 범죄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 P140
법원은 과거를 심판할 뿐 미래의 설계도를 그리지는 못합니다. 잘못된 탑을 허물고 다시 세우는 일은 여전히 국민의 뜻을 모으는 정치의 영역입니다. - P147
사람이 명품이어야지, 꾸미고 다니는 물건만 명품이면 뭐합니까? 업체의 상술에 흔들리지 않는 당신이야말로 진짜 명품입니다. - P176
다른 사람을 기형이라며 조롱했던 중세 유럽 귀족들의 그릇된 인식이야말로 진짜 기형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바라보는 그 눈길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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