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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 - 지워지지 않을 오늘의 행복을 당신에게
이정현 지음 / 떠오름 / 2021년 10월
평점 :

독이 되는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때의 나를 떠올리고 있노라면 움츠러들곤 한다. 사랑하는 것들에 마음을 다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는 사람, 이정현 작가의 < 나쁜기억지우개 >는 흔적이 조금 남을지라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어 집어 들게 되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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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난 기억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p7)
조금 씁쓸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이 무한하지가 않다. 지난 기억을 자연스럽게 비워내는 건 생존을 위한 당연한 선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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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엔 '제 생각이 정답인 줄 아는 사람'이라 답한다. (p129)
이 구절을 보자마자 누군가가 떠올랐다. 한땐 가까웠던 사람인데(지금은 멀어진) 내가 취향과 내가 하는 일에 하나 하나 태클 걸기를 참 좋아했다. "A가 좋아."라는 말은 들으면 "그런 게 왜? 차라리 B가 좋다."라며 보통 사람들은 다 그런다는 핑계로 자신이 아는 범주의 것들만 정답인 줄 아는... 지금 돌아보면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때 좀 더 과감하게 선을 그어야 했는데, 싶기도 하지만... 그 사람은 이제 지우개로 쓱싹쓱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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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채우려 살아가는지. 다만 우리 가는 길이 너무 고되고, 쓸쓸하지는 않았으면. (p228)
이 책이 에세이이기 때문에 제목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보면 좋을 거 같다. 에세이는 제목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포괄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쁜 기억 지우개>의 경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흘러가는 문장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친한 친구와 비밀 일기장을 공유하듯 조금은 간지럽고, 조금은 낯설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게다가 이정현 작가만의 유려한 문체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방금 도착한 편지를 읽는 듯한 느낌도 준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 때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읽으며 감성에 젖기 좋은 에세이였다.
책만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제는 나를 떠올리게 하는 향을 하나쯤 만들고 싶어 향수를 골랐다. 기억을 불러오는 냄사와 향을, 머물렀던 바다와 조약돌 모으듯 하나씩 모아둔다.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향에도, 언젠가 주인이 생기기를 기다린다. - P65
대화를 다룰 줄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P126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 P292
사라짐으로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건 바보 같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 P330
욕심은 언제나 필요의 이상이었다는 걸 안다. 다만 그것들이 눈처럼 금세 사라지지 않고, 곁에 머물동안 아름답고 빛나기를 바란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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