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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 인류 문명을 이끈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 이야기 ㅣ 한빛비즈 교양툰 18
카린루 마티뇽 지음, 올리비에 마르탱 그림, 이정은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한빛비즈에서 나오는 교양툰은 < 올림포스연대기 >와 < 조선왕실의신화 >등을 먼저 만났었다. 이번엔 쉬우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 동물의역사 > 만났는데, 역시...이 얇고 재밌는 책에 어찌나 재밌고 중요한 부분이 많은지! 동물과의 공존이 중요한 이슈인 요즘,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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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게나 해면 동물과도 유전자를 70퍼센트 공유하며 닭하고는 60퍼센트, 수선화와는 35퍼센트 공유한다. (p19)
아는 것이 힘이라 여긴 사람들은 자연과 동물을 지배하며 지구의 주인으로 오랜 시간을 군림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 것과 달리 자연도 동물도 정복하고 학살하며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서열 놀이를 일삼곤 했다. 그리고 진화론을 부정하며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자들도 있었다. <동물의 역사>를 읽으며 인간 팔의 노뼈와 위뼈, 자뼈, 손목뼈가 새나 박쥐, 돌고래의 것과 같다는 것과 동물과 인간의 몸이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배아 단계에서 물고기, 거북, 닭, 돼지, 인간이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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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및 철학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은 신이 부여한 불멸의 영혼을 지녔다. 동물에게는 자연의 법칙과 악마에 연결된 감각을 소유한 영혼이 있을 뿐이다. (p73)
동물과 관련된 우화나 신화, 역사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곰과 고양이에 관한 것이다. 첫번째로 충격적인 곰 이야기. 애니미즘과 이교가 처단당하며 신학자들은 곰을 주요한 7가지 죄를 상징하는 음탕한 존재로 보았다. 늘 곰돌이 푸만 생각했던 내게 기독교인들이 동물의 왕으로 간주되었던 곰을 악마로 간주해 위상을 실추시켰던 역사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고양이는 이야기. <고양이 대학살>을 통해 고양이가 얼마나 멸시 받았나..알고는 있었지만 '고양이 오르간'까지 있었을 줄이야. 20여 마리의 고양이를 상자에 담아 꼬리를 건반 하나에 연결해 묶어 한 줄로 배치한다. 그런 다음 건반을 눌러 바늘에 찔리거나 꼬리를 얻어맞아 고양이가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게 고양이 오르간이다. 16~18세기 여러 문학작품에서 언급된다고 한다. (충격)
이 외에도 갓난아기를 잡아먹어 고소당한 암퇘지를 비롯해 쥐, 민달팽이, 풍뎅이 등이 종교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다. 정말이지.. 동물들이 지구에 인간과 함께 공존하면서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동물의 역사>. 기원부터 고대, 중세를 거쳐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단숨에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가혹한 중세를 거친 동물들은 수집 대상으로 동물원에 갇히고, 실험 대상으로 생체 해부 등 인간의 잔혹한 욕심에 다양하게 희생 당한다. 이전부터 동물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쉽게 보호받을 수가 없었다. 21세기에 들어와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작가는 '2040년에 우리가 먹을 고기의 60퍼센트는 인공 또는 식물성일지 모른다'고 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고기의 위험성도 궁금하긴 하지만, 너무 잔혹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이야기를 보니...마음이 묵직해졌다. 일부 그림이 좀 적나라한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잘 담고 있어서 필독서 로 보기 참 좋은 도서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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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말
공통의 기원
기회주의의 역사
문명화를 이끄는 동물
고대의 동물
중세와 근대의 동물
계몽 시대의 그늘 아래
동물과 19세기 혁명들
20세기의 동물
21세기의 동물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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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야생동물이든 가축이든, 동물은 모든 시대에 인간과 함께 생활했다.
- 생물에는 서열이 없다. 다시 말해, 인간은 동물이나 식물보다 우월하지 않다. 계통수(생물체의 진화적 역사를 간략하게 나타내는 나무)의 꼭대기가 아니라, 다른 종들과 더불어 그 가지 하나에 위치한다.
- 인간이 세상을 잘해석하도록 돕기 위해 기독교는 동물이 교휸적인 역할을 하는 종교적 우화를 창작한다. ~ 어리석고 더럽다고 간주되는 돼지는 악덕을 상징하고, 당나귀도 마찬가지다. 난폭하고 거만한 황소는 이단을, 너그럽고 순종적인 암소는 기독교 신자를 나타낸다. 호랑이는 욕망 또는 질투와 관련이 있다.
- 다윈은 세상에서 인간의 지위를 다시 정의 내린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라 다른 동물종들에서 유래한 하나의 동물종일 뿐이다.
- 식용 달걀을 생산하는 암탉이 낳은 수평아리는 폐기물로 간주된다. 분류된 수평라리들은 산 채로 불에 태워지거나 으깨진다.
- 야생동물이 주권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이 점유하는 공간을 식문화하는 일은 금지된다. 혹시라도 야생동물의 생활 터전을 원거리에서 파괴하는 일(가령 수자원 오염)은 그들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된다. 동물들은 모두 자기를 대표하는 인간 중재자를 통해 정치 기관과 여러 공공 서비스에서 권리를 보장받을 것이다.
책만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