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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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내게 말하길"






"우리는 혼자 견디고 있는 듯하지만, 혼자이기만 한 순간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무 상관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게조차 위로를 받으며 힘든 나날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프롤로그 중)"



정재은 작가의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허락없이 울쩍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공감되는 말이나 공감글귀를 찾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식물이 많다. 꽃이 피면 눈이 가고 푸른 잎에 매료되어 한참을 보기도 한다. 그것 하나하나가 #위로 였구나 싶어 조금 어색한 감정이 들었다.








"환하게 쏟아진 그 위로가 나를 터널 밖으로 끄집어 내 주었다. 무책임한 나를 기다려주었다가 그런 말들을 건네준 것에 울컥했고, 쉽게 흔들리는 나의 세상을 반성했다. (p22)"



친구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나 또한 욕심이 났지만 망설여졌다. 이상하게 다육이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과거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책을 보며 다시 식물을 키워볼까하는 마음에 바람이 부는 건 좋은 징조 같다.







"때마침 빛이 들어온다. 우린 또다시 함께 해를 쬐며 마주 보고 웃는다. 잃고 지키면서 가을을 보낸다. 다시 겨울이다. 아니, 새로운 겨울이다. (p218)"



서정적이면서 차분한 문체 덕분에 읽는 내내 힐링 받는 기분이었다. #에세이 는 역시 이런 매력으로 읽는 것 같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 뿐아니라 작은 관심이라도 있다면 다정한 공감으로 이 책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만을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초록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새삼 집 안이 늘 초록빛 계절이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회색으로 가라앉아 있을 때도, 그래서 저들을 돌보지 않았을 때도, 저들은 잊은 듯 밖에서 초록을 찾아 헤맬 때도, 저들은 자기들의 초록을 잃지 않으려 온 힘을 기울였음을 말이다. - P17

부끄럽게도 내 인생에는 내가 죽인 식물만큼이나 망설이고 주저하느라 남겨둔 빈 화분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커다란 실패담 없이 무탈하게 흘러온 인생 같지만, 차단했던 시도와 그로 인해 남겨진미련으로 떠밀려 온 날들이란 부끄러움도 안다. - P51

작은 열매에는 많은 시간이 담겨 있다. 오래 품은 마음임을 모르지 않는다. 특별함은 거기서 기인한다. 나무는 열매가 익어 떨어지면 곧이어 꽃눈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요 빨간 열매의 시작은, 앵두꽃잎이 피어나는 봄이 아니라 열매가 떨어졌던 지난 여름인 것이다. - P130

내가 보려는 것은 비움으로 드러나는 먼 풍경이다. - P206

단정하듯 말한 마침표엔 사실 수많은 표정이 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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