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경관의 피>에 나오는 안조 세이지, 안조 다미오, 안조 가즈야로 이어 내려오는 삼대의 역사와 그 '피'의 특별함을 보며 나 역시 나에게 흐르는 '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 누구에게나 그에게 흐르는 '피'의 역사가 있다. 사연 없는 집안 없다지만 나에게도 집안에 내려오는 슬픈 기억이 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그의 세대에서 해결되지 않은 일들은 자식세대인 우리에게 숙제로 넘어와 있다. 나의 사적인 공간만은 아닌 이곳에 그 썰을 풀어놓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역자의 후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아버지들의 역사는 그 자체가 미스터리다. 세상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풀어야 할 미스터리.

<경관의 피>는 할아버지에서 그 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배경을 이루는 진실을 알아가며 삼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억울하게 죽은 할아버지 세이지의 죽음은 자식인 다미오로 오면서 사건을 풀 수 있는 단서들을 모아가고 여기서 풀지 못했던 진실은 다시 자식이자 손자인 가즈야에게 이어진다. 가즈야를 통해 삼대에게 내려왔던 응어리와 진실이 풀리지만 과거의 일이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다만 진실을 알게 된 가즈야의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철학이 조금 바뀔 뿐이다. 일방적으로 그 영향 아래 놓이는 것이 자식인 가즈야의 삶인 것이다. 아버지 세대가 보여준 삶의 교훈과 큰 틀의 철학. 그말처럼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속일 수 없는 "피"를 물려받는 것이다. 나와 끈끈하게 연결 된 과거의 인물이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자식 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과오 또한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결혼에 대한 생각도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부모가 된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말해서 그 끝이 너무 분명한 돈이나, 자식 세대에게는 짐이 될지도 모를 명예나 명성보다는 어떤 식으로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을 물려주고 싶다. 미래의 나와 나의 가족들을 위해 현재의 안개 속 삶도 견뎌보는 것이다. 그 끝은 어떨지 그 과정은 기나긴 터널같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아가는 삶의 거의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정말 나에게 소중하고 소중하지 않았던 것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들을 꼽아 그 정수만 남겨주고 싶다. "이랬더니 이렇더라. 그러니 너는 이렇게 살아라" 라는 일방적인 방향제시(명령)보다 "이랬더니 이렇더라. 나머지는 너의 몫이다."라고 현명한 '틈'을 보여주는 것이 일방적인 것 보다는 나아보인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줄지 고민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어떤 것을 배움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이상적인 것 같다. 가보가 꼭 금전적인 가치를 매길 물건이라야만 되는 건 아니니. 신념과 그 부모세대가 갖고 살았던 삶의 철학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라면 그 가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곳은 인간의 마음이다.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좀처럼 잃어버릴 수 없다. 자식 세대들이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의 보관함에 담겨 그들의 인생에서 태풍이 몰아치는 고난의 시간, 그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철학을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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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3-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빈님의 포부 잘 들었습니다~^^

마빈 2009-03-04 22:49   좋아요 0 | URL
에휴~ 포부라고 할 것까지야^^a 부끄럽사와요+_+

주니어 2009-03-0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들었습니다~^^

마빈 2009-03-04 22:49   좋아요 0 | URL
^-^ 땡큐 베리 망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