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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 스톤 - 비잔티움 제국의 마지막 보물
제이슨 굿윈 지음, 박종윤 옮김 / 비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시리즈의 첫권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두번째 권인 『스네이크 스톤』은 어느정도 재미는 보장하는 소설이다. 사실 제국의 위대한 보물이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니 하는 것들에 독자들은 더이상 흥분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궁금증과 그저 이야기 자체가 좋아서 그 어떤 허무맹랑한 내용이라도 시간을 갖고 들여다보길 원하는 것이지. 그러니 더이상 최후의 만찬에 사용된 성배니 보물이니 하는 건 그야말로 '평범한' 독자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넘치고 넘치는 비슷한 이야기들 속에서 얼만큼의 차별성을 가지는지 독자들은 바로 그 점을 갖고 이야기를 평가할런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등장인물들이 주는 매력. 이야기 특유의 배경이 가지는 분위기등.
19세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스네이크 스톤』은 그런 의미에서 배경의 차별성은 확보했다고 봐도 되겠다. 우선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해준다. 유구한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이스탄불이라는 도시 자체가 가지는 매력.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다양한 국적의 민족들의 삶이 비교적 자세하게 그려진다. 이스탄불의 역사와는 별도로 그려지는 여러 민족들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 소설이 탐정을 등장시키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을 조금은 옅게 만든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게 주석이다. 역사적인 사실성을 띄는 내용들에 적당한 주석을 곁들여 조금의 배경설명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환관탐정 야심은 단순히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떠나 그의 일상들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요리하는 야심. 서점에서 책 고르는 야심. 친구 집에 마실가는 야심. 시장 보는 야심. 커피 타는 야심. 궁에 볼일보러 가는 야심. 이렇게 일상을 즐기는 성실한 탐정은 처음보는지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참 인물이 선하다. 틈틈히 독서하고 요리하고. 나는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건과 부딪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다. 그리고 내용이 은근히 지적이다. 책을 즐겨 읽는 야심이 주인공이 아닌가. 얼마나 사안에 대해 아는 척할 게 많겠는가. 거기다 배경이 이스탄불. 참 사연 많은 도시. 이 책은 정말 풍부한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거기에서 이 책의 호불호가 엇갈릴 것 같다. 야심의 일상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여유라고 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론 긴장감이 떨어지는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다른사람의 사정을 봐주다가 오지랖 넓게 사건과 마주하지만 야심이 급할 게 뭐가 있는가. 사실 야심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 계기는 엉뚱한 소문에 억울하게 휘말리는 게 싫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었는지. 그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가 급할 게 뭐가 있었을라고. 하여튼 성격 좋은 사람이다. 허구헛날 집이 털리고 (생각해 봐라. 애써 정리했는데 다음날 또 털리면 기분이 어떻겠는지.) 위험에 노출되었어도 그곳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요리하고 커피 타는 야심이다. 짜증 한번 안 내고. 저주 한번 안 퍼붓고. 묵묵히 힌트를 좇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