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복수할 때가 왔다 - 소심한 10대에게 던지는 달콤한 복수의 유혹 살림 YA 시리즈
아사노 아츠코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쓰는 이야기

 

 애니로 먼저 접한 NO.6에 반해서, 작년 쯤 소책자들을 줄줄 읽어내려갔을 때도 느꼈지만 작가 아사노 아츠코상의 정말 청소년 문학의 한 줄기가 아닐까 싶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로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서열은 늘 따라다니는 법이고, 그러다보면 놀림거리가 되는 애들이 하나, 둘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려보겠다면서 줄줄이 긴 장문의 문장을 쓰고,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쓰고, 왕따를 당했던 피해자가 복수를 한다느니 하는 건 종종 접하는 범죄 소설의 흔한 패턴 중 하나가 됐다.

 

 그러다보니 왕따 관련 소설을 읽다보면 마음 꽉 막히는 기분이다.

이렇게 힘들어요, 저렇게도 힘들어요, 하지만 정작 피해자의 마음을 힐링힐링하는 소설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복수할 때가 왔다.>는 햇볕이 쨍쨍 쏟아지는 모래사장에서 찾은 가느다란 바늘같은 소설이 아닐까.

 

 짧은 길이에, 예쁘장한 그림, 복수 노트와 하얀 노트, 소위 말하는 타겟이 된 유우야와 쇼지의 변화.

 

 적당히 유쾌하고, 어느 소설처럼 우울하거나, 처참한 끝맺음이 아닌

유우야 하나에서, 쇼지까지 둘, 유우야와 쇼지 둘에서 야마다 선배 셋으로 늘어가는.

 

 물론, 너무 짧아서 유우야와 쇼지를 괴롭혔던 쿠리타니 패거리한테 진짜 복수까지 가지 않은 건 약간 허무했지만.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복수란, 활자 속의 충족감을 채우는 복수라기 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복수가 아닐까.

나를 소모하면서 똑같이 해주는 게 아니라.

나의 불행을 바랬던 그 것(들)한테 나는 행복하다, 환하게 웃어주는 거라고.

왕따를 당하면서 억눌렸던 내 마음의 악한 마음을 복수 노트와 하얀 노트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근데 솔직히 야마다와 유우야, 쇼지 셋이서 하는 복수플래너 스토리가 궁금하다.

작가님 계획에 없으시려나.

 

* 이게 어떻게 도움이 돼!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경험자로써 나를 괴롭히는 애들에서 리벤지할 방법을 노트에 적는 건 정말 정신건강에 좋다.

유우야는 자신이 이렇게 끔찍한 인간이었나, 라고 생각든다 했지만

나는 못된 사람이여서 그런지 상상을 하는 동안 조금 마음도 편해지고 통쾌해진다고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손끝, 책을 고르다


 모 사이트에 있던 북이벤트를 통해 <여섯잔의 칵테일>이라는 책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낙방했지만) 그리고 그 후에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소설을 통해 기억 속에 한 겹의 얇은 서리를 걷어낸 것처럼 이 책의 존재가 찬찬히 다시 떠올랐다. 봐야지 봐야지 미루다가 오랜만에 칵테일 한 잔 생각나는데 돈은 없고, 책도 안 읽히고 소설도 안 써지고, 왠지 이 책이라면 다 읽을 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그 예감은 예상적중!






다시 쓰는 이야기

01 지치고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여섯잔의 칵테일>에서는 스낵바 히바리가, <심야식당>에서는 심야식당이, <카모메 식당>에서는 카모메. 일본은 유독 음식, 그리고 음식을 통한 힐링에 대한 만화나 소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느낌적으로 왜 그런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심야식당이나 카모메 주인들은 조용한 강물과도 같았다면, 스낵바 히바리의 마마 곤마마는 좀 더 요란스럽다. 무게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가볍다. 그래서 참 좋다.

02 여섯개의 에피소드 모두 너무나도 가까운 소재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며 읽었던 건 치과의사 사카이 료이치와 그의 가족 이야기. 소아암을 앓고 있던 어린 딸의 죽음 앞에 제대로 서지 못했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죽음 앞에서까지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서 기쁘다는 메시지를 남겨놓고 떠난 사카이의 어린 딸 아이의 이야기. 외롭지 말라고, 자신이 이승을 떠나도 외로워하지 말라고 집 안 구석구석 삐뚤삐뚤한 글씨로 자신의 흔적을 남겼을 아이의 자취가 그려진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그럼에도 아이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던 순수함.

03 이노우에 미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이 분야에서 일해나가야 할 지 또 다른 교훈을 얻은 기분이다. 자긍심을 가지고 눈 앞에 이익에 급급해하지 말아야겠다. 물론 생계는 위태로우니 진짜 급급한 게 맞지만.

04 참 신기한 건, 음식과 관련된 소설들 대부분 누가 맞았다, 누가 틀렸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함꼐 살아가야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05 소중한 인연들에게 인생의 멋진 실마리를 던져주는 곤마마에게도 멋진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듬직한.

06 "괜찮아요.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거든. 그래야 상대의 마음 깊숙이, 정확하게 전달되니까. 간판도 마찬가지죠."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 - 시카고에서 온 초보 마녀 로렌의 이야기 모던 위치 1
데보라 기어리 지음, 유수아 옮김 / 초록물고기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손끝, 책을 고르다


 동생 책장에 꽂혀있던 소설 중 하나. 동생이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시답지 않은 로맨스 소설을 사보기 시작했는데, 저 책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물론 딱 봐도 읽은 티가 안나는데다, 다음 권은 사지도 않았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독특한 제목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이라는 제목은 여자들의 비밀스러운 수다를 다루는 책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청소년을 겨냥한 청소년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28년 동안 자신이 마녀라는 생각을 눈꼽만큼도 해본 적 없는 로렌이 마녀들의 채팅방 소환주술에 걸려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재능을 수련하고 천재 꼬마 마법사의 파트너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법이라면 어린 청소년기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판타지 소설의 잘 먹고 놀다가 혹은 잘 일하다가 갑자기 무림의 세계로 건너가는 남자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른 주인공이다.


 처음엔 부동산 중개업자 로렌과 로렌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잘생긴 마법사 제이미라는 설정에서 움찔했지만, 결과적으론 제이미는 로렌이 아닌 그녀의 절친한 친구 나트와 미묘한 썸씽을 갖는단 설정이 좋았다. 무엇보다 큰 방해없이 진행되는 로맨스도 재밌을 수 있구나라는 즐거움을 발견했단 점, 다이나믹하게 큰 사건이나 장해물 없이 성장하는 성장물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렌의 파트너로 지목된 게 꼬마 천재 마법사 네 살짜리 에이빈이라는 점 등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기준과는 다른 전개에 이래서 시리즈가 쭉쭉 나왔구나 싶었다.


 특히 좋아하는 케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에이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에이빈이라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부분에선 네 살보단 좀 더 커보였지만, 지구를 토닥거려서 트림 시켜줬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시카고의 센스있는 부동산 중개업자지만, 반대로 창의적인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눈높이 교육의 탁월한 재능을 가진 로렌이 앞으로 에이빈과 어떻게 팀을 이뤄 다가올 일들을 해결할지 두근두근 기대되기도 하고, 시리즈가 발매 되면서 에이빈이 성장하는 모습도 너무너무 기대된다.

* 간간히 발견하는 소소하게 넓은 배경지식들에, 뭐 하나 쉽게 써지는 게 없구나, 고개를 끄덕. 

* 이미 다음 편을 장바구니에 담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원서도 생각보다 읽기 쉬울 것 같아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원서 주문도 생각하고 있다. 번역본 기다리기도 지칠 것 같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이야기의 시작은 한 주택가의 단란한 가족에게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한 참극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연이어 펼쳐지는 이유도 모른채 가모 집안 사람이라는 이유로 매년 연례행사처럼 나팔꽃 시장에 들려야했던 한 소년의 가슴 떨리는 첫사랑의 절절한 마지막, 한 때 일본 올림픽을 노렸던 유망한 수영선수였지만 은퇴한 한 여자의 주변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촌과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할아버지가 키우고 있었던 이름없는 노란 꽃.

 

 리노의 할아버지의 미스테리한 죽음 뒤에 감춰진 비밀을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쇼타와 리노, 형사 하야세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하나의 결말에 이르는 형식을 띤다. 그 와중에 이름없는 노란 꽃의 정체가 지금은 자취를 감춘 몽환화 노란색 나팔꽃이라는 걸 밝혀낸다.

 

 그 뒤를 쫓으면 반드시 멸하게 된다는 노란색 나팔꽃이 자취를 감춘 것은 바로 그 씨앗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환각 효과 때문이었다. 실제로 에도시대 노란색 나팔꽃 씨앗을 복용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그 씨앗을 먹으면 정상이었던 사람도 미치광이가 되어 날뛰는 바람에 비밀리에 노란색 나팔꽃을 일본 땅에서 멸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관리에는 언제나 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틈으로 굴러나간 노란색 나팔꽃 씨앗은 이야기의 시작을 휘어잡았던 묻지마 살인사건의 진상,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연쇄적으로 발생한 모든 사건들의 장막이 걷히고 진실을 접하게 된다.

 

 몽환화는 추리 소설이지만, 이상하게 읽는 내내 누가 범인인가 보다는 인물들의 변화에 눈길이 갔던 작품이었다. 특히나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던 쇼타와 리노의 변화는 갈곳을 잃은 이십대를 위한 성장 소설같은 느낌까지 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형의 유대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끝끝내 동화될 수 없다고 믿었던 쇼타, 수영을 좋아하고 수영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치병 같은 심리적 증상에 벽을 느낀 채 수영을 그만두게 된 리노. 둘 다 자신의 처지와 막막한 미래에 대해 도망치듯 사건에 뛰어들지만, 결과적으로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선물같은 진실을 통해 쇼타는 오랜시간 가족들에게 느꼈던 소외감이 자신이 두번째 부인의 자식이여서가 아닌 자신을 가문의 업으로 부터 보호하려던 사랑임을 깨닫고, 그가 안고 있었던 현실적인 문제(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쇼타가 전공했던 원자력학과에 대한 불분명한 미래)에 대해서도 도망치지 않게 되고, 리노는 늘 우수하고 근사했던 (죽은) 사촌 나오토가 사실은 자신의 재능을 부러워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여태껏 이젠 수영은 할 수 없어라는 상황에서 새롭게 수영에 도전하게 된다.

 

 성장한 사람은 쇼타와 리노만 아니다.

 

 사건을 쫓던 형사 하나세 역시 성장한다. 하나세는 별거 중인 한 가장이었다. 한 여경사와의 불륜 관계를 부인이 알게 되면서 아내와 아들과 떨어져 살고 있었다. 어릴 때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아들은 자라면서 아버지의 부정에 대해 일정한 분노를 가지며 살았을 것이고, 하나세 역시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쉽사리 아버지라는 이름을 달고 그의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 하지만 아들의 누명을 벗겨줬던 은인 리노의 할아버지의 죽음을 쫓으면서 할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쉽게 열지 못했던 아들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노란색 나팔꽃 씨앗이 주는 환각에 빠져 자신들에게 친절했던 리노의 할아버지를 죽인 나오토의 친구역시 조금의 변화의 여지를 둔다. 그가 그렇게까지 노란색 나팔꽃에 의지했던 이유, 그리고 나오토가 느꼈던 열등감에 대한 토로. 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눈물어린 반성이었다.

 

 물론 리노 할아버지 살인사건의 바닥에 깔린 것은 갖지 못하는 재능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들은 리노에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 그들이 보지 못했던 건 자신 안에 숨겨진 진짜 재능이 아니었을까. 아주 우연한 계기로 피계되는 베이지색, 노란색 나팔꽃처럼 언젠가 꽃망울을 터트릴 자신의 재능. 파멸로 몰고가는 매혹적인 노란빛의 몽환화, 바로 몽환화가 말하려고 했던 건 결국 마음가짐이 아닐까.

 

 몽환화는 노란색 나팔꽃에 대해 다양한 시선에서 풀어낸 추리 소설이면서 동시에 성장 소설이었다.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지레 겁을 먹고 흔들리는 소신 속에 답을 찾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병 이야기 -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전쟁 기계가 되었다
샤론 E. 맥케이 지음, 하정임 옮김, 대니얼 라프랑스 그림 / 다른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소년병 이야기는 동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도시 굴루에서 일어난 일들을 작가 샤론 E.맥케이가 직접 인터뷰한 것들을 창작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 묘사된 대부분의 일들이,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가가 시큼해졌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접한 지식으로 쓴 글이긴 하지만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리기도 했고, 한국 전쟁에 관련된 뮤지컬을 연달아 달리면서 소년병, 혹은 소년병이 아니더라도 전쟁의 비극에 몰린 이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고, 태만이고, 그리고 비겁한 변명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했다면 이렇게 쉽게 망각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소년병은 전쟁에 동원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전쟁의 최전선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총알받이, 지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몸집이 작고 재빠르기 때문에 적군을 정찰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노예처럼 음식을 만들거나, 청소를 하거나, 짐을 나르고, 그리고 병사들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주로 소년병을 쓰는 데는 무기의 간소화나 병력 충원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끔찍한 이유는 어른에 비해 조종하거나 협박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고 잔인할 뿐만 아니라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어른에 비해 돈이나 음식을 덜 줘도 되기 때문에에 병력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어른들의 잇속에 운동장을, 모래바닥을 달려야 하는 발로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니. 얼마나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잔인한가요.

 

 

 소년병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제이콥,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코니와 LRA에 의해 납치당하고, 그곳에서 인간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친구를 식구를 이웃을 죽이기를 강요당합니다. 그런 삶을 참을 수 없어 목숨을 걸고 도망치지만, 도망가는 과정 속에서 그들을 그렇게 악독하게 괴롭혔던 도마뱀이 사실은 일 년 전 납치당했던 아버지의 지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이콥과 친구들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어른들은 그들이 받은 상처보다는 코니와 LRA에 대한 정보, 소위 말하는 그들의 튼튼한 승진 사다리가 돼줄 수 있는 이야기에만 귀를 쫑긋합니다. 심지어 처음 그들이 정부의 군인에게 발견당했을 적에도 그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과 같은 패거리로 묻고 납치당한 자신의 가족의 행방을 묻는데 급급할 뿐이었습니다. 보호 센터에 들어와서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계속되고, 원치 않은 살상의 충격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콥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안전한 품으로 돌아왔지만, LRA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그곳에 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글이 완성될 즘 그는 같이 탈출했던 한나와 재회하게 되는 다행스러운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의 기적같은 일일 겁니다. 만화 속에서 죽어나갔던 수 십, 수 백의 아이들. 그리고 왜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고,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고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아직도 넓은 전장이라는 생지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개 중에서는 제이콥과 그의 친구들처럼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납치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난에 허덕여 먹고살기 위해 자진 입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진 입대를 했으니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자뿐만 아니라 후자 역시 정부와 어른들이 외면하고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소년병, 그들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비극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상조차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서 너희를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말을 하라는 건 평온한 곳에 살고 있는 어른들의 태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 소년병들을 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적어도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망각이라는 이름 아래 가둬두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 아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내는 인간만도 못한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