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야....날 쉬게 해죠....남자얘들 좀 그만 왔으면..... Pc방 알바생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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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선 - 뉴 루비코믹스 1125
자류 도쿠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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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류 도쿠로 센세 작품엔 항상 연민과 의외성이라는 베이스가 있다. 장편도 좋지만, 아직 단편 쪽이 좀 더 신선하고 결말이나 반전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매력이 있어 일본어도 못하는 주제에 센세 작품은 꼭 챙겨보게 된다. 야호선은 현재 정발본된 자류 도쿠로 센세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야호선이라는 제목도,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물들 하나하나 눈물나게 아프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좋다.


01 야호선 :: 몬지 타이라X오하기 카이

 야호선
 1. [불교] 선을 수행하는 자가 아직 깨닫지 못했으면서도 이미 깨달은 체하며 사람을 속이는 것을 여우에 빗대 이르는 말. 사이비 선.
 2.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며 자기만족을 하는 사람.

 몬지에겐 아픈 사랑을 하는 친구 치에가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상처받은 치에와 그런 치에를 달래는 몬지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은 봐주지 않는 노다를 사랑하는 치에. 연인도 친구도 아닌 그 애매한 사이에, 몬지는 자신과 치바의 관계가 자꾸 겹쳐보인다.

 비열해. 치바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것 뿐인데 소중히 하고 싶고 소중히 여겨지고 싶어 그것뿐이야.」
 알아 치에. 아플 만큼 잘 알아. 좋아하는 사람과 살을 맞대고 있는데 마음속이 흔들거린다. 이런 건 이상해.

어떡하지?

울고 싶어.

 좋아하고, 그래서 섹스는 하지만, 근데 연인은 아닌 사이. 몬지는 몇 번이고 그와 끝내려고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똑같은 패턴이다. 그래서 몬지는 자신이 싫어하는 치바는 지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치바만 마음에 쌓는다. 그게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해도 자신마저 속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계속계속 붕괴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가끔씩 치바는 잔인하다. 라고 자각하고 있을만큼. 몬지에게 치바는 잔인하다. 오키나와에 가고 싶다고 팜플렛을 가져오는 몬지에게 아무렇지 않게. "어라, 뭐야? 커플 패키지라니. 연인인 척이라도 하자는 거야?" 라고 말할 만큼.

 그런 치바의 변화를 알아주는 건 친구 오하기 뿐이다. 오하기는 지친 치바의 기분을 풀어주기 같이 영화를 보러가자 제안하지만, 그 곳에서 노다와 끝내고 상처받은 치에와 만나고, 겨우 견디고 있던 몬지의 상처가 쩍하고 벌어진다.

 "…또 뭔가 빙글빙글 생각하고 있구나. 그런 거 짚어치워."
 "뭐?"
 "난 지금까지 꽤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부모가 기대했던 학교에 떨어지고 4년 사귄 여자한테 차이고나니까 이러든 저러든 아무래도 상관없어 지더라. 내 인생은 거기서 한 번 끝났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더 나아가 엉망인 쪽으로 가고 있는 거야. 전에도 말했었지? 성실하게 살 생각 없다고 몬지도 성실한 건 관두는 게 어때? 엉망인 게 진짜 편해. 정말로."
 뭐야 그게? 그런 거 듣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날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거야? 자기가 상처 받고 싶지 않으니까 남을 상처 입히는 걸로 바꿔서 엉망인 자신을 꾸며내고 전부 그 탓으로 돌리는 거지? 치바가 겪은 과거의 괴로움은 난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끝났다 해도 치바는 치바잖아. 그런 건…뭐랄까…전부 변명이야. 그런 방식…치바는 결국 과거박에 안 보는 거야.
지금을 살아. 지금을 봐…넌 무슨 짓을 해도 난 상처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
 "……"
 "……그렇지 않아…"
 나를 봐 치바.

 몬지는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폭포처럼 쏟아내고, 치바는 문자를 통해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통보한다. 그 문자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몬지 앞에 나타난건 바로 오하기. 다시 악순환의 고리에 뛰어드려던 몬지를 단단하게 붙잡는다.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소중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여기에 있는 온기. 이 온화한 마음. 더없이 소중한 존재. 지금 이 순간.

무엇이든지 당연한 게 없고, 무엇이든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처음에는 몬지와 치바가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했다. 치바가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후회하다 몬지한테 매달리면, 몬지는 받아주는. 분명 표지에 같이 서 있던 건 오하기 였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시야가 바로 몬지의 시야가 아니였을까. 항상 몬지의 곁에 있던 건 오하기였는데, 치바만 보여서, 치바만 생각하느라 오하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몬지가 다정한 오하기와 서로 좋아하게 되서, 그리고 치에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썸을 타서, 극단에서 활동하는 폰도 자기 꿈을 찾아 떠나서 (물론 요코하마와 도쿄는 가깝지만), 치바도 더 이상 상처주고 상처받지 않고 과거와 맞서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02 치사량의 사랑을 담아서 :: 타카아키X타카하시

 여자애들에게 수완이 좋은 타카아키 연애의 결말은 매번 똑같다.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 타카아키에게 여자애들이 지쳐 떨어져나가는 결말. 타카아키는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타카아키 인생에 자그마한 타카하시란 존재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버리듯 줬던 팔찌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타카하시. 타카아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백하고 그와 사귀지만, 타카아키의 전 여자친구들처럼 조금씩 조금씩 상처받고, 조금씩 조금씩 넘쳐나는 마음을 어쩔 줄 몰라하던 타카하시에게 차이고 만다.

 

 심한 짓을 했다. 「좋아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해주지 않고 사랑받는 것에 안주해서 계속 상처를 줬어. 타카하시를 만난 후부터 뭐든지 죄다 처음이다. 인생 최초의 고백을 하기 위해 난 지금 전력으로 뛰고 있다.

 

 자류 도쿠로 센세식 오픈 결말이지만, 강아지같은 타카하시가 덜컹 잡혀서, 타카아키랑 쿵짝쿵짝 잘 살았을 것 같은 핑크빛 결말.

* 뽈뽈대는 타카하시는 정말 귀엽다.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소중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여기에 있는 온기. 이 온화한 마음. 더없이 소중한 존재. 지금 이 순간.

무엇이든지 당연한 게 없고, 무엇이든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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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한 수확 - 뉴 루비코믹스 1318
아오이 레빈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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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이 레빈 센세 작품은 유명한 라센 작품이 아닌 동인지의 한 페이지, 혹은 일러스트 한 장을 봐도 아, 아오이 레빈 센세 작품이구나, 싶을 만큼 독특한 그림체를 가지고 계신다. 스토리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데 장편보다는 단편이 훨씬 구성력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슬며시 해본다. 토마토한 수확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인데, 처음에는 별로였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귀여워서 종종 꺼내보는 책. 개인적으로 <토마토한 수확> 이야기가 제일 좋다. 으힛.

 

 

 

 

 

01 산신축제 :: 산신인 시로와 아카의 이야기. 매년 돌아오는 산신축제, 백산 산신은 도망치고, 홍산 산신은 그를 붙잡으러 가는 이 축제는 승자에게 언약결정권이 주어지지만 지난 백 년 동안 시로의 승리로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었다. 시로는 관심없는 척 술만 홀짝홀짝 마시지만 "새 연인이라도 생겨서 시로님한테 관심이 없어졌다든가." 라는 말에 화들짝 놀랄만큼 속으로는 아카에 대한 연심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도망친 건 그 마음의 연심이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는 시로의 오해때문이었다. 결국 아카의 직설적인 널 좋아한다는 고백에 둘의 정사가 성사된다는 설정이 흔하지만 또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어 좋았다. 

 

덧붙여 아카와 시로를 따라다니는 자그마한 아이들도 이 언약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성체로 변신할 수 있는데, 짧지만 "어디가 좋아?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네 취향에 맞춰 줄게." 하는 모습이 되게 귀여웠다. 혹시 속편을 쓰고 계신다면 이 아이들의 이야기도 그려주셨으면 좋겠다.

 

 

 

 

 

 

02 그런 네가 너무 싫어 + 이런 나도 정말 싫어 :: 유유부단한 슈와 강압적인 타카시의 이야기. 상경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슈는 타카의 맞선 소식에 급히 고향으로 돌아온다. 귀신처럼 슈의 귀환 소식에 그를 찾아온 타카시는 그런 슈의 숨어버린 감정을 강압적으로 끌어당기고 슈는 그런 그가 정말 싫다고 말하지만 그의 유혹에 덜컥덜컥 넘어가고 만다. 중간에 타카가 좋아한다 했던 고백에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라는 말을 하는데 이야기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타카시는 전부터 입에 발린 소리를 잘한데다, 마치 장난처럼 슈에게 고백함으로써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입에 발린 소리인지 믿집 못했던 점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싶다. 슈와 다시 이어진 타카시는 슈에게 사직서를 대신 제출해주겠다는 소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갈등이 생기는데 그런 그를 향해 화를 내다가도 결국 넘어가는 유유부단한 내가 싫다는 슈에게 "난 좋아해.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너도 실은 내가 좋아서 못 견디겠는 너도 그리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점도." 라고 고백하는 타카는 서른이나 먹었지만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당당한 고백을 해서 조금은 어이가 없고, 조금은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03 토마토한 수확 :: 실현한 남자의 토마토를 키우는 나나메 미키와 잘 안 팔리는 배우 생활을 전전하고 있는 타테 지로의 이야기. 둘 다 첫 인상은 텃밭에 어울리지 않는 남자가 있다. 였지만 이내 서로의 약속을 한 번씩 사이좋게 나눠서 출석체크를 해주면서 한 발짝씩 친해진 이웃이었다. 지로 자신도 모르게 미키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지만, 미키는 그 속도 모르고 묘한 분위기에 미키의 고야(오이)와 토마토를 키워주겠다는 엉뚱한 말을 뱉어버리고, 그 후 지로씨는 미키를 피해다닌다. 그 와중에 미키는 만년 엑스트라 신세에서 드라마 조연을 맡게되고 미키는 그런 기쁜 소식을 지로씨에게 전하면서 다시 친해지려고 하지만 그의 커밍아웃 선언과 함께 다시 한 번 거부당하고 만다.

 

 그러던 중 드라마 조연을 맡았던 게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는 배우로 떠오르고 지로가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을 때 쯔음 태풍이 쏟아지는 밤 토마토 비막이 속에서 결국 눈이 맞아 섹스까지 하고 만다. 늘 상대방을 배려만 했던 미키에게 "난 아무라도 좋은 게 아니예요. 미키 씨니까 섹스하고 싶은 거예요. 미키 씨가 기분 좋은 걸 하고 싶어요!!" 라고 쏟아내버리고 마음이 이어지기 무섭게 유명인인 미키에게 남자 애인이 있다는 사실이 기사화되고 만다. 이 사태에 대해 미키도, 그리고 지로도 각자가 속한 사회에 진실을 말하고 그 곳에서 빠져나오는 용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죄책감을 느낄 미키, 그리고 개인의 순수한 욕망을 담아 바로 이 기사가 "난 그렇게 착한 남자가 아니예요. 솔직히 기회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의 추억이 남은 이 집에서 당신을 끌어내고 싶은 마음을 계속 참아왔어요." 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자신과 함께 시골로 돌아가자고 꼬득인다.

 

 지나칠만큼 솔직하고 또 그래서 지나칠만큼 매력적인 케릭터다. 다테 지로는. 드러나지 못한 자신의 재능에 절망하지 않고, 숨어있는 사람의 마음까지 이끌어낼만큼. 헤어진 애인이 남긴 텃밭에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지로는 그 대신 미키씨가 키우는 그 토마토를 사랑으로 끌어안는다. 미련 만만인 그의 행동에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자신이 미키씨를 생각하며 키운 토마토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연인의 지나간 사랑에 익숙해지라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연연하면서 현재를 놓치는 사람보단 지로의 사랑법이 좀 더 상대를 배려하는 사랑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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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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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야기

 

01 내 기억 속이 작가 이사카 코타로상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재밌게 리뷰를 써내려갔던 <갱 시리즈>, 묘한 전율감을 전달하던 그 유명한 도서 <마왕>을 집필한 재밌는 인물과 허술한 듯, 그러나 치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작가로 기억되어있다.


 물론 그 외 수 많은 작품이 있지만, 아직 읽지 않았으니 적진 않겠지만, 말 그래도 많은 베스트셀러를 가진 유명작가라는 말도.


 그 이사카 코타로상의 작품과 다시 만나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을 지나 꼭 5년 만이었다.


 원래는 독특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던 <모던 타임스>를 빌리려고 했었는데, 분명 <모던 타임스>를 집었는데 대출을 하고 나니, <모덤 타임스> 대신 <마리아비틀>이 나를 보고 안녕! 하고 반기고 있었다.


 보려고 했던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반납일이 가까워서야 <마리아비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왜 이 작가를 잊고 있었지!


02 <마리아비틀>의 주 배경은 시속 200킬로미터를 달리는 신칸센 안이다. 역에 정차하기 전까지 철저히 밀폐 된 공간에서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누군가는 쫓고, 누군가는 도망가며, 누군가는 방관하고, 누군가는 끼어든다. 밀폐되었지만,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리는 쫓는 이를 찾기 위해 그들은 종종 밀폐 된 그 공간에서 내리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이 탑승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내리기 직전 재수 없음으로 밀폐 된 신칸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밀폐되었지만, 완전히 밀폐되지 않은 신칸센의 특징을 독특하게 살린 이사카 코타로상의 재능은 정말 감탄이 터지고, 심지어 부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사카 코타로상 작품의 치밀성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처음 가볍게 지하철에서 <마리아비틀>을 읽었을 땐, 단순히 기가 막힌 우연의 연속이구나, 했지만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마리아비틀>을 읽었을 땐, 정말 사소한 만남, 사소한 사건, 사소한, 사소한 것들이 나무줄기처럼 일정한 연결성을 가지고 엉켜있는 것을 발견했을 땐, 인물과 인물을 이어가는 고리를 찾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뚜렷한 개인의 스토리와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뚜렷이 작가가 흑과 백을 나누지 않는 점이 읽는 이의 상상력을 가중시켰다. 누군가가 옳다는 것도, 누군가가 옳지 않다는 것도 없이 그저 인물들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 때 위험한 일에 종사했지만 또 한 때는 지독하고 찌질한 알콜 중독자, 하지만 지금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왕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칸센에 오르지만, 결국 왕자에게 당하고 마는 기무라.


 겉모습은 순진한 중학생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악의의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그러나 까보면 다들 하는 고민에 사로잡힌 왕자.


 청부업자 콤비로,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그들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문학을 즐기는 밀감과 꼬마자동차 토마스를 좋아하는 레몬.


 불운의 청부업자에,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쉬운 타입이지만, 위기에 몰리면 비상하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나나오.


 마리아라든가, 스즈키라든가, 말벌이라든가, 나팔꽃이라든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일단 이 다섯의 주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들의 직업적 특성상 미묘하게 닮았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주장하고 있는 하나, 하나 살아있는 인물이었다. 가치관도 다르고, 처리하는 방법도 틀리다. 하지만 미묘한 부분이 닮았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하고, 읽어 내리기도 하지만, 사소한 무언가로 뒤틀리고, 사소한 무언가로 스쳐지나간다. 마치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이.


 덤으로 <마리아비틀>은 신선한 반전이 있다. 염두에 두고 있긴 했지만, 이 사람들이? 하는 놀라움이 좋았다. 그들과 왕자, 그리고 학원강사 스즈키가 주고받는 대화도 재밌었고.


 * 나나오의 슈퍼 3등 당첨 선물 밀감과 레몬. 나나오가 느꼈던 감정처럼 부활했으면 좋겠다. 과일 콤비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 <마리아비틀>은 <그래스호퍼>의 속편이라고 한다. 짬이 나면 읽어봐야겠다.

 * 애니 듀라라라라든가, 바카노 비슷한 인물 구성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 다시 꺼내 돌렸다. 원작인 라이트 소설은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데 시간도 없고, 빈 게 많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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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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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줄거리

 

 어느 날, 3년 사귄 인도인 애인 알리바바가 살림도구를 모두 들고 날랐다.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어젯밤 창구에서 심야 고속 버스표를 사려고 할 때, 아니 주인에게 열쇠를 돌려주러 갔을 때, 아니 실은, 허물로 남은 방의 문을 연 순간부터.

 내 목소리가 투명해져 있다는 것을.

 간단히 말하면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일종의 히스테리 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라 목소리만 내 몸의 조직 속에서 쏙 빠져나간 것이다. 라디오 음량을 0으로 한 것처럼. 음악과 소리는 나오고 있는데 밖으로 들리지 않는다.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


 p17 - p18

 

 린코는 이제 집도 잃고, 모아둔 가게 자금도 잃고, 사랑도 잃고,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채, 겨우 할머니의 유품인 겨된장야채절임이 든 항아리 하나만 소중하게 품에 안고 10년 전 고향을 떠났을 때 탔던 심야버스를 타고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10년 만에 만난 엄마와 린코와의 재회는 아무런 감동도 없이 흘러간다.

 엄마의 비상금을 훔치려 밭으로 향한 딸과, 그런 딸을 도둑으로 오인해 번쩍 낫을 들고 뛰어나온 엄마.

 목소리를 잃어버린 딸을 엄마는 나무라지도, 그녀를 대신해 화를 내지도 않는다. 대신 높은 이자를 받고 가게 자금을 빌려주고.

 린코는 아버지같던 구마씨의 도움을 받아 <달팽이 식당>을 개업한다.

 

 <달팽이 식당>은 조금 독특하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도 하루에 단 한 팀 뿐. 게다가 손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님에게 맞는 요리를 내놓는 작고 작은 식당.

 

 하지만, 그 곳에서 마치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도망간 아르헨티나 부인을 그리워하는 구마씨도, 사별 후 상복만 입고 살던 할머니도, 서로 좋아하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해 끙끙대던 모모양과 사토루군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린코가 내오는 따뜻한 음식들에 위로받고, 조금 더 따뜻해진 삶을 살게 된다.

 

 소설은 약간의 헤프닝을 안고 차분하게 흘러간다.

 린코는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엄마와도, 엄마의 애인 네오콘과도 여전히 서먹하다.

 

 약간의 크리스털 로제의 힘을 빌어 엄마가 아직도 고등학교 첫사랑을 잊지못한 순정파라는 것도, 아직 처녀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된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엄마는 암에 걸렸고, 암을 진단받은 병원에서 고등학교 첫사랑인 슈이치 선배와 만나 뒤늦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엄마의 죽음을 앞에 둔 린코는 엘메스(엄마의 애완용 돼지)로 요리를 해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받고, 엘메스를 도축하여 정성스럽게 결혼식 파티상에 올린다.

 

 린코는 여전히 그랬다.

 

 엄마와의 앙금같은 감정이 사라져도, 엄마의 결혼식이 진행되도, 엄마가 죽는 그 극적인 순간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의 죽음 이후, 우연히 냉장고에서 엄마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어내려간 린코는 살아있는 생명을 먹지 않는다. 마치 린코의 시간이 멈춘 듯 서서히 쳐져간다.

 

 그런 린코를 향해 들비둘기 한 마리가 창문에 떨어져 죽는다.

 린코는 그 들비둘기로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고, 잃었던 목소리를 찾는다.

 

다시 쓰는 이야기

 

 <달팽이 식당>은 제목처럼 느릿느릿하게 흘러간다.

 단조로운 일상같은 시간들이 활자를 통해 느릿느릿.

 가슴 따뜻한 음식과 가슴 따뜻한 이들의 사연들이 모여, 마치 한 줄기 빛과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린코는, 달팽이 식당은 사람들에게, 매개체였다.

 따뜻해질 수 있는 무언가가 따듯하게 빛을 낼 수 있게 하는 매개체.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던 린코는 그 따뜻함을 이어받아 서먹하던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를 풀어나간다.

 엄마의 애인인 네오콘과, 그리고 10년 동안 얼굴 한 번 맞대지 않고 연하장으로만 인사하던 엄마와.

 

* * *

 

 요리에 관련 된 만화가, 드라마가, 소설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남기고, 무언가 꽉 찬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 안에 정의 된 요리가 따뜻함과 이어져 있기 떄문이 아닐까요.

 

 엄마와 잔뜩 다투고, 심한 말로 서로의 가슴에 날카로운 바늘을 꽂아도.

 같은 자리에 앉아, 하아-얀 김이 나오는 식사를 하다보면 어느새 꽁꽁 얼었던 마음이 녹아.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도 마는 그런 기억들처럼.

 

 색다른 음식과, 뭔가 도키도키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읽는 동안 아, 그런 곳을 찾고 싶다, 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집 근처에는 아, 맛이 괜찮다, 하는 음식점 하면 급하게 먹고 나와야 할 것처럼 사람들이 복작복작하고.

 좀 여유있게 앉아있을만 하다하면 생각보다 인공적인 맛이 많이나서 슬프고.

 그래도 자주가던 북카페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찾으니 다른 음식점으로 바뀌어서 더 우울하고.

 

 그래도, 왠지 읽고 있다보면 마치 내가 린코가 되서, 음식을 만들고, 내가 손님이 되서, 먹으면서 행복해지는 듯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오가와 이토씨 소설은 처음인데, 참 글을 예쁘게 쓰는 작가인 것 같아요.

 일본어 원문으로도 읽고 싶네요.

 

 * 아아, 석류 카레가 먹고싶습니다. 

 * 영화가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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