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 이야기 -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전쟁 기계가 되었다
샤론 E. 맥케이 지음, 하정임 옮김, 대니얼 라프랑스 그림 / 다른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소년병 이야기는 동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도시 굴루에서 일어난 일들을 작가 샤론 E.맥케이가 직접 인터뷰한 것들을 창작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 묘사된 대부분의 일들이,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가가 시큼해졌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접한 지식으로 쓴 글이긴 하지만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리기도 했고, 한국 전쟁에 관련된 뮤지컬을 연달아 달리면서 소년병, 혹은 소년병이 아니더라도 전쟁의 비극에 몰린 이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고, 태만이고, 그리고 비겁한 변명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파했다면 이렇게 쉽게 망각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소년병은 전쟁에 동원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전쟁의 최전선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총알받이, 지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몸집이 작고 재빠르기 때문에 적군을 정찰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노예처럼 음식을 만들거나, 청소를 하거나, 짐을 나르고, 그리고 병사들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주로 소년병을 쓰는 데는 무기의 간소화나 병력 충원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끔찍한 이유는 어른에 비해 조종하거나 협박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용감하고 잔인할 뿐만 아니라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어른에 비해 돈이나 음식을 덜 줘도 되기 때문에에 병력 유지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어른들의 잇속에 운동장을, 모래바닥을 달려야 하는 발로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니. 얼마나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잔인한가요.

 

 

 소년병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제이콥,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코니와 LRA에 의해 납치당하고, 그곳에서 인간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친구를 식구를 이웃을 죽이기를 강요당합니다. 그런 삶을 참을 수 없어 목숨을 걸고 도망치지만, 도망가는 과정 속에서 그들을 그렇게 악독하게 괴롭혔던 도마뱀이 사실은 일 년 전 납치당했던 아버지의 지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이콥과 친구들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어른들은 그들이 받은 상처보다는 코니와 LRA에 대한 정보, 소위 말하는 그들의 튼튼한 승진 사다리가 돼줄 수 있는 이야기에만 귀를 쫑긋합니다. 심지어 처음 그들이 정부의 군인에게 발견당했을 적에도 그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과 같은 패거리로 묻고 납치당한 자신의 가족의 행방을 묻는데 급급할 뿐이었습니다. 보호 센터에 들어와서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계속되고, 원치 않은 살상의 충격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콥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안전한 품으로 돌아왔지만, LRA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그곳에 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글이 완성될 즘 그는 같이 탈출했던 한나와 재회하게 되는 다행스러운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의 기적같은 일일 겁니다. 만화 속에서 죽어나갔던 수 십, 수 백의 아이들. 그리고 왜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고,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고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아직도 넓은 전장이라는 생지옥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개 중에서는 제이콥과 그의 친구들처럼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납치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난에 허덕여 먹고살기 위해 자진 입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진 입대를 했으니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자뿐만 아니라 후자 역시 정부와 어른들이 외면하고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소년병, 그들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비극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상조차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서 너희를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말을 하라는 건 평온한 곳에 살고 있는 어른들의 태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 소년병들을 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적어도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망각이라는 이름 아래 가둬두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 아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내는 인간만도 못한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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