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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러브
가쿠타 미츠요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굿바이 마이 러브│가쿠타 미쓰요│소담출판사│2012.04.20│p.368
“그렇게 아팠는데도 나는 또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라는 표지의 문구를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었던가, 내 마음을 조심스럽게 살펴봅니다. 뻔한 연애 소설이겠거니 하는 가벼운 마음, 이렇게 싱그러운 봄날이라면 괜찮겠구나 했지만 부디 내 심장을 너무 말랑거리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굳바이 마이 러브>를 만났습니다.
7편의 사랑이야기가 성기게 얽혀 사랑의 주체가 되고 이별의 주체가 되기도 하며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이 나도 제법 그들의 이별에 태연해집니다. p. 262 역까지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기마코는 내심 놀랐다. 울어보려고도 해보았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오히려 값비싼 보정 속옷을 벗어버리고 나왔을 때와 같은 해방감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이번 주말에 소꼬리를 고아야지, 콩을 삶아야지, 만두피를 반죽해야지. 역에 도착할 무렵에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하고 기마코는 생각했다. 나는 구로다와 헤어지기 위해 그렇게 열렬한 사랑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프지 않은 이별이야 없겠지마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이별의 무게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자위(自慰)했던 마음을 그들과도 조심스럽게 나눠봅니다.
어딘가 조금 어설프고 안쓰러운 그들을 만나며 나의 어리석음을 되짚기도 합니다. p. 49 구마 짱. 지금은 나, 네가 조금 이해된다. 평범하고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절대로 나를 쓸모없게 만들지 않아. 그런 나날의 앞에 나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할 거라고 깨달은 지금은 너를 이해할 수 있어. 구마 짱. 그들의 사랑은 한결같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동경에서 사랑을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내 안에 부족한 나를 꾸짖고 채찍질하던 모질던 날들을 이제는 웃으며 고백합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음을, 또한 사랑받을 수 없음을 나는 여러번의 사랑을 견디고서야 알았습니다. 아,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것이 사랑이었던가, 잠시의 혼란이 나를 흔들지만 그 모든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다른 방향을 걷고 있다 하여도.
p.209
중앙분리대 언저리에서 우리는 우연히 스쳐 지나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마코와 보낸 시간은 그런 순간이었을까. 그렇다면 수긍이 간다. 애초에 가는 방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함께 걸어갈 수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한순간이 지나면 그다음에는 등을 돌리는 일만 남았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한 채.
사랑, 처럼 공평하지 못한 게임이 또 있을까요? 마치 두 사람이 시소를 타듯 사랑의 무게만큼 한쪽으로 기울고야마는 불공평한 게임을,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불리하다고 말하는 게임을 우리는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시간을 보태고서야 나는 알게 됩니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했다고 해서 그 게임의 승자가 내가 아니었다고. 쓰라린 실연의 상처 또한 시간이 덮이면 흉은 남지만 고운 새살이 돋아 말랑말랑해진다는 것을.
지난 주말 죽음을 앞두고 헤어진 옛 애인을 찾아온 여자의 이야기 연극 <배고파5>를 봤습니다. 남자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여자의 존재 또한 사고와 함께 잊혀집니다. 여자에겐 시간이 없지요. 자신을 기억하게 하기 위한 여자의 노력, 그리고 그 남자 곁을 지키는 새로운 여자, 연극은 끊임없는 웃음으로 배앓이를 하게 하지만 여자의 뜨거운 고백은 그 작은 공간의 시간을 멈추게 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누군가는 함께 했던 그 사람의 소중함을 그렇게 그녀의 눈물과 함께 적십니다. p. 309 "재능이든 뭐든 유효한 건 늘 지금밖에 없잖아요.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가와 상관없고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와 상관없어요. 지금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지금 무언가 하지 않으면 미래로 이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죠. 제로 곱하기 제로는 제로이고 분타는 지금 제로예요. 히사노부씨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나도 다시 사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p. 311
원하는 바를 이루는 건 말이죠.
스스로 눈앞에 있는 걸 하나하나,
스스로 선택해서 과감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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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읽기를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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