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매미소리마저 뜨거운 8월, 지치도록 비 내린 7월, 이 더위와 비에 누구도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봅니다. "비극이라고 하면 비극이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그게 우리의 인생이었어" #나카무라 코우. <여름휴가> 여름휴가, 에 어울릴 7월의 신간들을 기대합니다.
시간의 목소리
원제 Bocas del Tiempo
에두아르도 갈레아노│후마니타스│ 2011.07.25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에세이. 총 333편의 글로 이루어진 <시간의 목소리>는 간결한 언어와 짧은 글들로 유쾌한 웃음과 삶에 대한 교훈 그리고 현대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책을 내고 난 뒤에도, 판은 물론 쇄를 거듭할 때마다 내용을 끊임없이 손보는 것으로 유명한(또는 악명이 높은) 갈레아노가 7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원래 6백 개 남짓 되었던 글을 333개로 추려 출간한 책이다. 글들은 하나같이 불필요한 언어의 옷을 벗겨 내는 과정을 거쳤기에,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겨 펼쳐진 곳부터 읽을지라도 금세 빠져들 수 있을 만큼 재밌고 독립적이다.
그의 전작을 접한 독자들은, 갈레아노가 라틴아메리카 수탈의 역사를 그려내거나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날카롭게 비판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책은 그런 익숙함에 더해 새로운 갈레아노를 보여 준다. 그것은 세상사와 인간사를 깊은 통찰로 응시할 줄 아는 작가로서의 면모이다.
그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한다. 유년 시절, 우정, 존엄성, 사랑, 고통 같은 존재론적 테마를 위한 공간도 존재하며, 새나 나무, 물, 아메리카의 신화 등도 이 책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333편의 '시간의 목소리'로 세상과 인생을 직조한다.
나의 책읽기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시간 도서들을 뒤적이며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그의 손길로 다듬어진 그의 글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휴가지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허나 가벼워 날리지 않도록 함께 하고 싶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링거스그룹│2011.07.25
창간 15주년을 맞이한 월간 「PAPER」의 발행인이자 Art director인 김원, 그의 첫 번째 작품집이다. 매달 PAPER를 통해 써왔던 '이달에 쓰는 편지'들을 엮은 글과 연필로 그린 듯한 선들이 간결한 느낌을 주는 그림, 익숙한 풍경에서 반짝거리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까지 김원의 모든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잔을 들어 올리는 순간, 멀리서 친구가 보내온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읽는 순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와락 껴안는 순간. 당신만이 알고 있는 그 소중한 이야기들, 당신이 좋아하는 그 풍경들, 당신 마음속에 잔잔히 남아 있다가 한순간에 떠올라 미소 짓게 만드는 추억들…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김원은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재치가 묻어나는 질문들을 던지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시 김원 자신에게로 향한다. 김원의 작은 이야기들은 지치고 짜증나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상에서 하나의 따뜻한 '위로'로 귀결된다.
고등학교 시절 즐거보았던 PAPER의 발행인이란다. 거기서부터 진득한 믿음은 틀을 갖추고, 그가 담아 낸 일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한 것들의 이야기가.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달│2011.07.20
은희경, 등단 이후 첫 산문집. 은희경 작가가 소설을 연재하면서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았다. 한 작가의 창작 노트이기도 한 이 책은 그렇다고 글쓰기의 이론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일상의 흐름들을 연결해 재미있고 유쾌한 읽을거리를 담았다. 열어놓은 집필실 창문을 통해 작가의 사생활 주변을 기웃거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은희경 작가의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와 악수할 수 있다.
500쪽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을 완성해야 하는 긴 호흡의 집필 기간 동안, 작가가 어떤 생각을 했고 또 어떤 사소한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거꾸로 만날 수 있다. 소설을 집필하던 일산.서울 작업실과 원주, 그리고 잠시 머물다 온 독일과 시애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들 속에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오롯이 담았다.
근시교정 렌즈를 끼면서 우리네 내면의 마이너리티를 발견하기도 하고, 킬힐을 신고 스탠딩 공연을 보러갔던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경험과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또, 동생 책상 서랍을 우연히 열었다가 그곳에서 발견한 엽서 한 장이 소설의 첫 단추가 된 이야기, 글이 잘 써지지 않던 날에 사케집에 앉아 밤새 내리던 눈을 바라보던 일 등 소설을 쓰는 기간 동안 그녀가 만났던 크고 작은 풍경과 관계들을 하나씩 펼쳐놓는다.
'은희경'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알라딘 저자 소개의 그녀가 참 예쁘다. "글을 쓰기 위해 자주 낯선 곳에 가고, 도착하면 맨 먼저 커피집과 산책로를 알아본다. 나무와 나무 이름에 관심이 많지만 집에 화분은 두지 않는다. 3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영화를 보고 3일이 있으면 여행계획을 짠다. 유럽 도시의 카페와 로키산맥 캠핑장 모두 좋아한다. 개콘과 소지섭과 못 밴드와 키비를 좋아하고, 예쁜 사람들을 편애한다. 무신경하고 무례한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쇼핑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급히 물건을 비싸게 산다. 정교하거나 독창적인 물건을 좋아하며 마음에 안 드는 건 갖지 않기 때문에 가진 게 별로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시며 여행계획 짤 때가 가장 즐겁다. 마음에 드는 소설을 썼을 때는 빼고. " 이미 지인들에게서 별점을 가득 받아, 기필코 리스트에 올려 둔 은희경님의 첫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꼭, 함께하고 싶은.
천국의 국경을 넘다
이학준│청년정신│2011.07.25
모나코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 최우수상, 영국 로리펙어워드 최우수상, 폴란드 카메라 웁스크라 그랑프리 등 국내외 16개 언론상을 수상하고, 국내 최초로 미국 에미상 후보작에 오른 휴먼 다큐멘터리 논픽션이다.
탈북자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며 밀림을 헤매고, 작은 배로 폭풍이 몰려오는 바다를 항해하고, 공안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하고, 외국대사관으로 쳐들어가며 몸으로 굴러 쓴 생생한 이야기들이 로드무비처럼 펼쳐진다. 서스펜스 소설과도 같은 긴장감과 휴먼 드라마와도 같은 감동 그리고 애끓는 사랑과 이별이 박진감 넘치는 필치로 펼쳐지는 한편의 대서사시다.
조선일보 크로스미디어팀은 2007년 3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압록강과 두만강의 국경을 지키며 강물을 넘나드는 북한 동포들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였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었다. 신문기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가 현장을 뛰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한 권의 책에 기행문 형식으로 서술했다.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뜨겁고 진실된 삶을 마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비극이라고 하면 비극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그 이야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