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마음 - 루시드 폴 詩歌
루시드 폴 지음 / 안테나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그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것이 언제였더라. 음악으로 먼저 만난 그였기에 그리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마주한 그는 내겐 다소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그리고 더 좋아졌다. 그의 음악은 한결같이 잔잔함이 다소 지루하고 졸음을 만드나 내겐 그러함이 좋았다. 특히나 비오는 날의 버스나 커피숍 창가에 앉았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를 마주한다면 그 순간 배경음악으로 흘러준다면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 않을까. 그런 그의 노랫말들을 활자로 엮여 낸 책. 그의 노래가 낯설더라도 그냥 시를 읽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특히나 얼기설기 엉성히 엮인 밤이면 그 틈을 빼곡히 메워 줄. 

그는 유능한 공학도다. 서울대 화공과를 나와 스웨덴 왕립공대 재료과학 석사를 스위스에서 박사를 마쳤다. 2008년에는 일산화질소 전달체용 미셀 의료용 물질 미국 특허 출원을 낸, 소위 엄친아다. 거기에 타고 난 감성에 유머감각까지. 그리도 많이 그의 음악을 들었지만 활자로 마주한 음악은 사실 낯설기도 했다. 심지어 그 노래의 노랫말이 이랬던가, 하고 갸웃거린다. 아이폰에 담긴 음악들을 재생하며 멜로디에 담긴 활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너는 내 마음속에 남아

 

가을처럼 슬픈 겨울이 오면 그때는 내가 널 잊을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한 외로움들이 그때는 나에게만 와주었으면.

 

아직도 작은 나의 창틈에 쌓인 했살 너에게만 안겨주고 싶어.

이러다 나도 지쳐 쓰러지면 널 잊을까.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모두 나의 이야기가 되어서 긴 호흡을 몇번이나 내뱉고서야 겨우 숨을 고른다. '음유시인' 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 ♪ 나의 하류를 지나 나는 이미 찾는 이 없고 겨울 오면 태공들도 떠나 해의 고향은 서쪽 바다 너는 나의 하류를 지나네. 언제 우리 만날 수 있을까. 어스름 가득한 밤소리,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했어.'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해.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해. 종이배처럼 흔들리며 노랗게 곪아 흐르는 시간. ♪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어주지 않았네.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이대로 괜찮을까? 하늘에 구멍난 듯 쏟아지는 비에 우산 따위로는 피할 수도 없는 요즘의 비처럼, 그렇게 황망그레 놓여진 나의 마음을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 조심히도 만진다. 그 손길이 너무나 조심스러워 나는 그만 웃어버리고 만다. 그러한 노래들.

♪ 이젠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생각해보면 언제나 여름, 가을, 겨울, 봄 기억 속에서만 변하지. 변하지 않을 어떤 계절이 온다면 약속할게. 다시 널 찾겠다고. 그의 계절은 여름으로 시작해 봄으로 끝난다. 그래서일까. 그의 노래가 봄을 닮은 이유.

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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