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숫물이 바위를
강영길 지음 / 민예원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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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것은 거의 사실이다. 책의 무대인 해청고는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동고등학교이며(학교 재단 이름이 해청학원이다.) 여기 나오는 교사들도 이름을 약간씩 바꾸었을 뿐 실제 90년대 초에 영동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선생들이다.

1994년 상문고 비리가 터져나오고 한참 사립 고등학교의 문제가 떠들썩 할 무렵 이 책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저자는 상술로 이 책을 출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문고의 문제는 언론에도 크게 알려졌고 교육부의 감사도 있었지만 영동고등학교는 그런 문제들을 살짝 넘어갔다. 그리고 영동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불합리는 고쳐지지 않았다. 선생들도 그 때의 선생중에서 실제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의 행동이 조금 성급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영동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립 고등학교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워낙 많이 발생하기에 '사건'을 발생시키기 어려운 점도 있다. 게다가 가장 순수하고 열렬한 지지자였던 학생들은 실제로 힘이 너무 없었고 입시문제와 학교 선생들의 훈계 등으로 제대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

영동고를 졸업한 학생으로서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좀 더 준비가 완비되었더라면 더 문제제기를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안타깝게도 저자는 학교에서 쫓겨가야만 했다. 그런 모습을 '세상은 다 그런거야'라며 합리시키는 나의 모습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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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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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와서 선배 누나의 권유에 의해서 붙잡히듯(?) 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바뀌어 있다는 것에서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책이다.(현실을 '즐겁게' 사는 분이라면!)그러나 과연 그런가? 책 마지막에 나오는 두가지 장면이 제일 인상깊었다. 하나는 남성의 페니스에 씌어진 가리개(?)를 벗어 버리는 것 - 이것은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알 수 있는 바로 여성들의 브래지어를 나타낸다. 사실 이것은 땀을 흡수하고 몸을 보호하는 그런 속옷의 역할 보다는 좀 더 성적 매력이 있게 만드는 도구(여성의 몸에 사용되면서도 여성 자신 보다는 남성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것 아닌가?)이다.

또 하나는 이 책의 전체 내용을 부정하는, 그러니까 마지막에 깨어보니 모두 꿈이었다는 것 - 여성이 주인되고 남성이 주인이 못되는 세상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남성들은 아마 분노할 것이다. 어떻게 남성을 이렇게 희롱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그것이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 바로 '현실'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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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물결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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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먼지 덮인 책장에서 제3물결 책을 꺼냈다. 그리고 흝어 보았다. 정녕 이것이 1987년에 쓰여진 책이란 말인가? 놀랍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만 해도 겨우 8비트 게임기 수준 밖에 인식 안 되던 컴퓨터를 보고 어떻게 재택근무와 핵가족의 붕괴(대안가족의 형성) 등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사실 저자가 말한 것이 다 실현되지는 않았다. 정보화가 진행되었어도 그만큼 삶의 질도 함께 향상되었는지, 자본가나 지배계급이 아닌 노동자와 피지배계급을 위한 세상이 되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사람들의 컴퓨터 사용이 국가나 대기업들에게 도청된다든지 하는 것은 오히려 정보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정보화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완성해 나가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읽을 때는 너무 어려워서 한 3쪽 읽고는 팽개치곤 했는데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정말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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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예감 - 1997년 제2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지원 외 지음 / 문학사상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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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사랑의 예감'은 사실 읽고도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 했다. 무슨 대화만 계속 이루어지더니 (갑자기 아틀랜타가 나오고 이봉주가 마라톤하는 것이 나오고...) 그러다가 장면이 갑자기 바뀌는 등 도저히 소설이라고 하기 힘든 것 같았다. 그냥 흘려 버렸다.
그러나 왠 말인가?! 책 뒤의 해설을 읽고 나서 '아,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보았다. 머리 속에서 엉켰던 것들이 한꺼번에 정리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따뜻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렇다. 몸은 함께 있지만 마음은 멀리 떨어진 사랑 보다는 몸이 같이 있지 않아도 마음이 같이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집 연못을 배경으로 소녀와의 사랑을 다룬 권현숙의 '연못'도 빠른 전개와 튀는 언어 사용으로 마음에 들었고, 성석제의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도 동화적이면서 상당히 재미있었다. 단편소설은 대하소설처럼 장엄함이나 위대함 따위는 없지만 나름대로 일상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기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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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수잔 앨리스 왓킨스 외 지음, 안찬수 외 옮김 / 삼인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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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적 무정부주의는 혁명에 이용될 수도 있지만, 반동에 이용될 수도 있다. 정부의 권위적인 간섭을 막자는 것이 왜곡되어 새로운 집단(초국적 자본주의)을 옹호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실 상황을 항상 직시하고 '끊임 없이'진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젊었을 때 잠깐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진보와 운동은 그것들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하고 생명력을 잃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개인적으로 나뉘어진 사회가 아닌가?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1968년 처럼 모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진보와 혁명이 몽상적인 것을 꿈꾸는 것이 아니고, 단지 지금보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책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라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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