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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의 인간을 찾게되어있다.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혹은 합리화를 위해서. 그래서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전혀 의미도 없는 인종이라던가, 성별, 나이, 더 나아가 국적, 성적 지향성등에 의해 나름대로의 구분을 짓는다. 그리고 그 구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구분짓기가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어떤식으로 행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다루어지는 유대인, 집시, 수많은 폴란드인들을 말살로 몰고 가게했던 홀로코스트의 비극, 그리고 그 커다란 역사 속에 묻힌 한 작은 인간의 생존기, 그리고 그 영향하에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피겔만은 쥐, 고양이, 돼지, 개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으로 다양한 인종을 표현하며 상징적인 구분짓기를 구체화시킨다. 그리고 구체화된 인종들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동물을 통해 감상에 빠질 수 있는 비극을 담담히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그 비극을 더욱 잔인하고 끔찍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비극이 단지 역사적인 한 무더기의 유대인에 대한 비극으로써만이 아닌 한 인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어떻게 대를 이어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한 아버지와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솔직하게 까발림으로써 사실의 리얼리티를 더욱 살아나게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생생하게 우리에게 와닿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스피겔만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담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