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 하늘에서 본 지구 366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지음, 정영문.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고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아름답다였다. 정말 한장 한장 아름답다. 단지 바라보는 시각이 땅에서 하늘로 바뀐 것 뿐인데 정말 아름답다. 마치 하얗게 내린 눈이 모든 더러움까지 뒤덮어 고철이 잔뜩 쌓인 땅조차 순백색의 설원으로 만들어 감탄을 자아내는 것처럼, 하늘에서 바라보는 지구란,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땅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번째 든 생각은 섭섭함이였다. 366장의 사진 중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산하나 독특한 건물, 또는 바라보는 시각에서 생기는 새로운 아름다움은 단 한장도 발견할 수 없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의 사진은 굉장히 큰 비중을 가지고 거의 한달에 한장의 자리는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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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세트 - 전2권
길찾기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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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열악한 한국소녀만화계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작가들 중 단연 이진경씨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출판 만화 시장을 거의 일본만화가 휩쓸고 있지만 한국 여성만화의 저력은, 그 작가주의적 정신은 요즘 일본만화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다양성과 진지한 사고방식, 거기에 걸맞는 상당한 실력은 현재 한국영화가 선전을 하고 있듯이 언젠가 한국만화가 세계의 중심에 서리라는 확신을 하게 해준다.

어떤 작가님들 책이나 만화는 패턴이 변하질 않아서 몇 작품 주루룩 보다보면 조금 질리는 데, 이진경님은... 참으로 variation in the cannon이랄까...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결코 같지 않은 변화가 느껴져 정말 좋다. 그의 대표작인 사춘기 볼때랑은 참으로 다른 느낌이다.

피플을 보면서,스토리도 너무 재밌고(C-Town에 살고 싶어요 ㅠ.ㅠ), 등장인물들도 개성 넘치고 다양하고! 유쾌하면서도 시원시원하고 속이 확 터지는 기분이였다. 그림도 큼지막하고 공간분할이 쪼잔하지 않아서 좋고, 등장인물 얼굴들도 확연히 달라서 구분이 잘 되고, 가끔 컷을 삐져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다리나 길게 세로로 분할한 화면 구성,그리고 가끔 나오는 늘씬한 언니들의 전신 모습들, 매우 좋아하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또는 아래에 올려다 보는 각도의 포즈, 정말 취향이다. ㅠ.ㅠ

게다가 만화에 보여지는 애니의 작품... 정말 하나같이 다 멋있다. 맨 처음에 나온 땅이 먹고 싶다도 좋았고 키친시리즈도... 전부 버닝이다. 이 작품들이 과천 현대미술관에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살까말까 망설이시고 있다면, 이런 만화는 사야한다고 외치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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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돌 - 김혜린 데뷔 20주년 기념 단편집
김혜린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한국만화 역사상 작가 데뷔 20년 작품집이라는 것이 나온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여러가지로 의미를 가지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학창시절부터 김혜린씨의 데뷔작부터 보아왔던 독자중의 한사람으로써 여러가지로 감회가 깊다. 오래된 작품도 있고 제법 최근의 것도, 또 신작도 골고루 담겨있는 이 작품집을 보면서 여러가지로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김혜린씨 특유의 비장미와 동양적 고전미, 그리고 진혼곡적인 분위기가 작품마다 잘 들어있다. 신화적 상상과 사회 문제, 그리고 사랑이야기까지 작품의 내용도 다양하고 또 재미도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김혜린의 작품을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물론 그의 팬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기꺼이 추천해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잘 장정된 책이고, 종이질도 상당히 우수하며 만든이들의 노고가 그대로 잘 나타나있다.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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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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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의 책은 이 책을 포함해 세권을 읽었다. 적의 화장법, 오후 네시,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 직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취향에는 두려움과 떨림이 가장 마음에 드는 그의 책이다. 노통 특유의 거침없고 분방한 표현력, 거르지 않은 속살 드러낸 감정의 폭발, 그리고 비극에서 희극을 끌어내는 놀라울 정도의 여유. 노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만큼은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중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 연유는 소설 속에서 있었던 일이 직접 아멜리 노통이 겪었던 일이기도 했고, 우리와 그다지 멀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본에서 벌어진,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회사라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노통 특유의 비극을 희극으로 묘사하는 방식에도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야만스런 권위적인 폭력과 횡포 아래에서 개인적인 방식으로 저항하고 때론 순응하며 서바이벌 하는 노통에게 그녀가 후부키상에게 했던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멜리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난 진심으로 당신 편이에요. 난 당신편이에요.'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왕따 아멜리에게 가해지는 집단적이며 정신적인 폭행의 강도는 더 이상이 없다할 정도로 강해지고, 그 폭력 하에서 공포와 떨림으로 그저 몸을 떨 뿐,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그의 우스꽝스러운 노력에도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어떻게 웃을 수가 있을까. 이 책을 읽고 웃을 수 있는 권리는 작가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그가 당하는 그 폭력이 몸서리처지게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에.

이렇게 화자에 몰입해서 그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적은 아주 드물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난 그만큼의 공감을 끌어낸 노통의 이 책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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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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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두 개의 에피그램 중 하나가 떠오른 책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중략>'

아멜리 노통은 평범한 일상에서 아주 소소한 자극으로부터 가장 일반적이지 않은 반응을 끌어내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자극이 주어지고, 그 공간과 반응을 주무르는 탁월한 능력이라고 해야할까. 덕분에 읽는 이는 상당히 빨려들어가 순식간에 그녀의 현란한 필력에 휘둘리게 된다.적의 화장법과 이 책 중 어떤 것이 전작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 두 책은 궁극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같은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마치 옷만 약간 다른 색채로 입은 쌍둥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평범한 일상에서의 시작, 예상치 못했던 자극, 연속적인 자극에 의한 휘둘려지는 내면의 공간, 일그러진 공간으로 인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변하는 주인공, 그리고 충격적(?)인 반응. 하지만 오후 네시가 적의 화장법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고 우회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아마 이미 그녀의 문체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낀 것일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썩 마음에 드는 작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녀가 가진 재능과 지식, 이런 것들이 완전히 그녀 안에서 녹아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지식 안에서 휘둘리고 있다고나 해야할까. 아마도 그래서 그녀의 주인공들이 주변의 자극에 그렇게나 휘둘리는 것인지. 건방지게 말을 해보자면, 좀 더 나이가 먹고, 여유가 생긴다면 더욱 근사한 글을 쓸 것 같다. 그렇게 힘차고 자신감 넘치는 필력에 여유가 더해진다면... 정말이지 엄청나게 매력적인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지금은 자신 안에 너무나 많은 게 넘쳐서 그걸 주체하지 못하는 느낌. 넘치는 걸 넘치는 데로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낸 뒤에 나중에 남아있는 잔잔함으로 천천히 수증기가 증발되듯 그렇게 뿜어져 나온다면... 딱 내취향에 맞는 작가가 될 듯한 느낌!(이건 왠 건방모드냐~ ㅋㅋㅋ ) 계속 지켜보고픈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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