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노통의 책은 이 책을 포함해 세권을 읽었다. 적의 화장법, 오후 네시,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 직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취향에는 두려움과 떨림이 가장 마음에 드는 그의 책이다. 노통 특유의 거침없고 분방한 표현력, 거르지 않은 속살 드러낸 감정의 폭발, 그리고 비극에서 희극을 끌어내는 놀라울 정도의 여유. 노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만큼은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중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 연유는 소설 속에서 있었던 일이 직접 아멜리 노통이 겪었던 일이기도 했고, 우리와 그다지 멀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본에서 벌어진,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회사라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노통 특유의 비극을 희극으로 묘사하는 방식에도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야만스런 권위적인 폭력과 횡포 아래에서 개인적인 방식으로 저항하고 때론 순응하며 서바이벌 하는 노통에게 그녀가 후부키상에게 했던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멜리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난 진심으로 당신 편이에요. 난 당신편이에요.'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왕따 아멜리에게 가해지는 집단적이며 정신적인 폭행의 강도는 더 이상이 없다할 정도로 강해지고, 그 폭력 하에서 공포와 떨림으로 그저 몸을 떨 뿐,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그의 우스꽝스러운 노력에도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어떻게 웃을 수가 있을까. 이 책을 읽고 웃을 수 있는 권리는 작가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그가 당하는 그 폭력이 몸서리처지게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에.

이렇게 화자에 몰입해서 그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적은 아주 드물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난 그만큼의 공감을 끌어낸 노통의 이 책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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