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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 부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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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온갖 모순의 고름이 곪기 시작하고 일부는 터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일반 사람들마저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미국 모델을 100% 맞다고 여겨 아무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동안 상식적으로 어떤 사례를 접했을 때 최소한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고민하고 토론하여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교과서에 나온 말이며, 생활의 상식이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나라 정부나 상아탑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 90퍼센트 이상이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미국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을까? 유럽은 정말 이상한 나라일까. 단순히 복지 실패로 경제에 허덕이며 사는 국가일까. 이 부분에 대해 미국인의 입장에서 자국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토머스 게이건의 이 책은 한 번 곱씹어 볼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이 저자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독일식 모델에 대해 집중적으로 해부했다. 복지를 이루는 노동/교육/육아/세금/의료 등 여러 테마별로 사회의 공공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배분되는지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사례 중심으로 쉬운 말로 풀이했다. 이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어려운 말이 아닌 직접 피부에 맞닿는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글쓴이의 생각이 스스로 자신있고 확신이 있다고 믿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동을 하면서 내는 고율의 세금이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 독일 모델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정부가 구입해주는 것은 퇴직연금, 의료보험, 교육, 대중교통, 보육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정말 필요한 것을 정부가 구입해주는 것. 이것이 복지의 핵심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 분야가 공공재로 구입되는 것이 아닌 점점 민영화로 던져지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펀드 시장이 죽고 있으니 여러 금융회사 살리려고 퇴직연금제도를 이들에게 맡기고, 의료보험의 민영화 시도, 교육은 이미 유아교육마저 몇 백만원짜리 대학 등록금 수준으로 올라가고, 대학등록금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타 필수적인 안전망이 민간의 영역으로 던져졌다. 이 때문에 가시적으로 GDP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올라간다고 해서 사람들의 소득수준이나 후생 수준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겪고 있지 아니한가? 상대적으로 GDP가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부분은 공공재 영역으로 편입시켜야 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미국식을 포기하고 유럽의 시스템을 선택해야하는 강력한 이유아기도 하다.

 

항시 대학교육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과연 4년제 대학에 나와서 그에 걸맞는 직장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 비율 조사가 왜 없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만일 그 결과치가 최악이라면, 시장의 논리에 의해 대학 등록금이 낮아지거나 일종의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상한 상상이긴 하다. 개인의 역량 운운하며 대학 교육 당국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 판단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조사를 언급한 사례가 있다. 필히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994년에 미국 노동부는 미국 대학교 졸업자가 과연 학력 수준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고 있는지 조사했다.(쉿, 이 조사는 두 번 다시 실시되지 않았다.) 지금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조사 결과는 미국 모델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노출시켰다. 다시 말해서 미국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실질' 실업률이 적어도 20퍼센트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4년제 대학교 졸업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노동부가 말하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준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도서관학 석사 학위를 취득해 사서가 되고 싶어 했던 매리언은 헬스클럽에서 스포츠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다. 제기랄! 내 주변의 20대 청년 가운데 이런 사람은 쌔고 쌨다. 근 20년 동안 후속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대학교 졸업자의 실질 실업률은 은폐되고 있다. 노동부로서는 조사해 봤자 긁어 부스럼 아니겠는가?

 - p 98~p 99

 

매년, 아니 매월, 아니 매주 20~30대 세대들이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는 뉴스를 접하는 시대다. 예술로 돈을 못 벌어 자살하고, 데이트 비용의 부담과 결혼 생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을 져 버리는 또래의 서글픈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각자 자기가 하는 삶을 누리면서 안전망을 구축해야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그런 부분에 대한 성찰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너무 미국 논리 최면에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닌지... 짧은 다리가 역습할 복지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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