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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자들 - 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
에릭 호퍼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집단동일시라는 것을 가장 먼저 의식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들어와 학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활동들을 보는 순간부터가 아닐까?
그리고 가장 '자신'의 테두리를 건드리고 피해를 본다고 느껴지는 순간
본인의 주장과 동일한 것을 제창하는 집단에 들어가 힘을 보탠다.
이는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정치적인 동물인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맹신자들의 저자, 에릭 호퍼는 이 책에
그 집단동일시가 표출되는 대중운동의 실상을 아포리즘으로 가득채웠다.
- 야유암 白 -
대한민국 대학가에서 99년도까지는 학생운동이 대세인 시기였다. 그리고 0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학생운동의 의문을 갖기 시작했으며, 03년도에 넘어서는 대학에 갓들어오는 새내기들이 사회 자체에 대한 생각, 아니 행동적인 운동을 왜 해야하는지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학내에서 외부 진보 집단과 연결맺은 총학에 대해 거부운동이 벌어졌으며, 학내 복지 및 수업 환경 등에 정책 기조를 내세운 후보들이 줄곧 당선되었고 이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 부분에 대해 민주화 이후의 학생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방황하여 바뀌었다는 측면이 있어 지금의 대학 총학이나 학생들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00학번 이전 세대들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학내의 학생 운동은 시대의 고민이 담겨있다.
맹신자들에 담긴 핵심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거나, 변화로 인해 피해를 받을 때 본능적으로 대중운동의 광신자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겉치레로 나는 정치가 싫어, 나는 비권이야 등을 주구장창 자신을 비호하여 나름 중립을 지켜려는 사람들마저 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치'를 좁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생활 정치의 범위에서는 다 포괄된다). 잘사는 사람이든 못사는 사람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맹신자가 될 수 있다. 언제, 왜, 어떻게 맹신자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 샅샅이 이 책은 솔직한 어조로 담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너무나도 솔직하게 사람과 대중의 심리를 까발리다보니 자신을 나름대로 변호했던 보호막이 사라졌다고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불온하고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정하고 인정해야한다. 지금까지 무관심을 중립으로 생각했던 사람들, 자신이 증오하는 부분을 외부 눈치에 의해 뭔가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직접적인 불호 표현을 자제하고 평가를 보류함으로써 중립을 표현했던 사람들 등 허세를 벗어 던져야 한다. 세상을 불편하게 하는 여러 가시가 자기를 직접 찌르기 시작했을 때 이들도 맹신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중립은 없고 광신자가 된다.
이 책은 전형적인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에 의해 쓰여진 글은 아니다. 다소 비전문가적 기술로 쓰여졌고, 에세이처럼 느껴져서 낯설 수가 있다. 또한, 용어도 인문사회에 대한 기초 소양이 없으면 독해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인간 사회를 꿰뚫는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여러 시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대중 운동의 본질에 눈을 뜨게 해 준다. 한 인간의 통찰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고 싶으면 이 책 일독을 권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 책만큼 세상을 읽는 통찰력을 주는 책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