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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투이아비 원작, 유혜자 옮김 / 동서고금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1년전 군대에서 읽을 책을 찾아 서고를 찾았을때 조금 낡은 이 책을 발견했다. 호기심으로 읽었을때 보물을 찾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들어보지도 않고 표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 내용은 나를 깨우치게 했다. 그 때 책은 많이 낡았지만 지금 나온 책은 표지도 깔끔하고 안에 삽화도 잘 되어있고, 읽기 하게 출판되서 나왔다.
책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고 했던가. 지난번에는 빠빠라기의 언어와 생각과 우리가 가지는 사물의 개념의 차이를 보면서 다른 세계와의 만남으로 많이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더 익숙한 언어들..
빠빠라기-사모아어로 하늘을 찢고 온 사람, 즉 백인이고
옷은 허리도롱이, 거적 이라고 표현하고
돈은 둥근 쇠붙이, 묵직한 종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좀더 문명비판적으로 더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가치가 다른 세계, 투이아비 추장에게는 가치가 없어보였을 것이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 돈과 물질이 추장에게는 큰 가치가 아니였을 것이다. 문화상대주의를 떠나 이 책은 과연 인생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여유 없이 시간에 쫒기며 좀더 더 소비하고 소유하고 돈을 벌기위해 반복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각해볼 시간을 준다.
허리도롱이라는 것이 나온다. 지금은 잘 안입는 옷이지만 브래지어기능이 있는 꽉 조이는 속옷을 말하는 것 같다. 그것에 관해 추장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몸통과 엉덩이에 많은 거적과 허리 도롱이를 걸치고 다닌다. 그래서 살갗이 흉터와 끈에 눌린 자국 투성이다. 그래서 살갗이 흉터와 끈에 눌린 자국투성이다. 젖가슴은 생기가 없고, 목에서부터 가슴 아래부분까지 묶고 등에 동여맨 거적에 눌려 젖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것에 대해 불쌍히 보는 추장이다. 우리가 살 곳을 위해 애쓰는 아파트도 그는 답답하고 종족사람들이 오면 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지극히 반문명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때론 나는 그들이 부럽다. 그리고 비판적으로 이야기 하는 추장도 부럽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돈도 많이 가진 이들도 부럽고, 추장처럼 치열하게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수 있고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고 여유롭게 삻을 누리는 사람도 부럽다. 그래서 때로는 세상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것을 부러워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아간다.
빠빠라기들은 남태평양까지 그들에게 기독교를 전해준다. 그래서 투이아비 추장 등은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 그의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받아 살게 되지만, 추장은 왜 백인들은 그 빛을 알고 있으면서 믿지 않고 우상(돈, 물질)을 숭배하느냐고 말한다. 백인들이 전해준 복음은 그들에게 전쟁을 그치게 하고 평화를 줬지만, 왜 그들은 전쟁으로 서로를 죽이느냐고 외친다.
이 책은 읽기 쉽고, 삽화도 좋다. 중고등학교 같은데에서 추천독서 몇번 올려주면 좋을 듯하다. 언제 읽어도 좋은 책이지만 청소년때 읽으면 더 좋을 책같다. 더 좋은 화음의 핸드폰, 더 좋은 화소의 핸드폰, 화려한 옷 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언제나 시테크, 재테크 하면서 성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2003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서 존재하지 않은 다른 세계의 외계인이 우리를 봤다면, 지구 저편에 존재하는 거의 100년전 쯤 다른 세계 추장의 모습으로 우리를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