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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데미안이라는 녀석의 이름을 처음들은 것은 고등학교때였다. 친구녀석이 데미안을 읽더니 황홀했던지 감성적으로 이 책에 대해서 청소년시기에 읽을만한 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멜로북(?)으로 청춘들의 애정행각을 버리는 책인지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가슴떨리는 사랑을 구하게 될 것 같은 책인지 알았다.
이게 끝이었다. 순수문학작품 별로 안좋아하던 나에게 이 책은 그냥 유명한 고전으로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집에 구석에 있던 문고판 데미안을 잡게되었다. 이제 나도 어디가서 데미안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얼마나 기쁜가. 아 사랑은 얼마나 낭만적일까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데미안이 아니고, 녀석은 사랑스런 연인의 이름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크로모로부터 해방시켜준 친구 데미안에게서 감사를 느낄 수도 없었다. 다만 가난한 크로모가 부유한 싱클레어의 약점을 가지고 착취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크로모와 싱클레어의 추악한 인간의 심성을 보았다. 신비로운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구원자였고, 진실한 친구였을것이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허영심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일찍 부모님께 고백했다면... 과연 데미안과의 만남이 이루워졌을까 생각해봤다.
싱클레어, 이 녀석은 데미안 없이는 타락하는 인간일 뿐이다. 녀석은 데미안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마치 연인들이 사랑하는 자기가 없으면 죽을 것 같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몽롱하다. 뭔가에 홀린듯 싱클레어는 꿈꾸고, 홀린듯 그림을 그리고, 뭔가에 홀린듯 데미안을 만나고, 그리고 에바부인을 만난다. (여기서 에바부인과 신세기엔반게리온의 에바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왠지 은연중 같은 알 모티브를 채용하고 몽롱함을 추구한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이젠 몽롱하다 못해 어지럽다. 그리고 데미안에게서 얻었던 해방은 다시 어지러운 세상으로 헤메이게 된다. 어지러울려면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이나 어지럽지 왜 나한테까지 전이 되는지, 지하철에서 책 읽고 오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질뻔했다.
꿈이라는 것은 좋다. 환상도 좋다. 몽롱한 것은 더욱 좋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이것들을 연구했을 것이다. 나도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그러한 환상속에서 나의 현실을 맡길 순 없다. 프로이트의 역활은 이러한 꿈과 성에 관에서 연구하는 것으로 끝나고, 헤세의 역활은 이러한 것을 자신의 삶과 작품에 반영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다 내 한몸 어지러울 때 어떻게 사회를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겠는가. 천재여 그래서 괴로웠던 헤세여. 당신마저 세상을 등지면 평범한 나는 어찌하리. 당신은 알 속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알을 깰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을 파괴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불행히도 날개도 없습니다. 제발 환상속에서 태양을 쫒다 불속으로 간 이카루스처럼 되지 마시기를...
이제 데미안은 알속으로 들어가고 건강한 포유류 싱클레어는 나와서 세상으로 뛰어갈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