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판화스러운 글씨체 아래에 두 사람이 악수하는 그림.
무엇보다 강렬한 노란 바탕에 검정 인쇄.
표지를 보는 순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끓어 올랐다. 
'작당'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어감이 뭔가 비밀스러우면서도 통쾌한 구석이 있는 데다가 무려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라니.


저자는 행복이 4C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4C란, 관계 connection, 소명 calling, 유희 celebration 그리고 통제 control를 뜻한다.
4가지 모두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모두가 연관되어 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특히 관계와 유희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즉, 즐거운 관계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즐거운 관계는 어디서 오는가? 바로 대화다. 대화는 우리를 행복의 길로 이끄는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유쾌하고 배려할 줄 아는 대화"를 설명하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대화의 목적은 이기심과 탐욕 넘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즐거운 관계를 누리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행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대화의 의미는 이처럼 중요하며, 저자는 책의 본론에서 이러한 대화의 여러가지 방법과 가능성을 설명한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폭 넓은 학술적 배경을 논하고 있다. 심리학, 법학, 사회학, 여성학, 생물학, 경제학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논거를 들면서 본인의 주장을 전개하는 것은 풍부한 글읽기의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 번역판에는 풍부한 참고문헌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의 주장이 담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 뿐만 아니라 저자가 참고한 책들과도 만나는 체험이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마 분명 원서에는 참고목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생략된 참고문헌 목록은 무척 아쉽다.

이 책에서는 대화를 위한 원칙과 방법에 대해서 다양하게 논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행복을 위한 대화의 원칙이 인상적이다.

제 1원칙: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당당하게 말하라
제 2원칙: 경청하라
제 3원칙: 친절하라
제 4원칙: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말하라
제 5원칙: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
제 6원칙: 좋은 질문을 하라
제 7원칙: 평등하라
제 8원칙: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
제 9원칙: 거침없이 웃어라
제 10원칙: 삶을 모험이라고 느껴라
제 11원칙: 자유롭게 말하라

그 외에도 변화를 위한 3가지 대화 원칙, 곤란한 상황을 돌파하는 대화법, 갈등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등 마치 CNN의 전설적 앵커 래리 킹이 썼을 법한 '대화'에 관한 다양한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나아가 교육제도와 민주주의까지 확장되어 그 의미를 논하고 있다. 작은 대화에서 출발한 불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와 공동체 전체의 이슈로 타오르고 변화를 이끌었을 때, 결국 이는 다시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큰 구성이다. 이쯤에 이르면, 대화의 가치는 단지 나와 너의 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후반부에 가서는 지나치게 흥분하여 말하는 것이 아쉽다. 책 자체가 마치 독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전개되고 있는데, 문제는 스스로의 속도감에 매몰되어 앞부분에서의 날카로움과 균형감각를 잃어 버렸다는 점이다. 스스로가 밝힌 원칙 중에서 경청하며 친절하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는 원칙이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급함과 당위성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 버리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두 번째 아쉬운 점이다.

책의 원제는 거실 혁명 (Living Room Revolution)이다.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거주 문화 자체가 다른 한국 현실에서, 요즘 '거실'을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가족끼리도 거실에서 공유하는 시간보다 각자의 방에서 5인치 화면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으며 거실 공간도 50인치 괴물이 중심을 차지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함께 웃고 떠들며 작당하라. 우리 집 거실에서부터 유쾌한 혁명이 시작된다."라고 하지 않던가.

 
세상이 팍팍하다고, 재미 없다고,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불평하기에 앞서 
가장 가까운 '세상'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해보자. 정말 진부하게 들어 왔지만, 막상 그 의미를 깨닫고 체득하기 쉽지 않은 말이 떠오른다.  '행복은 내 안에 있다'라고. 지금 마우스와 터치스크린에서 손을 떼고 바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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