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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모기룡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런데 왜 당신은 그만큼 인정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한가?
혹시 당신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아닌가?
어쩌면 당신은 착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들이 정작 왜 불행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만약 정말 ‘착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접근 방식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독특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그런 부분이다. 새로운 윤리사상이라 할 수 있는 ‘덕윤리’를 통해서 개인이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의 책이지만, 아쉽게도 저자 서문을 넘기고부터는 흥미를 유지할 만한 요소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책의 구성은 1. 착함이란 무엇인가, 2. 당신은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 3. 어떻게 덕을 실천할 것인가 라는 3장 아래에서 15개의 챕터가 있으며, ‘덕윤리’가 어떻게 21세기의 새로운 선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표현 방법이나 표현 내용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도덕 관념 혹은 상식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하나하나 반박을 하면서, 그 대항마로 내세우는 ‘덕윤리’는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덕윤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어디 시골 동네 이름인지도 모르겠다만, 덕윤리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덕윤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행해져야 할 작업은 덕윤리의 정의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핵심 과정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마치 당연히 덕윤리에 대해서 독자들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출발하는 기분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기존의 의무론과 공리주의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약점을 들어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덕윤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한사랑에 가까운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덕윤리는 마치 완전무결하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즉, 저자 본인이 덕윤리에 대해서 속된 말로 꽂혔다고 해서 너무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으로 높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첫번째 문제점에서의 당위성에서 파생된 것이라 생각한다. 덕윤리의 도래 자체가 너무나 당위적이기 때문에, 덕윤리를 비판하는 모든 논리에 대해서 방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그 방어의 도가 지나쳐서 마치 용비어천가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위험한 부분은 편파적 사랑의 가치에 대해 주장하는 부분이다. 국수주의와 민족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에 걸쳐 입증된 사례인데, ‘나쁜 동기’를 지닌 공동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공동체를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지구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만약 이게 정말 보편적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 인류가 초인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는 책상머리 연구자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이 없었던 것은 5절 오타쿠는 착할까, 착하지 않을까라는 부분이다.
오타쿠는 결과적으로 해롭다고 비판하면서, 공리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좋으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오타쿠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해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착각이며, 덕윤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해로운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공리주의적 주장에 대한 비판을 약간 비틀어 보자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자는) 덕윤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덕윤리는) 좋은것’이라고 밑도 끝도 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즉, 저자 역시 자기 편의주의적으로 공리주의적 관점에 빠져서 덕윤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불필요하게 오타쿠를 꺼내어 들어서 본인의 설익은 주장을 논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저자는 오타쿠를 변태 또는 역겨움의 존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논리 전개 자체의 미흡함은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편협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철학과 윤리를 논하는 '논리적인' 책은 거의 읽지 않은 나로서는 그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 읽은 기억나는 책이라곤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조금 확대하자면) ‘만들어진 신’ 정도일 것이다. 비교 대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내공을 쌓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불공평한가? 똑같은 한 권의 책을 두고 읽어야 하는 ‘독자’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평등하다고 생각된다. 모기룡 씨는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자기 논리에 있어서 불필요한 부연설명이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정작 본인의 핵심 메시지도 놓치는 우를 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은 저자의 주장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이도 저도 아닌 방어논리가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정작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이는 인터넷 글쓰기, 블로그 포스팅 성격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다. 만약 저자가 덕윤리의 가치에 대해서 주장하고 싶다면 끝까지 밀어부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자기 소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한없이 움츠러들면서 (마치 악성 댓글에 미리 ‘쉴드’를 치듯이) 정작 자기 소신이 불필요한 곳에서는 과잉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소신과 내공이 300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일관적으로 펼쳐 나가기에는 아직 미흡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