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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위한 독서 모임 -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나의 첫 번째 연습실
김민영 지음 / 노르웨이숲 / 2025년 11월
평점 :
혼자 읽을 땐 ‘재미있다, 잘 읽힌다, 감동적이다, 잘 썼네’와 같은 ‘기분의 언어’가 주로 남는데요. 함께 토론하면 ‘사례가 어떻다, 구성이 어떻다, 문체가 어떻다, 결론이 어떻다, 책 표지가 어떻다’ 같은 ‘이성의 언어’가 늘어났습니다. 나무만 보다, 숲이 보이니 점차 시야가 넓어집니다. (p32)
1. 예전에 출근길에 문유석 작가의 『쾌락독서』를 읽다가 사내 독서모임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을 보고, 그 길로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독서모임을 만든 적이 있다.
2. 한 달에 한 번,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는 모임이었다. 그 전에도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내가 읽은 책을 간단히 소개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3. 그러다 올해 ‘경험’, ‘커뮤니티’에 대해 고민하던 중 마침 트레바리와 인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멤버로 참여해보고, 리더로 운영도 하고.
4.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각자 책을 소개하던 때에는 내 생각을 말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동일한 책을 두고 이야기할 때는 탁구공처럼 생각이 오가며 훨씬 깊은 대화가 가능했다.
5.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책 한 권을 매개로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6. 회사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나는 얼마나 많은 자기검열을 했던가.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면서. 혹은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마땅치 않아, 피상적인 대화만 반복하진 않았나.
7. 그래서 ‘책’이라는 매개체의 힘이 좋았다. 다만 독서모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었다.
밑줄만 옮겨 적던 제가 작가의 세계관이나 질문을 고민하게 된 것은 독서 모임의 질문인 논제를 만들고 서평을 쓰면서였습니다. (p.252)
8. 책을 고르고, 발제문을 만들고, 토론을 이끌어가는 일은 혼자 읽기와는 전혀 다른 고민을 요구한다.
9. 혼자 읽을 땐 좋았던 책이 과연 ‘함께 읽기에’도 좋은 책인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각자의 경험과 일상을 끌어내는 질문을 던져도 괜찮은지, 내향적인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자리는 어떻게 만들지 등.
10. 김민영 작가는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어렵다며, 독서모임이 끝난 뒤 메모를 다시 보거나 후기를 쓰며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한다. 심지어 모임 내용을 녹음해 되짚어본다는 대목에서는 그 꼼꼼한 태도에 감탄했다.
11. 잘 듣는 건 기본이다. 편히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각자 고유한 이야기를 하고, 그 사이에서 공감의 힘이 자라나도록 돕는 것. 저자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작가는 독서모임 경력만 20년.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내게 실용적인 ‘꿀팁’을 소소히 알려준다. 혼자 읽을 때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사람들 사이의 합과 관계, 그리고 그 시간을 채워줄 책과 토론거리까지.
독서모임 운영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질문들과 장면들이 책 속에 촘촘히 담겨 있다. 인생 선배가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느낌. 독서모임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수긍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저는 잘 듣고, 자세히 듣고, 정확히 듣는 진행자의 일을 매우 좋아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책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답니다.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