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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우리의 직관은 유사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중략)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사건의 빈도를 판단할 때, 사건과 고정관념의 유사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p.322)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판단의 오류에 빠지는지를 보여주며, 이를 경계하기 위한 8가지 사고 규칙을 제시한다.
- 세상의 복잡성을 인정하라.
- 수치로 사고하라.
- 표본의 편향을 막아라.
- 인과관계의 어려움을 수용하라.
- 우연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 불확실성을 예측하라.
- 딜레마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라.
- 직관을 맹신하지 말라.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는 모든 사안을 매번 깊이 고민할 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외부에서 빌려온 의견에 쉽게 의존하고,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며,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빠르게 패턴을 만들어 판단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발생한다.
저자는 데이터 분석가답게,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정량적 사고를 훈련하고 정보와 잡음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원제는 <Think Clearly>지만, 한국어판 제목인 <직관과 객관>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 직관에서 한 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 —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다만 인공지능보다 더 나은 인간의 역량으로 ‘직관’이 다시 주목받는 요즘의 분위기 속에서 보면, 이 책은 다소 고전적인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조하는 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불확실성을 예측하라>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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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측 산업은 하나의 독립적인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 스포츠, 경제, 기후, 문화까지 전 분야를 대상으로 예측하고 베팅할 수 있는 폴리마켓, 칼시와 같은 플랫폼이 금융의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상을 누가 받을지를 두고도 베팅이 열린다. 현재 켄드릭 라마의 Luther가 49%, 로제의 APT가 15%다. (로제 화이팅!)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다. 2026년 서울시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예측 시장도 이미 열려 있다.
특히 스포츠 베팅처럼 도박과 다름없는 영역이 금융화되면서, 사람들의 도파민을 자극해 전 세계의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세상’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거래 대상이 되는 시대다. 그렇다면 정보를 더 많이 쥔 사람들은 예측 시장에서 압도적인 차익을 얻게 될까?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전보다 더 쉽게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글쎄. 그냥 다수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까. 마치 원래 내 생각이었던 것처럼)
저자는 스페인의 예측 사이트 메타큘러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메타큘러스 이용자들은 정보에 근거해 명확하게 판단했고, 정확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들의 결론은 내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그들의 예측을 읽는 데는 5분이면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나는 그들과 같은 결론에 이르기까지 언론 보도 자료를 샅샅이 뒤지고, 소셜 미디어를 살펴 보면서 군사 전문가의 분석 의견을 읽느라 몇 시간이 걸린다. (p.277)
객관적 판단을 위해 더 많은 정보와 분석을 했는데, 결론은 동일하다는 아이러니함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예측 플랫폼이 진정한 집단지성을 구현하는지, 아니면 밴드왜건 효과로 다수의 선택에 더 쉽게 쏠리게 만드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보와 잡음을 구분하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데이터 해석은 단순하지 않다. 정량적 관점과 인본주의 관점을 함께 통합해 사고해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은 타당하지만,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태도는 비판적 사고일 것이다. 세상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너무 빠른 판단을 경계할 것.
이 책은 정답을 주기보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붙들고 생각해야 하는지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