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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평점 :
책 제목이 궁금해서 색다른 육아서인가 했는데, 가족여행기다. 미국, 태국, 중국, 프랑스, 체코, 홍콩을 틈틈히 여행하고 쓴 에세이다.
책에서 와이탄 야경을 보기 위해 지하철 역에서 내렸는데 잘못된 출구로 나간 후 한참 걸었던 일화가 나온다. 아이들이 온종일 걸어서 지칠 수 밖에 없으니, 가는 길에 6.25 전쟁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한참 피난을 가는 중이라고 설명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겠지만, 읽으면서 인상깊었다.
_ 우리가 와이탄의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상점이나 빌딩, 강의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피난 체험'일 것이다. 사진에는 남아있지 않은, 오로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해 우리 가족 넷이 서로 맞추어 보았을 때만 비로소 완성되는 천 피스 퍼즐 조각으로 말이다.(p.152)
나는 결혼 전에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결혼 후에는 주로 아시아를 여행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에는 첫째를 데리고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폴, 베트남 등을 여행해서 첫째가 26개월쯤 되었을 때 여권에 찍힌 도장만 10개가 되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마도 남편 직장이 항공사라서, 비행기에 자리만 남으면 어디론가 갔던 것 같다. (파일럿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둘째가 있어서 4명이 어디론가 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느낌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탐난다. 4명의 가족이 함께 여행다니면서 남긴 기록이 꽤나 멋져보인다. 특히 아이들의 엉뚱한 호기심이나 생각을 담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을 담는 것보다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좀 크면, 나도 기록을 남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모든간에 아이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그런 이유로 사교육도 시키고, 여행도 다니는 것일테다. 우리 아이들이 더 넓게 세상을 보고 사고의 폭이 컸으면 하는 바램일거다.
사교육과 여행을 꼭 선택해야하나. 둘다 다 하고싶은데... 어쨌든 책 제목은 잘 지었다.
*서사원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여행은 그 장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의 일과 연결되고, 이후의 경험과 통하고, 다른 여행과 이어진다. 아무 때고 넘나들며 오갈 수 있는 신비한 사차원 통로 같다. - P165
한 번의 여행이 끝날 때마다 우리 가족은 성큼성큼 자란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또 다른 기대감을 안고 지도를 펼쳐본다. 함께여서 좋았고 함께여서 더 좋을, 가족 여행은 그런 것이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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