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다 읽었다. 후딱. 빠르게. 반전. 그것도 조금 아픈 반전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해져 버렸다. 배드 엔딩은 아니다. 배드 엔딩은 아닌 것처럼 그려졌다. 그렇지만 배드 엔딩 같았다. 인간이, 특히 주인공이 주체가 아닌 수단으로 그려져서, 거기에 주체적인 면이 있었나 하면 그것도 모르겠어서... 마음이 떨떠름했다.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이 어떤 거대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음을 알게 될 때, 그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는 인간도 있을 수 있고,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도 있을 수 있겠지. 만약에 그런 어떤 것이 있다면 차라리 멋진 징조들처럼 노력하고 뒤틀려하고 그런 것이야 말로 그 목적으로 향하는 것이었다고 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은데. 이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하는 '납득'은 어딘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비행기와 유목민의 이야기는 참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인간은 신이 그려놓은 거대한 틀 안의 하나의 나사일 뿐이라면,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뜻하는 바대로 결정해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뜻과 의지에 따라 만들어져서 그 목표를 향해 그저 나아가고 있을 뿐이라면, 모든 과정들, 모든 내 마음의 흔들림과 만남과 아픔들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거대한 목표따위 인간은 모르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런 것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순간은 목적으로 삼아, 지금 내가 체험하는 지금 이것만이-내가 생각하는 순간 내가 존재하는 것인냥, 지금 내가 생각하고 체험하는 순간만이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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