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설명할 때 항상 하는 짜장면 값 얘기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은 5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외식 문화가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짜장면은 졸업식 때 먹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6천원 정도 한다. 12배 정도 올랐다. (논외로 짜장면과 별 차이 없었던 짬뽕은 현재 짬뽕지존에서 만원이다. 혼자 너무 올랐다. 투자로 치면 고평가 항목이다)
짜장면 가격 예시는 시간이 갈수록 모든 자산은 우상향한다는 믿음이다. 나도 물론 동의한다. 금본위제를 벗어난 유동성은 당연히 우상향 방향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믿음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에 관한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도 비슷한 주제를 예상하며 읽었다.
슬로다운은 감소가 아닌 감속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슬로다운은 단순히 디플레이션이나 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슬로다운은 감소가 아닌 감속을 의미한다. 감속은 잘 느껴지지 않으며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슬로다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모든 환경에서 벌써 많은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슬로다운의 영역도 단순히 자산뿐만이 아니다. 부채, 데이터, 기후, 기온, 인구, 출산율, GDP, 임금 등 우리 생활에 관계된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거의 모든 영역이 전년도 대비 증가율이 감속하고 있으며, 감속을 넘어 감소되는 항목도 나타난다.
지구의 인구 증가율은 1960년대부터 감소되었고 머지않은 미래에 인구 수도 감소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출산율이 가장 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이민 정책을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이민자 한명 한명을 고마워하는 시대가 올 거라는 예상도 해본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데이터 중 2가지가 크게 인상에 남았다. 데이터와 나스닥 지수이다. 현재 데이터 수는 내 생각보다 증가율이 매우 적었으며 나스닥 지수는 내 생각보다 증가율이 너무 크다.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데이터의 홍수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위키피디아 신규 등록수 정점은 2007년이고, 그 이후는 오히려 신규 등록수가 줄고 있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네덜란드 신간 발행령은 1995년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신간 발행이 줄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항상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나스닥 지수는 다음 표를 보고 약간 두려움이 느껴졌다. 1970년 이후 2007년까지 오늘 폭보다 2019년까지 매우 크게 상승했으며 아래 표에는 없지만 2019년 이후 현재까지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