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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최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관계의 양면성은 무엇보다도 헌신과 개별화의 양면성인 것이다. 이런 양면성을
억누르면, 따라서 또한 우리의 분리 공격성을 억누르면 관계는 우리에게 훨씬 더 위험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관계 자체가 훨씬 더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독립성이
사라진 공생 관계에 빠지거나, 이런 친밀감과 거리감의 끊임없는 수정이 없으면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친밀감과 거리감의 양면성은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모든 상실 불안의 토대를
이룬다. (p. 236)
이런 분리 불안에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공허함과 지루함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하면 불안감에 휩싸인다. 또는
존재가 부정되고 무가치해지는 것에 대한 커다란 불안과 절망감이 꿈틀댄다. (p. 266)
이 통합과 거리 두기의 단계에서는 더 이상 강렬한 사랑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인간이 ‘작별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이 이미 통합 단계에
있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여전히 초기 관계의 강렬함이 남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진실하지 못하다. 작별하는
존재란 삶이 죽음을 포함하므로 늘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p. 283)
현대인에게 ‘불안’은 통제
불가능한 상수와도 같습니다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평안(平安)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인데, 우리는 대부분 무언가를 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있어 이 상태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발전은 우리를 온종일 일종의 ‘불안 중독’에 빠지게 만듭니다. 이
세상엔 어찌나 사건사고가 많은지, 이 모든 일이 나한테도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으로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되는 것-아니면 잠깐만 보려던 쇼츠를 두 시간 동안 보다 후회에 빠진다던지-이죠. 이처럼 현대인의 만성질환이 되어버린 불안은,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처방은 이미 불안이 패시브 스킬로 장착된 사람에게 사후약방문에 불과합니다. 이럴 때에는 근본적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이것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죠. 불안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걸까요?
‘불안에 관하여’는 카를 융 심리학 권위자이자 심리 치료사인 베레나 카스트 교수의 저작으로, 무려 15판까지 출간된 ‘불안
심리학’의 고전입니다. ‘우리는 왜 불안한가?’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불안을 인간이 아플 때 생기는 증상으로
정의합니다. 즉, 불안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위험
신호라는 것이죠.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말이 맞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나의 상태-외모, 직업, 심리 등 내∙외면 전반에 대한-불안, 나의 불행한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타인과의-가족 등의 정서적으로 가까운 이들을 포함한-관계에 대한 불안 등은 방치하면 우리를 ‘불안병’에 걸리게 만들고, 이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데미지를 입히게 되는
것이죠. 또한 불안은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무의식의 측면에서 그 원동력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불안이 초래하는 신체적, 심리적 상태나 불안으로 인한 장애도 각양각색입니다. 저자는 불안을 해소하는 여러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에 맞서는 자세, 즉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안이 전달하는 감정적 신호에 주모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불안을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써 머리맡에 꼭 두어야할 필수재와도 같습니다. 누구든 불안하지 않은
자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불안을 품고 보듬어 우리 모두가 희망의 바다에서 유영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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