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농의 샘 1 펭귄클래식 143
마르셀 파뇰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분은 '프로방스'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보랏빛의 라벤더 꽃밭?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알퐁스 도데의 '별'? 적어도 이 소설 '마농의 샘'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프로방스를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남쪽으로는 지중해와 접하고 북쪽으로는 알프스산맥이 자리한 구릉지대인 프로방스 지방은 석회암과 얇고 황량한 토양, 건조하고 불규칙한 강수량, 가파른 오솔길과 구릉지대, '미스트랄'이라고 불리는 차갑고 건조하고 강한 북서풍이 부는, '척박함' 그 자체인 곳이다. 우리가 프로방스에서 떠올리는 예술적이고 여유롭고 따뜻한 이미지는 이런 땅에서도 잘 자라는 라벤더와 포도나무, 갖은 야채를 요리한 라따뚜이, 소박하고 고풍스러운 프로방스 건축 양식이라는 지리적인 한계의 의외의 결과인 것이다. 이런 척박한 산악 지대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하이디의 순진무구함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프로방스의 한 곳에 위치한 150명가량의 작은 산골 마을 레 바스티드 블량슈.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제일 고지대에 위치한 저택의 소유자인 수베랑 가문의 유일한 직계 생존자인 미혼의 파페 노인이다. 그에게는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인 조카 위골랭이 있고, 위골랭은 조금은 모자라지만 순박한 청년으로 절친의 권유와 부유한 파페의 도움으로 이 척박한 곳에 카네이션을 재배해서 큰돈을 벌고자 한다. 그의 바람의 유일한 걸림돌은 카네이션을 재배하는데 필수적인 대량의 '물'이다. 마침 마을에는 농가가 한 채 있었는데 그들은 농가에 딸린 샘이 관리를 하지 않아 사실은 복원이 가능했으며 화훼에 최적인 옥토를 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원래 주인으로부터 이를 헐값에 차지할 음모를 꾸미고 결국 성공하게 된다. 그런데 이 농가의 상속자인 도시에 살던 꼽추 장 드 플로레트와 그의 아내, 어린 딸이 정착하게 되면서 일은 꼬이고 만다. 장은 꼽추이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성실한 사내였으며 물을 끌어올 샘이 없는 이 땅에 토끼 농장과 토끼에게 먹일 호박을 재배하려 한다. 파페와 위골랭은 불굴의 의지로 거침없이 준비하는 장에게 위기를 느끼고 결국 장의 땅에 있는 샘의 수원을 시멘트로 발라버리는 계략을 실행한다. 장이 몇 주만 비가 오지 않아도 농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프로방스의 대지의 잔인함에 무릎을 꿇고 떠나기를 바라며. 그들은 장이 떠날 결심을 하는 순간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장이 도시로 돌아가 겨우 생활할 정도의 헐값을 주고 농가를 사고 가문의 위엄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들의 바람대로 장은 물 때문에 농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샘을 찾으려는 노력은 가열차게 실패하며, 기약 없이 한참이나 떨어진 샘에 하루 종일 물을 실어 나르게 된다. 과연 음험한 수베랑의 바람대로 장은 농사를 포기하고 떠날 것인지?

여기까지가 겨우 소설의 4분의 1 정도 분량이다. 어떤가, 매우 흥미진진하지 않는가? 전직 세무 공무원인 도시인 꼽추 1인이 마을의 권력자 수베랑 가문과 그들을 두려워하는 마을 주민 150명을,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이 싸움을 이길 수 있을까? 꼽추가 물 한동이를 얻기 위해 찢어진 신발을 살 돈도 없어 맨발로 노새 단 한 마리를 끌고 거친 미스트랄을 헤쳐나가며 뜨겁다 못해 타오르는 햇볕 속에서 일사병에 걸리도록 하루 종일 왕복하는 것을 바라만 보던 마을 사람들에게서 농촌의 후한 민심은 찾아볼 수 없다. 꼽추의 땅 어딘가에 물이 콸콸 솟아올랐던 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베랑의 진노가 두려워 침묵하는 그들을 보며 떠오르는 것은 순수한 분노뿐이었다. 윽박지르고 협박을 해서 쫓아내는 것이 차라리 더 옳은 일이리라. 그랬다면 장과 그의 가족, 소설의 제목인 '마농'에게 불행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니.

하지만 여러분은 이 소설을 분노만 하며 읽지는 않을 것이다. '인과응보'라는 고사성어가 찰지게 들어맞는 속 시원한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다. '삼대에 걸친 엇갈린 사랑과 가혹한 운명을 그린 불후의 명작'이라는 출판사의 소개 글이 어찌나 이토록 딸 들어맞는지!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가혹한 운명을 맞았던 아름다운 소녀 '마농'에게 찬란한 미래가 열릴 것인지 직접 확인해 보시라.

#마농의샘 #프랑스소설 #프로방스 #서평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러드차일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와일드 시드'를 처음 읽고, 오랜만에 전작주의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독서한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렇게 글 잘 쓰는 작가를-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SF장르문학을-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이번에 읽은 버틀러의 소설은 '블러드 차일드'로, 그녀의 유일한 단편집이라고 한다.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 수상한 표제작 '블러드차일드'를 비롯한 대표 단편소설 7편과 작품관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2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블러드차일드'는 숙주의 몸 안에 알을 주입하는 일부 곤충 종의 생식 방법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버틀러는 이 아이디어를 다른 지적 문명에게 정복당한 지구인의 이야기와 접목하여 외계 생명체와 이들로부터 보호를 제공받는 대신에 '특정한' 의무를 지닌 인간들과의 공생 관계의 복잡 미묘함을 훌륭하게 포착해 낸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외계인의 알을 품고 부화까지 가능한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었기에 생존했고, 외계 생명체들은 이들을 사육하지 않고-인간이 소나 말 등을 가축화하는 것과 같이-일종의 동반자로서 연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성 외계 생명체들은 자신의 알을 품게 될 인간 남성을-여성도 가능하긴 하지만 대부분 남성이 선택된다-소중히 여기고, 남성 또한 여성 외계 생명체를 이성 간이나 부모에게 느끼는 것과 유사한 감정으로 대한다. 그러나 알이 인간의 배를 뚫고 부화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서 나오는 그 씬과 유사하며-물론 외계 생명체의 능력으로 인간은 치유가 가능하며, 평생을 몇 번이고 숙주가 된다-, 간혹 감정을 통제 못한 외계 생명체가 숙주인 인간 남성을 먹는 사고도 발생한다. 그러기에 주인공의 또 다른 형제는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하는 주인공을 격렬히 비난한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집단의 연대와 공생, 그 아름다워 보이는 현실의 이면의 고통과 희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낼 수 있을까'라며 감탄 또 감탄하며 읽은 단편이었다.

표제작 블러드차일드가 너무나 훌륭한 나머지 나머지 단편과 에세이 역시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임에도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어볼 여러분은 표제작을 제일 나중에 읽을 것을 권한다. 지금은 버틀러의 또 다른 대표 장편소설인 '쇼리'를 읽고 있다. '눈을 떠 보니 흑인 소녀이자 뱀파이어였던 건에 관하여' 정도의 내용인데,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버틀러 #SF장르소설 #서평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문자의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더욱 큰 자극과 성취감을 위해 결국에는 매니아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게 취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독서'라는 취미에 있어서는 '장르 문학'이 그렇다고 할 수 있고, 본서와 같은 추리/미스터리의 경우는 장르 문학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SF에 비해 소수파이니 더욱 그러하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이렇지만 일본의 추리/미스터리 장르문학은 그 역사와 저변이 깊은 만큼 국내외에 많은 독자층이 존재하고 있다. 추리소설계의 탑 오브 공장장 오브 공장장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매년 쏟아내는 작품을 다 소화하고 있는 현상이 그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나는 장르문학을 좋아함에도 아직까지 그의 소설을 한 편도 읽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작품 수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그의 팬이 있다면 세 작품만 추천해 달라.

히가시노 게이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망 있는 일본의 추리/미스터리 작가인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을 읽었다. 예전부터 꼭 읽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는 항상 대출 중에 알라딘 중고서점 재고 역시 항상 없었기 때문이었다.(나는 처음 읽게 되는 작가의 책은 대여나 중고서적으로 구매하고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사서 보는 편이다.) 이 소설은 웹소설식 제목으로 짓는다면 '미남 영어 선생님이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 살인귀였던 건에 대하여'라는 정도의 내용인데, 잘생기고 능력 있고 친절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실제로는 자살이나 실종으로 위장하여 주변인을 지속적으로 살인했던 사이코패스였는데 선생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을 교묘하게 제거해 나가던 그의 범행이 들통나게 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자신의 반 학생 전원을 죽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이코패스물 장르소설은 생각보다 흔하며, 나름의 장점이 있다. 사이코패스가 범인이라면 구구절절한 사연 따위는 없을 것이 분명하고, 독자는 잔혹하고 엽기적인 살인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의 살인 트릭이 일반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기괴하고 예측 불가능함에서 오는 수사의 어려움도 소설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좋은 요소가 된다. 주인공 하스미 세이지는 사회화된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는 사이코패스의 특성 중 하나인 뛰어난 지능을 활용하여 유년 시절의 여럿의 살인을 경험한 이후로 '일반인의 감정'을 연구하여 레벨업시킨다. 양의 탈을 쓴 식인 늑대가 되어 일반인의 사회에 완벽하게 녹아들게 된 것.

그는 정상인의 생활을 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서 원하는 대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하며, 조종이 불가능할 경우는 살인을 통해 제거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직의 숨은 지배자로 군림한다. 그는 소설의 배경인 신코 마치다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런 그의 완벽했던 권력의 철옹성에 생긴 조그만 금이 생기게 된다. 별것 아닌 살인 사건을 소수의 학생들이 의심하기 시작한 것. 사이코패스답게 의심을 덮고자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르던 하스미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두 명을 죽이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될 정도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 그는 결심한다. 아예 모두를 몰살시키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자신의 학생들이 다음 날 학교 행사 준비를 위해 학교에서 밤을 새우고 있던 날, 하스미는 학교를 폐쇄하고 전화선을 끊은 후 미리 준비해두었던 샷건으로 반 아이들을 졸업시키기 시작한다. 존경하고 사랑하던 선생님에게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학생들. 과연 하스미는 자신의 반 전원을 졸업시킬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물 장르소설에서 교훈 따위를 찾으면 곤란하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잔혹한 연쇄 살인극이라는 동시상영극을 관음하는 재미로 읽어야 한다. 인간의 악의 본성을 극단적으로 파헤치는 이 소설, 관심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악의교전 #기시유스케 #사이코패스 #서평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루어 두었던 카뮈의 '페스트'를 읽다 불현듯 우리 가족의 '코로나 19'시절이 떠올랐다.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2020년에 우리 가족은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딸과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되는 막내 아이, 육아를 위해 휴직을 했던 아내와 야근이 일상이었던 직무에서 일하고 있던 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토록 조심했건만 결국 우리 가족 모두가 코로나19에 순차적으로 걸렸고 거의 한 달여의 자가격리 기간을 겪었다. 나의 경우는 꼭 해야만 하는 업무 때문에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밤새워 일하기 일쑤였고 와이프 역시 내 도움 없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몸으로 세 아이를 힘겹게 건사했다. 어린아이들의 체온이 치솟을 때마다 어찌나 겁을 먹었던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죽음의 공포였다. 뉴스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카운팅되는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들과 간혹 들리는 주변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어떻게든 일상을 꾸려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우리 부부를 깊은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다행히 온 가족이 완치되긴 했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하다. '무력감' 이것이 코로나19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감정이다.

존재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마지막인 '죽음'을 초래하는 전염병인 페스트에 대한 소설을 쓰며 카뮈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존재의 부조리함에 대해 탐구했던 카뮈에게 죽음이란 이 부조리함의 해방구였을까? 아니면 그 부조리함에 반항해 볼 여지조차 주지 않는 방해물이었을까? 적어도 이 소설에서 그는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자신이 살던 도시 오랑을 서서히 침식했던 페스트에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든 질서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존재의 부조리함에 정면으로 맞섰던 주인공 의사 리유에게 죽음의 징벌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선 말이다. 리유는 페스트의 도시 점령을 가장 먼저 예측했고 그 즉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수없이 왕진을 다니고 페스트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고 환자의 물집을 째고 고름을 뽑아내고 끝내 죽음에 다다른 환자를 수습하는 일까지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리유처럼 의연함을 보인 것은 아니다. 어찌할 줄 모른 채 우왕좌왕하던 사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무기력에 빠진 사람, 페스트를 일컬어 '오긴 왔지만 결국에 떠나가 버릴 불쾌한 손님' 정도로 치부하며 무사안일한 사람, 오랑의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불행을 저주하며 어떻게든 탈출을 꿈꾸는 사람, 과거의 범죄를 처벌받을까 두려워했으나 모든 공권력이 페스트에 집중되자 자신의 과거가 묻힐 수도 있다는 희망에 빠진 이기적인 사람, 페스트가 신이 내린 재앙이라 주장하는 사람 등등. 페스트라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의 천태만상 또한 존재의 부조리함이라 할 수 있다.

카뮈는 페스트를 인생 그 자체라고 본 것 같다. 인생을 잘 살았던 못 살았던, 부자건 빈자건, 잘생겼건 못생겼든 페스트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확률의 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생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이다. 다만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부조리함에 의연함을 갖는 것뿐이다. 영웅주의에 빠져 감염을 무릅쓰고 희생정신을 발휘하던 페스트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던 일을 묵묵히 하던 상관없다. 페스트에 걸리는 것은 나의 악행 때문이 아니며 걸리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선행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의연함.

#페스트 #알베르 카뮈 #열린 책들 #서평 #도란 군의 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 다르크를 추억하며
마크 트웨인 지음, 마음속 샛별 옮김 / 황금비둘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젊은 시절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의 영웅이자 성녀 잔 다르크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이후 잔 다르크라는 인물에게 강하게 매료되었다. 그의 잔 다르크에 대한 깊은 애정은 인생 후반기인 50대 후반에 그의 유럽 체류 시절에 잔 다크르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시작하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가 2년 후 그녀의 조국 프랑스에서 집필을 마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었다. 그는 잔 다르크에 관한 사료와 서적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한 후에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잔 다르크와 같은 마을에서 자랐고 전쟁 중에 그녀를 보좌하는 기사이자 비서 역할을 했던 실존 인물인 루이 드 콩트의 회상기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실제로 있는 회고록은 아니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이 꼼꼼한 자료 조사 덕분-반면에 자료 자체는 빈약한-에 그녀가 활약하던 프랑스-영국의 백년 전쟁 시기의 역사서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소설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이, 두 번째는 그녀가 프랑스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어 영국군을 물리치는 내용이, 마지막 부는 영국군에게 사로잡힌 그녀가 악의적인 재판을 받고 비극적으로 죽는 이야기이다.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마크 트웨인의 소설답게 전쟁과 정치와 마녀재판과 화형이라는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다. 물론 전쟁 포로가 된 그녀를 외면하는 프랑스 국왕과 어떻게든 그녀에게 마녀의 혐의를 씌워 죽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려 하는 재판부의 잔혹 무도함에 치를 떨게 되는 후반부에서는 분노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결국 화형에 처해져 하늘의 별이 되었고 죽은 지 25년이 지난 후에야 그녀의 유죄 판결 재판에 대한 이의 신청이 진행되어 1456년 교황의 승인으로 복권이 되었다. 이후 19세기에 유럽의 권력을 장악한 나폴레옹이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잔 다르크를 프랑스 국가 상징으로 선언하였고 그녀는 1920년 마침내 교황 베네딕트 15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이로써 잔 다르크는 마녀에서 성인으로 변모한 전무후무한 인물이 된 것이다.

십 대 소녀가 신의 계시를 받고 한 국가의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어 적을 무찌르다 포로가 되어 마녀 혐의를 받아 화형에 처해졌으나 국가의 상징이 되고 성인까지 되며 오늘날 가장 유명한 성인이 되었다는 이 믿지 못할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점이 예전부터 너무나 의문이었다. 그래서 찾은 책이 이 소설이다. 국내에는 잔 다르크에 대한 전문 서적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나처럼 잔 다르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이라면 마크 트웨인의 이 소설 '잔 다르크를 추억하며'를 읽는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잔다르크를추억하며 #마크트웨인 #문학 #서평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