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와일드 시드'를 처음 읽고, 오랜만에 전작주의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독서한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렇게 글 잘 쓰는 작가를-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SF장르문학을-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이번에 읽은 버틀러의 소설은 '블러드 차일드'로, 그녀의 유일한 단편집이라고 한다.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 수상한 표제작 '블러드차일드'를 비롯한 대표 단편소설 7편과 작품관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2편이 수록되어 있다.표제작 '블러드차일드'는 숙주의 몸 안에 알을 주입하는 일부 곤충 종의 생식 방법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버틀러는 이 아이디어를 다른 지적 문명에게 정복당한 지구인의 이야기와 접목하여 외계 생명체와 이들로부터 보호를 제공받는 대신에 '특정한' 의무를 지닌 인간들과의 공생 관계의 복잡 미묘함을 훌륭하게 포착해 낸다.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외계인의 알을 품고 부화까지 가능한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었기에 생존했고, 외계 생명체들은 이들을 사육하지 않고-인간이 소나 말 등을 가축화하는 것과 같이-일종의 동반자로서 연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성 외계 생명체들은 자신의 알을 품게 될 인간 남성을-여성도 가능하긴 하지만 대부분 남성이 선택된다-소중히 여기고, 남성 또한 여성 외계 생명체를 이성 간이나 부모에게 느끼는 것과 유사한 감정으로 대한다. 그러나 알이 인간의 배를 뚫고 부화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서 나오는 그 씬과 유사하며-물론 외계 생명체의 능력으로 인간은 치유가 가능하며, 평생을 몇 번이고 숙주가 된다-, 간혹 감정을 통제 못한 외계 생명체가 숙주인 인간 남성을 먹는 사고도 발생한다. 그러기에 주인공의 또 다른 형제는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하는 주인공을 격렬히 비난한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집단의 연대와 공생, 그 아름다워 보이는 현실의 이면의 고통과 희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낼 수 있을까'라며 감탄 또 감탄하며 읽은 단편이었다.표제작 블러드차일드가 너무나 훌륭한 나머지 나머지 단편과 에세이 역시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임에도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어볼 여러분은 표제작을 제일 나중에 읽을 것을 권한다. 지금은 버틀러의 또 다른 대표 장편소설인 '쇼리'를 읽고 있다. '눈을 떠 보니 흑인 소녀이자 뱀파이어였던 건에 관하여' 정도의 내용인데,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버틀러 #SF장르소설 #서평 #도란군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