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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합이라는 장르만 믿고 잠이 쉬 오지 않는 밤에 잠을 청하려 이 음반을 틀었다면 대략 낭패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아픈 머리속을 콕콕 찧어대는 것 같은, 정전기밖에 생길 게 없는데도 자꾸만 부벼오는 사랑해질 것 같지 않은 사람의 거친 살갗과도 같은 느낌이므로 잠을 자긴 틀렸다.
그렇다고 잠을 자서는 안되는 그런 밤에 각성제로써 이 음반을 틀었다고 해도 낭패다. 머리는 생각을 거부하고, 몸은 움직임을 거부하며 그저 넋놓고 상체를 흐느적이며 알콜과 니코틴이나 찾게 될 게 뻔하다.
이런 음악은 공기의 흐름을 타고 들을 것이 아니라 곧바로 뇌속으로 흘러 넣어야 제맛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꾸욱 눌러 아예 박아 넣은 것 같은 기분으로, 다른 소리는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성능 좋은 엠프며 스피커로 두어 평 남짓의 밀폐된 공간에서 방안에 꽉 채워 듣는 것도 좋겠다.
베쓰 기본스는 썩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기분 나쁘게 금속적인 목소리는 자기의 음악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쓸데없이 몇 옥타브나 올라가는 목소리를 악기로, 갈수록 커지는 젖가슴을 소품으로 영혼이 없는 노래를 불러대는 여가수들과는 질적으로 틀려버린다. 뷰욕도, 킴 고든도, 뭐 그리고 니나 사이몬이나 기타 재즈 여가수들도 그래서 좋다.
아무튼 어제 나는 잠이 안 와서 씨디장 앞에서 서성이다 이 씨디를 골랐고, 당연히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