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디트 - [할인행사]
카챠 폰 가르니에 감독, 카챠 리에만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쳐 보일 매력적인 델마와 루이스가 한 쌍 더 등장해 “여자들의 마음에 내재한 유쾌한 탈주의 욕구를 채워”주고, 섹시하고 뻔뻔스러운 브래드 피트 같은 젊은이가 그 매력을 마음껏 과시하며 화면 전체를 비릿하지 않은 욕정으로 채워가는 영화가 있다면, 게다가 그 영화가 뮤직비디오 같은 감각적인 화면과 콘서트장의 터질 듯한 열기로 충만해 있고, 그 음악 역시 나와 코드가 딱 맞아 떨어지는 영화라면 그 영화는 누가 뭐라든 최고다. 맞다. 맞고, 그것이 내가 이 영화 [밴디트]의 DVD를 도어즈 유럽 라이브 앨범과 함께 처음으로 산 이유였다.

그런데 거기에, TV에서는 보지도 못한(보는 게 다 뭔가! 얼마나 정교하게 가위질을 했던지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한) 뇌쇄적인 정사씬까지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건 평소 얼마나 노골적이며 관능적인 정사씬이 있는가로 영화의 질을 평가하곤 하던 내가 그런 속물근성을 버리고 음악과, 화면과, 내용에 반해 TV로만 두 번을 본 이 영화를 DVD 타이틀로 소장할 첫 번째 영화로 선택하여 받은 부상(副賞) 같은 거였다. 그리고 그 부상은, 오! 황홀했다.

폭력전과범인 밴드의 보컬 루나, 사기전과범인 베이시스트 엔젤, 살인미수범인 키보디스트 마리와, 살인죄로 복역중인 드러머 엠마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밴드의 구성원이며, 네 종류의 블러드 타입이며, 여자 속에 감추어진 모든 숨죽인 본성이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탈옥을 감행하게 되지만 자신들의 탈옥이 다른 남자 탈옥수들에 가려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자 분통을 터뜨리며 방송국에 인터뷰를 요청한다. 이 인터뷰로 유명해진 이들의 상품성을 간파한 음반회사 사장은 교도소 시절 이들이 보낸 데모 테잎을 찾아 앨범을 출시하고, 곧 이들의 음악과 인터뷰 장면은 바로 하나의 뮤직비디오가 되어 전 레코드 매장에서 상영된다.

네 명의 배우가 실제 공연처럼 열정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고, 연기처럼 비주얼하게 실제 연주를 해낼 수 있으며, 그들의 본능과 열정을 아낌없이 토해내는 음악으로 모던 락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현란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화면은 또 그 음악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희박하긴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던 희망을 가지고 끝을 향해 질주하던 이들에게 30대의 젊은 여성 감독 카챠 폰 가르니에는, 차를 몰고 절벽으로 뛰어드는 두 여주인공을 결국 죽이지 못해 섬광과 함께 사라지게 한 저 리들리 스콧처럼, 다른 가능성을 열어 준다. 투항도 죽음도 결코 이들의 몫이 될 수는 없다. 먼저 죽어간 동료의 내민 손을 향해 나머지 셋은 손을 뻗지만 서로 손을 채 잡기도 전에 화면은 정지해 버린다.

이 손은, 옥상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포위망을 좁혀 오는 경찰들을 피해 스테이지 다이빙을 하는 이들을 받아, 도주의 길로 옮겨주는 숱한 관중의 손과 함께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관중은, “밴디트”가 사회로 나오게 되는 처음부터 줄곧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이들을 감찰하고 보호해온 기관은 집요하게 이들을 관중으로부터 격리시켰다. 비로소 이들이 관중의 손에 몸을 맡기게 되었을 때, 이들은 죽은 동료에게로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무하고 비장하다고? 천만에! 허무함과 비장함를 느낄 사이도 없이 생의 터질 듯한 활기가 넘쳐흐르는 것이 이 영화다.

궁금해 하실 DVD 타이틀 구입과 함께 부상(副賞)으로 받게 되었다는 정사 씬은, 비를 맞으며 진흙탕을 뒹구는 다소 원초적이고 말초적이면서 아주 몸이 뒤틀리게 매혹적인 장면으로, 64배속 리와인드로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보며 주책스럽게도 따라 해보고 싶어 몸살을 앓았다.

p.s) 사운드트랙에서의 강추 트랙
10. Shadows
6. Another Sad Song
4. Crystal Cowbo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