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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진실 - 계급.인종.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 -계급 인종 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를 읽고 대번에 읽고 싶어졌던 책이다.
그런데 주문하려고 들어왔더니 리뷰들의 평점이 엄청 좋기는 한데, 리뷰들이 너무 어렵다!
아무리 봐도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래서 몇달을 갈등하다가 쿠폰 써먹으려고 군시렁거리며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굉장하다.
아마존 리뷰에 어떤 사람이 '내 삶을 통째로 바꾼 책' 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전혀 진부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정도로.
내 짧은 머리로 이해하기에, 이 책이 말하는 건 대략 이런 것이다.
히틀러나 KKK같은 놈들이 사람으로 비누를 만들고 흑인 임산부 배를 갈랐다.
그 사실을 두고 지금 우리가 "사람 맞냐? 싸이코들.." 하기는 정말 쉽다.
(당시 제3제국이나 KKK규모를 보면 그게 '극소수 싸이코'였을리는 절대 없다)
그러나 히틀러 얘기를 하며 함께 혀를 내두르던 지인이 "전라도 여자를 소개시켜주다니"
하면서 지난 소개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거기다 대고 "너야말로 싸이코야" 했다가는 바로 인간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실화다.
증오범죄.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정말 오만가지 기묘한 이유로 미워하면서 저지르는 일들.
그 일들은 우리 무의식 안에 아주 엷게 깔린 '마음' 때문에 일어난다.
그 마음은 아마도 몹시 흉칙하고 유치하고 내가 지닌 것이라 인정 못할 모양새일 거다.
그래서 더욱 그런 게 왜 생겼는지 파고들어 이유를 밝혀야 한다.
똑바로 쳐다보고 곪았으면 짜내고 틀렸으면 고치고 썩었으면 도려내야 한다.
이 책은 왜 우리 마음 속에 그런 어둠이 생기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그리고 (미국에 치우쳐있긴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정말 마음도 치유가 되고 감동도 있고 심각한 지적 도전도 있다.
강력히 추천한다.
덧붙임: 읽는 내내 버지니아대 총기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범인 조승희가 저지른 일과 행적이 보도되었을 때, 나는 다른 의미에서의 충격을 받았었다. 조씨가 마치 내 어두운 마음의 대리인으로 현실에 나타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제였던가.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인간들 다 누가 안 쓸어버리나'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