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에 분홍 꽃 피면 - 비구니 스님 행장기
김영옥 지음, 허경민 사진 / 오래된미래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웬만하면 두 세시간 안에 책을 읽어치우는 속독파인데, 정말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책이다.
불교에 대한 사전 지식이 별로 없어서 불교 용어나 모르는 절(산사)이 나오면 한참 헤매기도 했다.
내용을 가늠하지 못하게 하는 시적인 제목, 어두컴컴한 표지 사진 때문에 '비구니 스님 행장기' 라는 부제가 없었으면 이 아름다운 책을 지나칠 수도 있었단 생각이 든다.

부제처럼 이 책은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스님들과 만남을 가진 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형식이지만, 대담집이나 인터뷰집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고즈넉함을 지니고 있다.
모두 아홉분의 스님들이 등장하는데, 책의 첫머리를 끊는 분은 청암사 상덕 스님이다.
학승(배울 학-속세로 치면 연구원처럼 공부를 중점적으로 하시는 스님이란다)으로 유명하시지만, 절의 살림을 총 지휘하시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상덕스님의 온화한 얼굴사진과 온갖 맛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쏙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정말 말씀하신 음식들 다 해먹고(사실은 청암사에 가서 얻어먹고)싶을 정도.

뜨악한 남자 스님들이나 스승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도심포교에 성공한 스님, 비구니 연구소를 내고 손수 '역사를 만드는' 스님, 불교방송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음악과 함께 포교하는 스님, 정직하고 땅의 소리를 듣는 농사를 짓는 스님....
어디에 서 있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손과 몸을 열심히 움직이면 그게 부처가 되는 길인가 보다.

처음에는 저자의 문체가 독특하고 모르는 낱말이 너무 많이 등장해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겨서 익숙해지니 참 아름다운 말을 골라 공들여 썼다는 생각. 모르는 낱말들과, 저자의 표현을 메모해가면서 한번 더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아, 사전도 하나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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