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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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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과 ‘시 읽기’, 그리고 ‘철학적 시 읽기’

이 책은 '시 읽기‘와 ’철학‘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복, 최승호, 문정희, 김행숙, 채호기 등 우리나라 시인들이 쓴 ’시 읽기‘와 라캉, 짐멜, 이리가레이 등 현대 철학자들의 철학. 현대 사회를 고민하는 동시대의 시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나와 타자의 관계라는 현대 철학의 주된 주제들. 이 둘이 모여 ’철학적 시 읽기‘가 된다. 저자는 현대사회 속 사람들의 주된 정서를 감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언어로 다룬 ’시‘를, 같은 주제를 보다 자세하고 깊게 설명한 ’철학‘으로 풀어 읽는다. 짐멜의 <문화론>으로 최승호의 시에서 습관에 물들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읽어내고, 나카무라 유지로가 강조한 다양한 감각의 세계를 백석의 시에서 찾아내는 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도 이러한 ‘철학적 시 읽기’의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문학적 방법으로만 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 안에 담겨 있는 시인의 생각의 단초를 철학의 언어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가 다루는 시와 철학이 흔히 다루는 ‘고전 시’와 ‘고전 철학’이 아니라 동시대의 현대시와 현대 철학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 현대 사회와 그 속의 인간을 고민하는 현대철학자들의 철학과 그에 대한 정서를 표현하는 현대시를 다룸으로써 ‘철학적 시 읽기’, 나아가서 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된다.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철학자인 저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 철학적 시 읽기, 나만의 방법으로 세상 보기

이러한 문제의식은 책의 첫 부분에 나타나는 시와 인문학에 대한 저자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저자는 우리가 철학자나 시인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 각각의 시와 철학이 그들이 세상을 보고 의사소통하는 고유의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인이나 철학자들이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 감정과 생각에 집중했듯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라고 말한다. 단순히 유명한 시인이나 철학자의 글을 소개하고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자 나름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려는 저자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의 한계도 발견할 수 있다. 철학자들의 철학과 시인들의 시가 그 사람들 나름의 고유한 생각의 결과라면, 각자의 고유성을 단순히 ‘유사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300페이지 남짓의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열네 장, 스물여덟 명의 시인과 철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시와 철학의 내용은 단편적이고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시와 철학을 연관해 설명하다 보니, 자칫 공감이 가지 않거나 연결이 어색한 부분도 있다. 특히 시가 철학의 도입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종종 들 정도로, 철학을 다루는 각 장의 중간 부분은 시인의 시와 유리되어 있다. 철학자의 눈으로 시를 보다 보니 시의 내용을 철학에 끼워 맞추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소개하고자 한 철학에 맞는 시를 찾기 위해, 각 시인의 넓은 시 세계 중 극히 일부만을 부각시킨 까닭도 있을 것이다. ‘철학적 시 읽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시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철학만 남은 셈이다.

 

-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지금의 시공간에서 시와 철학을 맛보다  

이 책은 현대 철학이라는 보다 깊고 새로운 시각에서 시를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고민한 시인과 철학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도 우리 나름의 눈으로 지금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분명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인문학을 펼치기 위한 좋은 도입서이다. 이 책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된 시인과 철학자들 중 특별히 마음을 끄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글을 직접 읽고 그 사상과 시에 대한 자신만의 입장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자가 더 읽어볼 책에 대해 각 장의 마지막 부분마다 친절히 설명해준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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