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타키타니 - Tony Takitan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tony_takitani
  

 

"토니 타키타니, 그 중 한 장면."  

 

  그 방 안에 토니 타키타니는 계속 누워 있었다. ‘계속’이란 표현이 맞을는지 모르겠다. 때때로 뒤척이기도 하고 일어나 앉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는 그 방에 그저 멍하니 있었다. 언제일지도 모르는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그렇게 무기력하게 혼자 있었다.

  방은 비어 있었다. 한 때 각양각색의 화려한 옷으로 가득 차 있었던 방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두운 회색의 벽면과 그 벽이 드리운 무거운 그림자만 우두커니 방을 한 구석을 채웠다. 생의 활기로 차 있던 방은, 토니의 아내가 죽은 이후 비어 버렸다.

  그러나 방은 비어 있지 않았다. 원래 그 방을 채우고 있던 수많은 옷들과, 그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아내와 함께 앉아 있던 벤치의 바람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의 화려하면서도 구슬픈 색소폰 소리가 울리기도 했다. 그가 남긴 낡은 음반에 배어 있던 퀴퀴한 곰팡이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옷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눈물을 흘리던 한 여자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결국 방은 비어 있었다. 그곳은 먼지 쌓인 회색 방에 불과했다. 방 안에 나타나던, 울리던, 가득하던 형체와 소리와 냄새는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토니는 그 형상들이 한때 어떤 것이었는지 이미 잊어버렸다. 기억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나갔다. 무엇이 자신을 이제까지 그렇게 기쁘게 했고, 슬프게 했고, 또 외롭게 했는지조차 이제는 기억나지 않았다. 방은 원래 비어 있었다. 그 방 안에는, 아니 자신의 삶에는 자기 자신밖에 없었다. 토니 타키타니는 완전히 혼자였다.

  오직 남은 것은 허공에 울리는 익숙한 금속성의 소리였다. 망치로 철판을 치는 듯한, 그 둔탁한 소리는 어디선가부터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어렸을 때, 아내가 사고로 죽었을 때, 그리고 지금. 느릿느릿하지만 쉼 없이, 토니가 홀로 있을 때마다 들려오던 소리는 그 순간에도 예외 없이 들려왔다.

  남자는 계속 그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스쳐지나간 모든 존재들은 이미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는 그 안에 하염없이 홀로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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