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술  

나그네 주인이여 평안하신고,
곁에 앉힌 술단지 그럴 법 허이,
한 잔 가득 부어서 이리 보내게,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저 달 마시자
오늘 해도 저물고 갈 길은 머네,
꿈 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이거 어인 일,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끝도 없거니
심산유곡 옥천(玉泉) 샘에 홈을 대었나,
지하 천척 수맥(水脈)에 줄기를 쳤나
바다를 말릴망정 이 술단지사,
꿈 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좋기도 허이,
수양은 말이 없고 달이 둥근데,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채우는 마음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비우는 마음,
길가에 피는 꽃아 서러워 마라
꿈 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어!


나그네 주인이여 한 잔 더 치게,
한 잔 한 잔 또 한 잔
한 잔이 한 잔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석잔이 한 잔
아홉 잔도 또 한 잔 한 잔 한없어
한없는 잔이언만 한 잔에 차네,
꿈 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섧기도 허이,
속 깊은 이 한 잔을 누구와 마셔,
동해바다 다 켜도 시원치 않을
끝없는 나그넷길 한(恨) 깊은 설움.
꿈인 양 달래보는 하염없는 잔
꿈 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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