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 - ARES(MARS)

그들도 우리처럼---

다음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헤파이스토스라는 신은 못생겻고 절름발이지만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재주 탓인지 제우스로부터 예쁜 아내를 점지받았다. 지나가는 곳마다 남성들의 가슴속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의 아내였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가 아내의 넘치는 욕망을 채워주지 못해서인지 아내는 일찍부터 바람이 났다. 상대는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예로부터 미인은 이런 거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보다.
남편이 일 나간 사이 아레스를 침대로 끌어들여 노닥거리는 아프로디테의 모습을 보다 못한 태양이 헤파이스토스에게 부인의 간통을 일러바쳤다.

천상의 명공 헤파이스토스는 불면의 밤을 지샌 다음 부정한 체취로 얼룩진 침대 위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어 걸어놓았다. 이것도 모르고 또 그 침대 위에서 뒹굴던 바람둥이 남녀는 벌거벗은 몸이 뒤엉킨 채 헤파이스토스의 그물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아우인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를 보내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이 볼썽 사나운 광경을 구경하러 오라고 알렸다. 신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박장대소하는 웃음소리가 하늘 위를 쩌렁쩌렁 울렸다고 한다.
그런데 헤르메스는 형님인 아폴론과 함께 아프로디테의 황홀한 나신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지껄였다고 한다. "저런 미인이라면 나도 아레스처럼 해봤으며 더 바랄 게 없겠다."
이것은 올림포스의 신들이 인간과 별 다름없는 생활 감정을 가졌으되 인간에 비할수 없이 자유 분방했음을 희화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여기 등장하는 아레스와 헤르메스,헤파이스토스는 다른신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말해서 깡패,도둑놈,병신이다. 이런 존재들이 어떻게 신격화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리스 신화 특유의 개성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신 아레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로 전쟁의 신인 아레스는 휘하에 공포와 전율을 이끌고 다니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여 서로 주먹을 휘두르게 하는 못된 신이었다.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아폴론을 멋진 남성상으로 여기던 남자들의 자부심은 여기서 적잖이 상처를 입는다.
게다가 아레스는 결코 정의롭고 용감한 신이 아니라 닥치는대로 싸움은 걸면서도 그다지 용맹은 뛰어나지 못한듯 하다. 같은 전쟁의 신이면서도 정의로운 전쟁만 관장하는 처녀신 아테나가 있으니 말이다.
이 저질 싸움패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가 기록한 최초의 살인 재판에서 피고로 등장 하기도 한다. 고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옆에는 아레이오파고스라는 언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아레스의 언덕'이란 뜻이다. 이곳에서 아레스에 대한 재판이 거행되었다는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레스는 아테나가 재판장으로 나선 이 재판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방면되었다고 한다.

아레스는 인간사회 내부에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과 적대감이 생겨났다는 것을 반영하는 신이다.
또, 그로 인해 고대국가 아테네에 재판소가 생겼다는 신화는, 그러한 갈등과 적대를 인위적으로 해소 하지 않고는 사회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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