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파이스토스 - HEPHAESTUS(VULCAN)

--불구의 신체, 숭고한 예술혼-헤파이스토스-

천상의 명공,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는데,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절름발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 헤라는 그 추한 꼴을 보기 싫어 무정하게 그를 천상에서 내쫓아 버렸다.
일설에 의하면 제우스와 헤라가 부부싸움을 했을때, 헤파이스토스가 그의 어머니 편을 들었으므로 화가 난 제우스가 그를 차버려 천상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는 하루종일 추락하다가 마침내 렘노스섬에 떨어졌는데, 그후 이섬은 헤파이스토스의 성지가 되었다.

이탈리아에 가면 베스비우스 화산이 있다. 서기 1세기 초 폼페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폭발로 유명한 이산은 지금도 활동 중인 활화산이다.
이산의 분화구 밑은 불칸(Vulcan)이라는 신이 웃통을 벗어부친 채 시뻘건 쇠망치를 내리치고 있는 대장간이라고 한다.
화산을 뜻하는 Volcano의 어원이 된 이 로마의 신은 그리스의 헤파이스토스를 수입한 것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의 번개와 벼락을 제공하는 키클롭스를 조수로 삼아 금속을 벼리던 대장장이의 신이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하나씩 주어진 아름다운 궁전들은 모두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이었다.
한편으로는 화산폭발을 일으킬정도로 정력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천궁을 빚어낼 만큼 섬세한 신답게 헤파이스토스의 부인은 우아의 여신 카리스였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결혼생활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천상의 명궁은 천만 뜻밖에도 지독한 추남에다가 절름발이였다.
그의 외모와 그가 만들어내는 예술품 사이의 부조화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런 불구의 대장장이를 신으로 떠받들었던 그리스인이다.
수천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그리스 예술은 지저분한 작업장에서 천한 차림새의 예인들이 장구한 각고끝에 이루어낸 것이었다.
그들은 불구였기 때문에 묵묵히 힘든 일을 했을 수도 있고, 힘든 일을 하다가 불구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스인은 그들의 손으로 빚어진 아름다운 예술품만을 감상할 줄 알았던 게 아니라, 그들의 작업에 녹아든 신성한 예술혼에 경의를 표시할 줄도 알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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