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신미식 사진.글 / 이클라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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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론 아니더라도 어찌됐든 여행관련 회사를 다니는 터에 회사 책장에는 가이드 북을 비롯, 여행관련 서적이 잔뜩 있다. 그렇지만 정보 위주이거나 업데이트가 느려 그닥 손이 가던 책이 없었는데, 금요일 저녁 퇴근을 위해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발견했다.  

신미식은 최근에 알게된 이름. 블로그를 통해 넘나들다 발견한 사진과 글들이다. 반가워서 덥썩 집어들었다. 사진도, 사진에 붙여진 글들도 괜찮았다, 고 기억되어서...  

이 책은 여행과 사진찍기에 대한 감탄과 감사의 목소리다. 신미식은 감사할줄 아는 사람이며 기본 베이스가 긍정적인 사람인 듯 하다.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미식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목소리에 공감하리라.

# 그리움

오랜 여행을 하다 보면 익숙했던 것들이 그리워진다.

집에 있을 때는 많이 생각나지 않던 사람들의 아픔이 왜 그리 많이 떠오르는지...

먹고 싶은 것들의 이름이 수 없이 머릿 속을 흔든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그리웠던 것들이 너무도 쉽게 잊혀져간다. 

그 곳에 대한 그리움을 참는 것은 참 힘든일이다.

  지긋지긋하던 장거리버스에서의 긴 시간도 왜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이었는지.

  그때는 잘 모른다. 그래서 사람은 어리석은 존재인가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허구는 걸러지고 진실만이 남겨진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힘든것은 무엇인가?

  그건 결국 내가 가질 수 있음에도 노력하지 못해 갖지 못할 때가 아닐까? 

 -페루에서
 

여행을 다녀오면 힘든것은 다 잊혀지고 좋았던 것만 남기 마련이다. 힘들었던 일들도, 13시간 동안 사람들에 휩싸여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던 그 시간들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된다. 오히려 좋았던 것들보다 힘들었던 것들이 '재밌었다'라는 기억으로 남기 마련인데, 그 현상에 대해 나는 역시 사람은 지나고나면 기억을 가공해버린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신미식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애기한다. 당시, 힘들었던 것은 허구였다고. 말한다.

.그럴까나? ... 

또 하나, 사진찍는 사람들 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몇편에 걸쳐 적어두고 있다. 여러곳을 다니면서 그 곳의 아름다움을, 가슴 울리는 그 감동을 사진으로 담아낼 때의 그 벅참과 떨림을 신미식은 몇번이고 겪었으리라. 그리고 몇번이고 감동하리라.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그 어느 것이 주는 감동보다도 우위에 있지 않을까. 순위를 매기는 것은 다소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 지금도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이 내게도 찾아왔습니다.

이곳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여기에 두고 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곳으로 떠난 내 여행의 시간은 돌아온 지금 더 소중한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페루에서 

사진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정말, 가능한한 크게 인화해서 오래도록 쳐다보고 싶다. 그 아름다운 색감과 아름다운 사람들. 페루와 볼리비아의 사진들이 많아서, 페루의 고산족들이 입는 그 알록달록한 옷이 자주 보인다. 그 다양한 원색을 보고 있으면 까만 얼굴과 그 원색들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감동하게 된다. 그것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내 프레임 속에 담아낼 수 있다면... 하고 바라게 된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의 물빛. 하늘 빛. 구름의 무늬.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자연의 감동.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설악 해수욕장의 해안가에서 일출을 보며 감사함에 눈물 흘렸었던 기억이 난다. 강한 바람이 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자연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든다. 결국 그렇게 작은 존재임에 불과한 것이라고 깨닫게 해준다. 그런 자연 앞에서 어찌 겸손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렇게 자연을 떠나고 나서 또다시 거만해진다. 자연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던 기억이 선명해서 그 거대함을 또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일지도. 그 거대함 속에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것일지도. 

아무쪼록, 여행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과 더불어,

아~ 정말 떠나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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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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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답게 올드한 안경을 쓰고 빈티지틱하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담긴 이 책은 오랜만에 보는 그의 장편이다. 고미와 나는 그를 찬성하고 안여사는 그에게 짠 점수를 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역시 책은 한번에 주욱 읽어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주 띄엄띄엄 읽어 내려간 탓에 좋은 책인지, 나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해주는지도 잘 모르겠다. 박민규답게 재미난 행간과 글자의 크기를 이용해 의미를 담고 있고 의미가 없었지만 의미를 만들어버린 주위의 상황에 대한 독백이라든가... 박민규답다. 박민규답다.


이 소설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헬리혜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구가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리내어 이야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기의 말을 찾고 싶어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판타지다. 있을 법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말이 없어졌다.

박민규에 대한 실망은 아니고 그냥 내가 너무 띄엄띄엄 읽어버려서 그런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억압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지속해주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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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검정 그물 스타킹
이신조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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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여사에게 종종 한소릴 듣곤 하는 이유는 한번 읽었던 책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

이 책 역시도 언젠가 읽었던 책이었든가, 아니면 몇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의 그 단편만 다른 모음집에 실렸었든가... 했기 때문이겠다. 내가 알고 있었던 단편은 '콜링 유'. 

나는 책 소개에 있어 별로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의 단편들을 정리나 한번 해볼까 한다. 이렇게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정말 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날이 갈수록 헤매는 이 기억력. 

1. 나의 검정 그물 스타킹

2. 정류장에서 너무 먼 집

3. 9와 1/2 F

4. 거울 여자

5. 산책

6.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7. 콜링 유

8. 오징어

9. 럭키 서울 

이렇게 적어두고 나니 또 어렴풋이 전에 읽은 책이었던 듯한 기억도 난다. 쓸쓸한 책이었다. 희망도 결말도 없는 쓸쓸한 책. 그렇지만 뭔가 깊숙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었던 책. 그러니까 며칠이 지난 지금 또 그렇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결국 달달하고 사랑스럽고 훈훈한 책을 즐겨하니까. 이렇게 쓸쓸한 책은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단순한 내가 살아가는 법칙이라고 변명이나 해두자. 

현대소설 수업시간이었던가. 분명 그 시대에 그 시대를 읽는 소설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소설들의 단점은 그렇게 시기를 반영해버린 만큼, 시간이 지난 후에 읽으면 '후지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 생명력이 짧다고 해야 할까. '산책'은 현재 아주 훌륭히 번성하고 있는 수 많은 의류, 화장품 브랜드들의 '네임'이 나온다. 쉬크하고 큐트하고 걸리쉬한 그런 브랜드들. 뭐 몇몇은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지없이 갑자기 소설이 뒤떨어져버리는 느낌이랄까. 물론 이 소설은 엘라 피츠제럴드를 좋아하는 엘라와 마루야마 겐지를 좋아하는 좁은방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뭐, 나의 편견일지도. 

역시나 나는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아주 잠시 나타났다가 또 금방 사라진다. 친절하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다.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는 이야기들만을 던지는 단편들은 그냥 그렇다. 그래도 콜링유는 내 기억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걸 보니 인상깊었던 게다. 아르바이트로 모닝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화자의 이야기. 아, 그냥 쓸쓸하다. 그래도 마지막에 다소 희망을 남겨주었기에 내 기억속에 남았겠지. 그러나 다시 읽으니 그것은 희망도 절망도 아닌, 아니, 희망일 수도 절망일 수도 있는. 애매모호한 중간의 결론. 마치 현실처럼.  

김영하의 평을 옮긴다. 그의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신조의 소설들은 한 마리 고양이가 쓴 것이다. 콘크리트의 숲에서 살아가는, 이 작고 예민한 짐승은 부드러운 앞발 속에 날카로운 발톱을 감춘 채 도시의 어딘가에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짐승의 움직임은 차분하고 때로 민첩하지만 대체로 게으르다. 이 교활한 게으름이야말로 고양이만의 것이다. 그렇게 권태를 가장한 채 세상을 어슬렁거리는 이 고양이에게서 '습격자의 눈동자'를 발견하는 이들은 드물다. 그 '습격자의 눈동자'에 비친 도시는 풍요로우나 가혹하며 익명 속에서 불우하며 무심한 살의로 가득한 곳이다. 그런 세상에서 한 마리 고양이로 살아남을 수 있르까. 우아한 발걸음과 은폐된 적의를 보존하면서도 누구와도 깊고 내밀한 지경을 형성하지 않을 그런 고양이로? 이신조의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그런 것이다. 공동체를 보존하고 세상을 건설하고 소외를 지양하는 일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믿는 소설. 그것은 분명 고양이의 것이다. " - 김영하 (소설가)  

Thanks 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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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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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처럼 책이 쌓여있는 곳에 간다는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최근 방문한 내 친구들의 집 중에서 정현쓰네 집과 곰네 집은 정말 딱 도서관이다. 그 전날 몇시에 잠이 들었든 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녀의 콜렉션을 뒤져보고 싶은 집. 게다가 곰네 집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이 그득하다. 신간이 수두룩하고 아무렇게나 툭툭 던져져있는 책이 편안한 마음가짐까지 선사한다. 사랑스러운 곰네 집. 

무거워서 몇 권 못 빌려왔다. 목록을 적어두고 왔는데 곰은 그 목록이나 잊어버리진 않을런지. 이번엔 안과 곰이 이 책 정말 웃겨, 라고 말해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빌려왔다. 정말 이 책은 일본 서적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올라있다. 한 일년간 서점에 갈때마다 목격한 책인듯하다. 드디어 읽게 되는 것인가!  

이라부라는 정신과 의사의 병동을 찾는 각종 직업의 각종 정신병?!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꾸만 엽기만화의 제목이 생각나는데... 제대로 공감하기는 어려운 사람들의 상황과 각박증이지만서도, 또 어찌보면 그런 직업의 그 사람들에게는 꼭 있을것만 같은 정신질환들이랄까. 재미나게 슥 읽어내려갔다. 재미있다. 


특히 재미있었던 거? 소설가 이야기다. 편집자와 소설가와의 관계. 소설가가 느끼는 강박관념과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스타작가의 이야기. 오쿠다 히데오도 스타 작가일텐데 이렇게 소설을 써버리면 ...하고 생각했는데 이력에 잡지 편집자가 있군. 구성작가도 해보았으니 스타라는 작자들의 성미를 잘 알겠군...하고 지레 추측중. 별 도움도 안되는. 

이라부가 부러웠다.
건강한 이라부.
 

인더풀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마지막에는 이라부의 숨겨진 병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태평하고 능력있는 그 역시도 이래저래한 시절을 거쳐온 것이라고. 
 

그런 결론이면 나도 열심히 살 수 있을텐데, 라는
말도 안되는 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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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콩 2008-12-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소설가와 유사한 설정이 온에어에도 나오잖아

돌돌 2008-12-1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온에어를 안 봐서 모른다 ㅎㅎㅎㅎㅎ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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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한때 페이퍼에서는 서평이 나갔었다. 현직 북 에디터 세명이 각 호의 주제에 따라 세권의 책을 추천한다. 페이퍼의 '개인적인' 특성에 맞춰서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적혀지는 이 칼럼을 꼭 빼놓지 않고 보았다. 기본 에디터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글에 비해 오히려 이 칼럼이 나의 독서 계획에 더 도움을 주었다. 확실히 잡학다식한 그들은 각 개인의 성격에 대해 추측하고 상상하면서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했었다.  

그 중의 하나로, 페이퍼의 주제가 '요리' 비슷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가 추천한 책이 바로 로날드 달의 맛이었다. 초코렛 공장을 지은 로날드 달은 살짝 엽기적인 데가 있다. (난 처음에 초콜릿 공장이라는 제목만 듣고 매우 로맨틱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영화는 교훈적이면서도 엽기적이었다. 아이들을 처벌하는 그 과정을 보라! 이 영화가 과연 아동용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 책 역시도 '맛' 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몇가지 단편들로 묶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카엘 엔데가 생각났다. 그의 단편 모음집 '자유의 감옥'. 모모를 지은 미카엘 엔데의 '모모' 역시도 반전과 사색으로 이뤄져 있다는 아련한 느낌. (정작 내용은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 '맛'의 서평에 보면 그런 내용이 있다. 결말만 던져주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사람.  

이야기의 겉과 흐름만 훑는 것 같으면서도 그 환경을 이야기하며 각 인물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들뜬 분위기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모든 이야기가 참 특별한 느낌. 사막에서 이뤄지는 섹시한 이야기나 노숙자의 등에 그려진 '수틴'의 문신을 갖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이들의 이야기, 돈을 따기 위해 목숨을 건 이의 이야기 등등... 매력적이다.  

단순한 짧은 이야기 속에 담겨진 풍자와 비유, 반전이 인상적인 책_유쾌하다.


Thanx. 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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