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心의 선물 - 물건에 대한 특별한 명상
노영심 지음 / 열림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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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 에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다.
재빠른 동작 덕분에 맨 앞자리에서, 인사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사랑하는 쑤와 함께,12월 24일에 가본 적이 있다. 
 
그녀는 소박한 얼굴과 소박한 몸, 소박한 목소리와 차근차근한 말솜씨, 를 가지고서 2시간 남짓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들어주었다. 
그때 왔던 사람들 중에는 아마 이해인 수녀도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때는 몰랐었는데,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노영심의 콘서트 장소에서 보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왔던 연인들은 참 착해보였다는, 뜬금없는 인상도 가지고 있다.

아무튼간에, 그녀는 착하고 예쁘다.

마음씨도 예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고, 아직도 천진하다.  

306페이지에 걸쳐 총 44분께 드린 그녀의 선물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무언갈 쓰기 좋아하고, 포장에 의미를 두고,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추구하고...

그런 그녀의 선물들을 기쁘게 받아줄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있는 그녀는 참 좋겠다. 

... 내가 잊고 있었던,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내가 좋아했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내가 아끼고 싶었던 ...  

그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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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의 밤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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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폴 오스터_

빵굽는 타자기, 라는 그의 자전적 ... 수필. 그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나열했던 그 책.

그 책을 처음 읽은 그 선입견이 없어지질 않아서 여전히 난 그에 대해 그닥_이라는 반응들을 열렬히 보내고 있다가, 그래도 모두가 추천하는 작가이므로, 하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신탁의 밤을 빌렸다. 

소설가가 쓰는 소설 속의 이야기와, 그의 현실 이야기,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변화들이 생기면서 마치, 꿈결같은, 마법같은 그런 날들이 진행된다. 현실과 비현실이 너무 생생하게 공존한달까. 한번에 쭉 읽었으면 좋을것을, 이동하며 읽게 되어 아쉽기 그지없다.  

빵굽는 타자기, 이 한권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폴 씨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재능,
주변인물을 구성해내는 방법 등에 조금은 흥미. 약간. 

그렇지만, 역시나 조금은 ...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음.  

아무쪼록 차차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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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비상구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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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언니가 추천해준 것은 이시다 이라의 LAST. 어두운 이야기라는, 어디선가 들은 설명에 의해 손이 스멀스멀 가다가도, 다시 돌아온 책. 이번엔 그 옆에 있는 푸른 비상구를 집었다. 책 표지엔 책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다. 2005년에 나온 책이니만큼, 띠지가 있었을까? 앗, 그러고 보니 뒷면에는 약간의 내용이 있다. 거기엔, 

"누구나 자신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불행들과 등을 맞대고 살아가는 법...
하지만 언젠가 거기에서부터 다시 사작한다"
  

라고 씌여있다.  

이 문장은 이 책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글귀다. 이 책은 오묘하게 사람 마음속의 제일 낮은 곳을 파고들어 그것을 끄집어 낸다. 아무도 슬픔을 토로하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그들의 아픔이 묻어난다. 티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티를 냄으로서 다른 이들이 다치면 그 상처가 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아사다 지로가 착하지만 안쓰러운 구석의 사람들로부터 하얗고 깨끗한 눈물을 이끌어낸다면 이시다 이라는 두 죽먹 불끈쥐고 그게 어쨌단 말이야~ 라며 회한의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든달까 - 어쨌든 이 책만 두고 본다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다.  

# 늘 태양처럼 빛나는 친구를 곁에 두고 그 친구가 자신의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지만, 조금은 질투도 나는 그런 소년. 자신을 밀쳐내고 미치광이 칼잡이에게 죽어버린 친구를 보내지 못해 미쳐가는 소년의 이야기. 

# '히키코모리'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일컫는 일본어.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비웃다가 (그야말로 비웃다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밖으로 떠도는 소년. 그러다 폐물, 고철을 줍는 아저씨의 일을 돕게 되고 그 아저씨와 인연을 맺는다. 라는 이야기.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유고가 말한 바보스러움, 그건 어른도 똑같이 느끼는 거야. 하지만 바보스러움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도 바보스럽지. 모두들 주위 상황에 적당히 맞추면서 살아가는 거야. 형씨도 조금만 어른 흉내를 내봐"  

라는 아저씨의 말. 그 말을 잇는 저자의 '참견'은  

온몸에 내리쬐는 석양은 온화한 온기를 남겼다. 창밖으로 펼져쳐 있는 건물 하나하나에 각각의 삶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라는 것.

# 푸른 비상구. 지하철에서 일부러 뛰어내려 한쪽 다리를 잃어버린 외아들 기요코. 방에서 나오지 않다가 내선으로 부모를 부르고, 늘 짜증과 심술로 괴롭힌다. 아버지는 모든걸 감내하며 퇴직을 권고하는 회사의 처치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으며 꿋꿋하다. 어느날 한쪽 다리 밖에 없는 사람이 물 속에 있는 장면을 찍은 포스터를 보고 다이빙에 빠진 외아들. 빚을 내서라도 다이빙을 시켜야 하는 아버지, 의 이야기. 

#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죽고,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지만 큰 아들 아이가 갑자기 귀가 안들리는데... 병원에서 마주친, 말을 할 수 없게 된 여자아이의 엄마와 친해져 그 가족의 나들이에 초대를 받는다. 그 곳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이야기. 

# 초보 모터크로서 쇼헤. 초등학생들과의 경기에서도 져버리는 초보가 늘 그를 지켜보던 한 여자의 코치로 인해 한달만에 초등학생들을 이긴다. 그 여자에게는 비밀이 있다.  

# 활달한 아들이 갑자기 뇌종양에 걸린다. 더불어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고... 힘든 상황에서 서로 지탱해야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 독신 사진가 구니히로, 좋아하는 한 그루의 벚꽃을 담는 순간 나타난 그녀. 그가 누군지 이미 그녀는 알고 있다. 다가오는 그녀에게 숨겨져있는 사연은 뭘까?

이력을 봤더니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저자다. 그닥 나랑 코드가 맞지는 않았던 인기 드라마. 어찌보니 얼핏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서로가 가진 상처를 비비며 살아간다. 일까? 상처받을수록 닫히는 마음을 열어줄 사람은 꼭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 많은 날들과 많은 시간들을 견뎌내며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일까? 우연히, 그 결정적인 시기만 그려낸 이시다 이라. 기다리세요, 그러면 언젠간 상처를 쓰다듬어줄 수 있을 거에요. 라는 것일까?  

보다 현실적인 감각으로 글을 써내는 이 사람. 더 볼까 말까 햇갈린다.  

어찌됐든, 한번에 읽어내려갔으니, 흡입력이 있는 작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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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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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로 내 손에 한번 잡혔던 알랭 드 보통. 번역투는 역시나 잘 읽히지 않아, 하고 주절주절 변명한대도, 왠지 욕심이 생기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알랭 드 보통.  

이번에 그의 신작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 나왔다고 해서 교보에서 몇번이나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서서 읽기에는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았던 책.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게 되어 어렵사리 일주일 동안 붙들고 늘어졋다. 결국 성공! 역시나, 처음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1/3까지만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된다, 는 지론.  

이 책은 주인공인 한 여자를 만나 그녀의 전기를 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나도 한번쯤 다른 이의 전기를 쓰는 일을 어떤걸까 하고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일반적인 전기와 전혀 다르게 전기를 시작해보고 싶었다. 이사벨의 삶의 연대기 뒤편에 숨어있는 것을 쓰기에 앞서, 내가 그녀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부터 간략하게나마 쓰고 넘어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내가 느낀 감정들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전개됐는지, 내가 파악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 이해한 것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편견이 개입됐고, 통찰은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증명하려면 이사벨의 전기 작가인 내가 그녀의 어린 시절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당분간은 그녀와 데이트를 즐기는 특권을 누려도 괜찮을 것이다."  *p46
 

사실 그런걸지도 모른다. 한 사람과 보다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전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알고 싶은 것, 알아가게 되는 것, 그리고 이해하고, 오해하는 것일지도.  

한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고 그 사람과 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친밀함과 수많은 느낌들. 그리고 좋은 것만 알아가는 것에서 이제 그 사람의 모자란 부분이나 싫은 컴플렉스, 이해할 수 없는 고집스런 부분을 보면서 ... 자, 이제 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알렝 드 보통은 다른이들보다 피부가 약 2mm정도 얇아서 세심하고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현상만 받아들인다면 그는 한꺼풀 벗겨내고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분석은 우리가 하고 있는 수 많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설명해주고있다. 내가 왜 그 사람에게 그러했는지,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이 책은 아무래도 남자가 보는 여성이다보니, 의외로 나 역시 주인공과 같은 행동들을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남자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수도 있겠다 싶은것이, 아 찔려라. 

아무쪼록, 그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과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서, 어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역시나 반쯤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며 자신을 최소 1/3쯤 포기하지 않는다면, 1/2쯤 참지 않는다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저자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전기를 써 내려간 것 뿐이어서, 만약 진짜 이런식의 사랑을 전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고 상상했더니 소름이 쫙 끼쳤다.  

아무튼, 흥미로운 책 한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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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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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세상에 의해 눌려진, 억압된 자아에 단비를 기다리는 그의 바램은 지금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을까? 문단에 등단했으니 우선 오케? 그럴까?  

삼미 슈퍼 스타즈는 그의 작품중 나름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다.. 길다.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중편정도의 길이에 익숙해졌나보다. 혹은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그럴까. 한 사람의 학창 시절부터 중년까지의 이야기가 참 길게도 느껴졌다. 그에 반해 디어헌터는 끌어당기는 맛이 있어서 굉장히 빨리 읽어내려갔다는 생각. 물론 분량의 차이도 있지만.  

박민규는 역시 억압된 세상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삼미도 그러하고 디어헌터는 약간의 판타지적인 느낌. 그런데...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이야기에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혹시 영화화됐었을까.  

삼미를 읽고나서 내 인생에 대해 내 삶에 대해 많이도 생각해봤다. 사회의 흐름을 따라 사회의 파도를 타고 그렇게 아둥바둥 흘러가는 것이 과연 좋은일일까나. 삼미의 히트작인 노히트, 노런. 애써 치지 않고 애써 달리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모토로 삼고 치뤄낸 경기의 결과는 과연 어떨까? 그러나, 그 결과만 가지고 그들을 패배자라고 할 수 있을까?  

박민규는 철저히 아니라고 말한다. 1인칭 주인공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그의 이야기이니만큼. 

아무튼, 박민규.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했다. 예전의 나와 많이 달라져가고 있던 이 시점에서 브레이크를 걸까, 아니면 엑셀을 밟을까. 혹은 옆길로 꺾을까, 차를 갈아탈까, 기름을 바꿀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적절한 추천. 국장님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 난지 시간이 지나자, 또 그런 고민은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쯔쯔 -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민은 허무하다. 좀 생각좀 하고 살아보아 -  

나, 나답게 살고 싶다. 나답게 - 설사 그것이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지름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들, 그것이 옳다고, 그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옳다고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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