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A여사의 생일선물 시리즈 중 하나.

왠지 익숙하다 싶었다. 그게 내가 굉장히 보고 싶어해서 서점에서 기웃거린 탓인 줄 알았는데,

서점에 서서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란것을, 슬쩍 한번 다 훑고 나서야 깨달았다.  

김난주씨의 번역. 일본어 번역은 서양언어 번역처럼 낯설지 않아서 더욱 술술 익히는. 

이걸 A여사가 샀을 것이라고는 그닥 믿기지가 않는, 그런 책.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몇개의 명언들이나, 잠언시 같은 내용을 품은채로 순정스런 사랑을 그리고 있는 책.
사랑은 있다, 라고 얘기하고 있는 책. 
 

스토리의 구성은 그럭저럭. 설정도 그럭저럭. 대사도 그럭저럭.
몇 구절의 잠언시들은 그닥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채로 그럭저럭. 
 

go는 참 재미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약간의 스토리적 구성의 가능성은 있는 작가다, 라고 생각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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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은경 옮김 / 향연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쓰메 소세키는 참으로 침착하다. 모든 주인공이 그일꺼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침착하고 찬찬한 등장인물에서 왠지 소세키를 연상하게 된다. 마음에서도, 도련님의 주인공 역시도. 찬찬하고 불안정하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들. 왠지 소세키가 그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의 찬찬한 문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으로 찬찬해져서 찬찬한 그의 심리적 불안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탈, 같은 것들도 참 찬찬하고 침착하게 느껴져버리고 만다.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주인공들이 자신이 죄를 지은 당사자를 만나게 될때, 그로부터 일어나는 긴장과 그로 인해 행해지는 일탈. 그래봤자 늘 같던 퇴근길에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간다, 라는 것 밖에는 없지만은. 아! 그리고 절에 들어가서 일주일을 참선한다, 라는 것.  

아무쪼록 이 찬찬하고 침착하고 생각하기 싫어하는 등장인물은 왠지 정이 간다. 나 같기도 하고, 다른 세상 누구 같기도 하다. 이 사람처럼 침착하고 찬찬할 수는 없지만 복잡한 일을 미뤄두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미뤄두고, 괜히 해야하는 부탁 같은건 면대면보다 서신을 이용하고. 소심하고 비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마지막 절에 갔을때 큰스님의 화두는 네가 세상에 내려진 이유를 생각해보라, 였든가. 아무튼... 

소세키의 이 찬찬하고 진지함이 소세키를 찾게 만든다.

아무래도 전집을 사야겠다고 결심.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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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A여사가 준 책. 예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고로 두번째 읽는 책.s 

난 연애중이다. 그래서 사랑을 믿고 싶고, 변하지 않는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단적인 예로, 대화중에 그런게 나온다. 아이를 둔 세 주부의 이야기 중에, 한 여자가 그리 이야길 한다. 어느 여자가 그랬데. 남편이 몸에 손을 대길래, 어머 왜 이래요 가족끼리. 라고 그랬데.  

남편을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쳐들어온 남편의 정부. 한참 어린 그 여자가 깽판을 놓고 간 이후로, 가정은 망가졌다. 정신적으로 상처입어버린 부인을 위해 남자는 시골로 거취를 옮기고 아들과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다 바쳐도 좋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여자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 냄새때문에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 냄새가 구역질 나서 가까이에도 갈 수가 없다. 그저 말 없이 참고 견딜 뿐.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작은 마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불륜이다. 가정이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좋아하니까, 불륜이다. 둘이서 결혼을 했더라면 결국 결론은 같았을까?

결혼의 끝은 그렇게 하나의 길로밖에 연결되어 있지 않는 것일까? 전경린의 부정적인 시각들 속에서, 그렇게 절망속에서 얻은 하나의 구원이 가져온 또 다른 결론 앞에서, 결국 그들은 행복해 지지 않았나, 라는 단편적인 시각 속에서...  

알 수 없지 않은가. 살아보기 전에는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고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살아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슬쩍 슬쩍 보이는 어두운 모습들을 애써 외면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겠지만 어둡다고 가정하고 내리닫는 것도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속상했던 건 남자의 부정은 그리 쉽게 지워져버렸으면서 여자의 부정은 왜 그리 눈치받아야 하는건지.

곤란하다 정말이지.  좋지 않아. 


아무튼간에, 오늘 점심시간 다 읽어버린 전경린. 우울했다. 후훗_
 

# 전경린의  책 중에 염소를 모는 여자, 라는게 있지.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

이 책에서도 염소에 대한 모티브가 많이 나오는데, 염소의 어떤 점에 착안한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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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신미식 사진.글 / 이클라세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직접적으론 아니더라도 어찌됐든 여행관련 회사를 다니는 터에 회사 책장에는 가이드 북을 비롯, 여행관련 서적이 잔뜩 있다. 그렇지만 정보 위주이거나 업데이트가 느려 그닥 손이 가던 책이 없었는데, 금요일 저녁 퇴근을 위해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발견했다.  

신미식은 최근에 알게된 이름. 블로그를 통해 넘나들다 발견한 사진과 글들이다. 반가워서 덥썩 집어들었다. 사진도, 사진에 붙여진 글들도 괜찮았다, 고 기억되어서...  

이 책은 여행과 사진찍기에 대한 감탄과 감사의 목소리다. 신미식은 감사할줄 아는 사람이며 기본 베이스가 긍정적인 사람인 듯 하다.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미식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목소리에 공감하리라.

# 그리움

오랜 여행을 하다 보면 익숙했던 것들이 그리워진다.

집에 있을 때는 많이 생각나지 않던 사람들의 아픔이 왜 그리 많이 떠오르는지...

먹고 싶은 것들의 이름이 수 없이 머릿 속을 흔든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그리웠던 것들이 너무도 쉽게 잊혀져간다. 

그 곳에 대한 그리움을 참는 것은 참 힘든일이다.

  지긋지긋하던 장거리버스에서의 긴 시간도 왜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이었는지.

  그때는 잘 모른다. 그래서 사람은 어리석은 존재인가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허구는 걸러지고 진실만이 남겨진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힘든것은 무엇인가?

  그건 결국 내가 가질 수 있음에도 노력하지 못해 갖지 못할 때가 아닐까? 

 -페루에서
 

여행을 다녀오면 힘든것은 다 잊혀지고 좋았던 것만 남기 마련이다. 힘들었던 일들도, 13시간 동안 사람들에 휩싸여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던 그 시간들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된다. 오히려 좋았던 것들보다 힘들었던 것들이 '재밌었다'라는 기억으로 남기 마련인데, 그 현상에 대해 나는 역시 사람은 지나고나면 기억을 가공해버린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신미식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애기한다. 당시, 힘들었던 것은 허구였다고. 말한다.

.그럴까나? ... 

또 하나, 사진찍는 사람들 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몇편에 걸쳐 적어두고 있다. 여러곳을 다니면서 그 곳의 아름다움을, 가슴 울리는 그 감동을 사진으로 담아낼 때의 그 벅참과 떨림을 신미식은 몇번이고 겪었으리라. 그리고 몇번이고 감동하리라.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그 어느 것이 주는 감동보다도 우위에 있지 않을까. 순위를 매기는 것은 다소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 지금도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이 내게도 찾아왔습니다.

이곳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여기에 두고 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곳으로 떠난 내 여행의 시간은 돌아온 지금 더 소중한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페루에서 

사진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정말, 가능한한 크게 인화해서 오래도록 쳐다보고 싶다. 그 아름다운 색감과 아름다운 사람들. 페루와 볼리비아의 사진들이 많아서, 페루의 고산족들이 입는 그 알록달록한 옷이 자주 보인다. 그 다양한 원색을 보고 있으면 까만 얼굴과 그 원색들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감동하게 된다. 그것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내 프레임 속에 담아낼 수 있다면... 하고 바라게 된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의 물빛. 하늘 빛. 구름의 무늬.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자연의 감동.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설악 해수욕장의 해안가에서 일출을 보며 감사함에 눈물 흘렸었던 기억이 난다. 강한 바람이 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자연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든다. 결국 그렇게 작은 존재임에 불과한 것이라고 깨닫게 해준다. 그런 자연 앞에서 어찌 겸손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렇게 자연을 떠나고 나서 또다시 거만해진다. 자연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던 기억이 선명해서 그 거대함을 또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일지도. 그 거대함 속에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것일지도. 

아무쪼록, 여행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과 더불어,

아~ 정말 떠나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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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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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답게 올드한 안경을 쓰고 빈티지틱하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담긴 이 책은 오랜만에 보는 그의 장편이다. 고미와 나는 그를 찬성하고 안여사는 그에게 짠 점수를 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역시 책은 한번에 주욱 읽어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주 띄엄띄엄 읽어 내려간 탓에 좋은 책인지, 나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해주는지도 잘 모르겠다. 박민규답게 재미난 행간과 글자의 크기를 이용해 의미를 담고 있고 의미가 없었지만 의미를 만들어버린 주위의 상황에 대한 독백이라든가... 박민규답다. 박민규답다.


이 소설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헬리혜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구가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리내어 이야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기의 말을 찾고 싶어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판타지다. 있을 법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말이 없어졌다.

박민규에 대한 실망은 아니고 그냥 내가 너무 띄엄띄엄 읽어버려서 그런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억압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지속해주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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