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 이상은 in Berlin
이상은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그저 그런 여행서적이겠거니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역시 테마가 확실했다. 예술가 이상은이 예술가의 도시 베를린으로 향했다는 것. 내용은 비록 역시나 여행서적일지 몰라도 이상은의 노래와 가사, 그리고 예술가 이상은의 시각으로 보는 도시라는 점이 더해져 그저 그런 여행 에세이에서 조금은 변주됐다. 그리고 조금은 또 동감했다. 이상은에 대한 애정으로, 그리고 길 위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여행자로. 그렇게 공감하며 읽었다.

 

특히나 삶은 여행이라는 신곡과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앨범 공무도하가의 보헤미안을 수록한 cd와 함께 독서하니, 이렇게 생생할 수가. 책도 참 아름다워서 가벼운 책용지와 디자인이 참 예뻤다. 눈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절대 읽을 수 없을 실제 여행정보, 그리고 사진과 (사진도 일반 엽서 사진과는 다르다) 텍스트의 조화, 노래 가사말. 그리고 짧은 인터뷰. 


다음과 같은 구절에 공감했다. 역시 여행자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걸까.

여행이란 여행자를 변화시킨다. 무엇이 어떻게 변했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삶에 지겨워하던, 세상을 '예, 아니오'라고만 판단하던 나에게 또 다른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

여행은 긴 호흡을 갖고 세상을 볼 것을 요구한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감사함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도 여행이 안겨주는 참된 가치다. 스스로를 향한 무한한 사랑, 세상을 향한 지대한 관심이 생겨나는 건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p240

물론 누구의 삶이 더 낫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자음과 모음이 서로의 몸을 섞어 언어가 탄생하듯 세상은 서로 다른 삶이 모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노랫말을 붙이다 보면 여러가지 언어를 놓고 고?게 된다. 각기 저마다 합당한 이유를 지닌 단어들을 선택하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별빛과 달빛의 룩스가 다르듯이,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 따분한 일이 어떤 이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이는 감정을 절제한 짧은 문장에 열광하지만, 또 어떤 이는 은유가 넘치는 달콤한 문장을 사랑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있다. 중요한 건 그 길을 어떻게 걷느냐가 아니라, 반드시 걸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저마나 다른 방법으로 걸어도 좋다. 실패를 되풀이해도 좋다. 각자 자신만의 신념과 방법으로 내 앞에 주어진 길을 걷는것. 그것이 중요하다.

p245

오래도록 여행자이고 싶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내 안의 세계를 넓히는, 그런 여행자이고 싶다. 삶의 방랑자가 되어 휘적휘적 가볍게 거닐다 삶을 마감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비록 내가 젊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라고 해도. 지금은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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