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에 사는 사람들 - 무한카논 1부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사마다 마사히코.
곰이 좋아하는 작가라며 본인도 읽지 않은 책을 덥썩 빌려주었다.

연작인데, 이 책이 1권,
2번째가 아름다운 혼, 3번째가 이투루프의 사랑.

이 뭐랄까... 요즘 읽던 책들과 상당히 다른, 오페라 나비부인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연애 연작소설이다. 할리퀸 이후로 연애 소설을 찾아가며 읽질 않아서 아주 새로웠다. 또한 진부했다. 또한 비현실적이었다.

작가 후기를 인용해보자.



그리고 마침내 나만이 쓸 수 있는 사랑을 발견했다. 가장 위험하고 감미로우며 그려내기가 어려운 사랑이다. 만약 그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역사는 전혀 다른 미래를 보여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랑이다. 나는 그런 사랑을 20세기 백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꽃피워보자고 계획했다. 나는 20세기를 기댈 곳 없는 연인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드러낼 생각이었다.
물론 곧바로 집필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화자를 설정하고, 사랑과 연애에 얽힌 감정을 모두 수집해야 했다. 무수한 세부를 모아 음미하고 끼워 맞춰 갈고닦아야 했다. 하기야 잊힌 사랑에는 자료도 증거물도 없다. 그것을 발굴하는 작업은 소설가가 감각을 총동원해야만 가능해진다. 나는 이 작품에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부었다. 소설이 아니면 그려낼 수 없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p516-517 작가후기 중에서
말 그대로 이 책은 한 가문과 그에 얽힌 다른 가문의 세기에 걸친 연애 스토리다. 가족사와 남다른 성격은 피에 담아 물려지는지, 한많은 자식은 또 한많은 자식을 키워낸다. 그리고 그 남다름은 자유와 그에 동반하는 괴로움과 불안정을 가져온다. 그렇게 한 세상 살아내는 이야기다.

시대가 20세기다 보니,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 주변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2차대전이 막 끝난 후 등장하는 맥아더 장군과 미군이 도쿄를 점령하던 시절의 묘사는 아사다지로의 지하철을 떠올리게 하며 실제로 지하철의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 영화는 '지하철을 타고'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맥아더 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아사다 지로의 또 다른, 책을 떠올리게 했는데 ... 아사다 지로도 그러고보면 그 시절 일본의 모습에서 많이 소재를 찾았구나 싶다. 그만큼 역동적인 시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역시도 그 역동적인 시기에 걸출한 문학인들이 등장했던 걸 보면 문학과 힘들고 어려운 시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도 같다. 그 어려움이 장작이 되어 글과 예술을 탄생시켰으리라. 그 어려움이 불러낸 감정들이 말이다.
 
작가의 이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그런 시대였던 것이다.

"그런 임무를 완수할 자신감도 기술도 없었지만 JB는 미국도 일본도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기만의 맹세를 한 후에 명령에 따랐다. 1930년의 일이다. 각국은 군축으로 기울고, 뉴욕의 공황이 세계각지로 파급되었다. 아티스트들의 움직임이 왕성하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유의 활로를 찾는 유행이 퍼졌다.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함  속에서 사람들은 과연 무엇에 의지할까? 국가가 시시콜콜 관리하는 거짓 자유를 획득한 시민들은 자신을 방기하듯 에로스에 물들었다. 이런 시대를 건실하게 사는 것은 손해였다."

-p269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됐다고 하는 시마다 마사히코. 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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