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틀라이트 크루즈
아사쿠라 다쿠야 지음, 김소영 옮김 / 미디어윌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새틀라이트 크루즈

"질투나 증오가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잘 소화해서 자신의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것인지, 때로는 그것을 무기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죠.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상냥함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고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상냥함이라고, 사람들이 곧잘 말하잖아요.

마지막 이유라면 조금은 좋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만.

...

미워하고 질투하는 감정이 부끄럽다는 것은 말이죠, 그런 감정에 시달리다가 빠져나왔을 때, 그러니까 과거의 감정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눈앞에는 고통스러운 현실밖에 없다고, 구미코씨는 지금 그 새각만으로 가득하겠죠.

하지만 있죠, 현실은 하나뿐이더라도 해석은 무한히 많을 수 있어요. 고통은 변함없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 있는 장소가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어딘가 높은 곳으로 이어져있는 사다리의 첫 번째 계단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를 곳으로 자신을 밀어 넣기 전에. "

- 본문 중에서.

크루즈와 위성에 이끌려 고른 이책은 아사쿠라 다쿠야라는 처음 본 작가의 책.
어릴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큰 한 자매의 이야기다.
동생과 언니는 자매인데도 참 다르고 달라서 적이기도 하고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그런것같다.


읽으면서 계속 어린 동생이 생각나서, 동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나 떨어져 있으면 우리는 대체 언제 친해져서 언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게 될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여나 그 애가 나를 어려워 하고 멀리하게 되면은 난 무척이나 속상하고 슬플 것 같다. 문득 문득 전화해서 니가 있어서 참 든든하다,라고 말하고 싶은 때가 있다.

퇴근 길 어두컴컴해진 회사 앞을 나서며
유독 신호 변경 시간이 긴 횡단보도 앞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허전한 마음이 들때도
종종 그애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진다.

 
한때는 그 애가 나의 삶에 짐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그런 아이가 된 것 같다. 이건 마치 아이를 임신한 미혼모의 말 같지만. 좀 그렇다. 

이 책은 어느 것 하나도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고 흡입력도 잘 모르겠고 아 재밌다도 잘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의 매력에 대한 설득력도 잘 모르겠지만 건조한 것 같은 꾸밈없음이 매력적이랄까. 

담담하고 건조하게 두 자매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그려내는 게 좋더라. 

우리는 늘 그렇게 싸우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또 가장 좋은 친구였다가, 그러지 않나. 
 
폐관시간  바로 전까지도 빼곡한 도서관에는 피곤한 담당 사서 언니와 지쳐보이는 사람들이 노란 불빛 속 책들과 함께 공간을 채우고 있다. 돌아오는 길 서강대 뒷길의 한적함 사람없는 길가에 들려오는 유희열의 목소리. 지쳐있는 정신에도 그 타박타박 내 걸음소리와 돼지바 하나 먹으면서 걸어오는 길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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