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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지음, 심민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평점 :
그 갈망이 내 아들로서의 애정에 그 고통스런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자람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나는 그것에 파묻혀 갔던 것이다. 마침내 문학적 창조가 내게, 그것이 진정성을 갖는 위대한 순간이면 항상 그러한 바, 즉 견딜 수 없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허구요, 살아 남기 위해 영혼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될 때까지.
눈을 감고 옆으로 기울인 그 잿빛 얼굴, 가슴 위에 얹은 그 손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삶이란 신용할 만한 유혹인가 하는 의문이 불현듯 떠올랐었다. 그 질문의 답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아마도 나의 생존 본능이 불러 준 답이었기 때문이리라.
164p
이렇다 할 문학적 영향을 받지 않고, 본능적으로 나는 유머라는 것을 발견해내었다. 현실이 우리를 찍어 넘어뜨리는 바로 그 순간에도 현실에서 뇌관을 제거해 버릴 수 있는 완전히 만족스럽고 능란한 방법 말이다. 유머는 살아오는 동안 내내 나의 우정어린 동료였다. 진정으로 적들을 이겨 낼 수 있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유머의 덕분이었다. 누구도 내게서 그 무기를 떼어 놓을 수 없었다. 또한 나는 기꺼이, 그 무기가 내 자신을 향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나'나 '자아'를 통해 그 유머가 바로 우리의 근원적 조건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유머는 존엄성의 선언이요, 자기에게 닥친 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의 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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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즉 '나'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자아'를 과녁으로 삼지 않으며, 다만 그것을 뛰어넘는다. 인간 조건의 덧없는 모든 육화물들을 통해 내가 공격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인간 조건 자체에 대하여서인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위의 오해만큼 내게 끊임없은 고독의 원천이 되는 것은 없다. 왜냐하면 유머라는 우정의 손을, 그 방면에서는 펭귄의 팔만한 팔도 못 가진 사람들에게 내미는 일만큼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150p
사랑스런 지중해여! 삶에 대해 너무도 부드러운 너의 라틴적 지혜는 얼마나 내게 너그럽고 다정하였으며, 또한 너의 관심어린 늙은 눈은 얼마나 너그럽게 내 청춘의 이마를 지켜보았던가! 나는 네 기슭으로 돌아간다. 작은 배들이 지는 해를 그물에 담아 돌아오는 곳. 나는 그 자갈들 위에서 행복하였다.
156p
1. 맹모삼천지교가 따로없는 로맹가리의 어머니.
2. 외아들과 홀어머니라는 관계
3.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