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츄 -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 암실문고
발튀스.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윤석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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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리 소장하고 싶은 암실문고 시리즈 중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발튀스 조합을 만났다. 릴케는 이름만 알고, 발튀스는 초면. 무지한 게 부끄럽지만, 앎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좋을 때도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물성이 참말 좋아서 고양이 러버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다. 겉커버, 속커버 두가지인데 둘 다 내 취향. 겉 커버는 갱지 느낌, 속커버는 터콰이즈!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커버가 단단하여 만졌을 때 느낌이 좋다. 보관하기도 좋을 듯.



암실 문고는 서로 다른 색깔의 어둠을 하나씩 담아 서가에 꽂아 두는 작업입니다.


이 책은 어떤 어둠을 담아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발튀스가 13세에 출간한 이 책은 40편의 고양이 그림을 담고 있다. 10살에 만난 고양이 미추와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년의 그림들. 실제 그림 사이즈 그대로 만들었다고 하니, 참 작은 종이에 그려낸 그림들이고 검은색만 사용한 드로잉인데 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훌륭하다, 고 감탄했다! 재능을 알아볼 줄 아는 릴케와 한 집에서 살았던 것이 발튀스의 행운이렸다. 게다가 릴케가 쓴 서문을 읽고 - 그림을 보고 - 이현아님의 해설을 읽고 난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림을 다시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매직. 발튀스의 인생에서 유년기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왜 그렇게 그리워하는 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암실 문고를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제목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발튀스의 어둠은 상대적으로 빛이 많이 드는 어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고양이 미추는 결국 자유를 찾아 떠나는데, 발튀스가 느낀 상실감은 당연히 어마어마할 터...! 마지막 장면이 짠한 발튀스 앞에 닥친 이 사태에 대해 릴케는 상실과 소유로 풀어낸다. 상실은 소유의 끝이며 소유를 확인시켜주는 제 2의 소유일 뿐이라고... 이렇게 상실과 소유를 가르쳐 줄 어른이 가까운 곁에 있다는 것 역시도 발튀스의 행운이지 싶었다. 이현아 님의 말처럼.


발튀스는 유년기에 겪은 상실을 기록하고 애도할 수 있는 드문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것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사건이었다. 드로잉집의 서문을 쓴 릴케는 발튀스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말했다. "발튀스는 그의 꿈에 머물 것이고, 모든 현실을 자신의 창조적 필요에 맞게 변형할 겁니다" 그의 유년은 상실의 까만 심연을 들여다봐 주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111-112)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년, 유년의 기억. 충만하게 보낸 유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발튀스. 릴케와 함께한 그의 유년시절이 어땠을지, 이 책을 보며 더듬더듬 그려본다. 릴케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피붙이도 아닌 발튀스 형제가 학업을 이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심지어 발튀스에게는 인생의 문을 열어준 사람. 이 두 예술가의 만남과 성장이 따뜻했다. 


1차 세계대전의 시대를 살아가며 고된 삶을 살았으나 언제나 함께했던 고양이 미추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책, 더불어 릴케의 서문으로 더 인상 깊었던 책이었다. 발튀스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지만... ^^;; 이 책만큼은, 상실에 대해 따뜻하고 소년스럽게 이야기하는 발튀스를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 집사님들께, 고양이 러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도서제공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도서를제공받아작성되었습니다

인생+고양이

장담하건대, 이 둘의 합은 엄청나게 큰 것입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건 매우 슬픈 일입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건 나쁜 일을 당하거나, 어딘가가 부러지거나, 결국엔 늙고 쇠락한다고 가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고양이를 잃어버린다‘라는 표현은 절대 생각해 낼 수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고양이를, 살아있는 생명체를, 하나의 생명을 잃어버릴 수 있을까요? 하나의 생명체를 잃어 버리는 것은 바로 죽음입니다! ​

그건 바로 죽음이에요 - P19

발튀스는 유년기에 겪은 상실을 기록하고 애도할 수 있는 드문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것은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사건이었다. 드로잉집의 서문을 쓴 릴케는 발튀스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말했다. "발튀스는 그의 꿈에 머물 것이고, 모든 현실을 자신의 창조적 필요에 맞게 변형할 겁니다" 그의 유년은 상실의 까만 심연을 들여다봐 주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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