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시장, 각오가 필요하지 텍스트T 6
김혜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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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얼기설기 가려져 있고,

그 갈라진 틈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섬뜩하고도 매혹적인 수수께끼가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p23


처음 제대로 읽은 청소년 판타지 소설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하여 혹시나 일본작가의 느낌이 날까 염려했습니다만, 함께 읽은 12세 어린이도 그러고, 저도 그렇고. 전혀 그런 느낌은 나지 않았습니다. K-판타지, 라는 문구를 보고 혹시 배경만?  남대문 시장이라는 배경만 한국 것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245p 로 폰트가 약간 크 청소년 소설인데 한번 시작하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장을 덮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일을 미루고 끝까지 다 보았지요! 


김혜진 작가님 블로그에서 작업기를 읽었습니다.


2017년에 초고를 쓰기 시작해 여러번 수정하고

"뒤짚어 엎으며" 탄생한 책이라고요.

왠지 공감했습니다.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거미줄처럼 얽힌 남대문 시장의 점포들처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대단히 많은 것 같았거든요. 펼쳐 나가다 보면 곁다리로 빠질 가능성이 진짜 많을 것 같았어요.


하고 싶은 얘기와 묘사하고 싶은 풍경과 쓰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고 - 작가의 말 중에서


살짝 중학생 정도 - 정체성에 고민이 많은 아이일 때 권해주고 싶은 책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장르로 쓰시나, 살짝 읽어보니 사춘기에 할법한 고민들을 잘 풀어 내시는 것 같아요.


4명의 주인공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봅니다!



표지에 그려진 모든 일러스트가 다 의미가 있었네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4명의 사람이 바로아래 주인공들입니다.


김모라 15 : 엄마가 걸어둔 반사주문을 없애기 위해 시장안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선왕 15 : 왕권 계승 문제로 살았으되, 죽은 듯이 지내야 하는 가련한 선왕. 고작 15살 설정이군요 ㅠ

토영 (?) : 선왕을 모시는 호위무사. 모두가 탐내는 호위무사이기도 한데, 비밀이 있어요.

박하 15 : 시장에서 처음 만나 도움을 주고 받는 또래 친구. 박하 없으면 김모라는 완전 대 실패했을 겁니다!


서평 중에 "해리포터"를 언급한 글을 봐서 그런지,

자꾸 해리 론 헤르미온느가 떠오르지 뭐에요.


팀으로 해결해가는 미스테리!

시장안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점도요.


청소년들인데, 어린 것들이... !라고 말하는 어른이 없다는 점도 해리포터가 생각나게 합니다시장 "이쪽 세계" 사람들은 능력을 먼저 보지, 나이를 먼저 보지 않습니다. 선왕 역시 15세 청소년이고요.


김모라가 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모라의 특별한 능력 때문입니다.

그 능력은 엄마가 걸어 준 주문이고

그 엄마가 시장안에 있으니 들어와야겠죠!


엄마가 걸어준 주문은

반사 주문으로 - 누가 나에게 해꼬지를 하면

당사자에게 그대로 돌아가는 주문입니다.


이 주문, 청소년들에게 완전 꽂히는 주문 아닐까요.

자주 아픈 딸을 위해 엄마가 걸어준 주문이라고 하나,

커갈수록 더 빛을 발할 그럴 주문인 것 같고요.


히어로로 활약할 수도 있고, 국방부에서 탐낼 것 같고요.


그러나 모라는 이 주문 때문에 받게 되는 오해와 시선이 싫습니다. 이 주문 때문에 최대한 숨죽여 없는 듯 살아가는 게 싫습니다. 자신답게 살지 못하는 게 싫습니다. 이 주문의 주도권은 모라가 쥐고 있지 않아요. 밖에서부터의 자극에 의해 모라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행됩니다.


선왕 역시 모라처럼 살아왔지요.


자신의 의지는 없이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대로, 하라는 대로 살라면 살고 죽으라 해서 죽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살아있으나 사회적으로 죽어버린 사람의 삶은 어떨까요.




같은 고민을 하는 모라를 만나, 선왕은 달라집니다.

단명소에서 이름을 자르고 완전히 선왕이라는 존재를 죽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다시 살고 싶어하게 되지요.


모두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신비한 힘이 아니고서야, 요즘 세상에는 절대 불가능할 일일테죠.

"단명소"라는 가게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원할까, 싶었습니다.




박하는 이미 가고 싶은 길을 찾아낸 건강한 15세 청소년입니다. 바쁘게 세상경험을 많이 하며, 학교 밖에서 자란 박하는 눈치도 빠르고 살 궁리를 제일 잘 하죠. 온실 속에서 자란 모라나 선왕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토영. 토영은 욕망이 없네요. 호위무사답게 자신보다는 선왕의 안위를 걱정하고 지킵니다.


주인공들이 이렇게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 헤매는 가운데, 시장 속 사람들의 욕망도 얽히고 얽힙니다.


시장이라는 공간 설정이 대박적이었다-고, 생각한 것이,

시장 자체가 욕망과 욕심의 공간이 아닙니까.


필요이든 욕심이든 원하는 것을 얻으러 온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파는 사람이든 사는 사람이든. 그래서 작가님은 이런 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이야기를 잘 풀어갑니다.


물품보관소, 라는 공간에 대해 읽으면서는...

욕심을 버리지 못해 수두룩빽빽하게 가지고 있는 우리집의 골동품들이나, 수집이라는 명목하에 제대로 정리되지도 못한 채 널부러져 있는 책과 CD, DVD들... 그런 물건들이 모여있는 우리집 물품보관소도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렇게 쓰이지 못하고 갇혀있는 물건들의 쓰이고 싶은 욕망을 누르는 인간. 누름돌 역할을 하는 인간의 기를 다 뺏어가는 물건들을 읽으며 오싹해지기까지요.


이 책은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전체 이야기를 따라서 휙 읽게 되는데, 읽고 나면 남는 생각들이 많아 좀 복잡해지네요.


작가님이 흘려둔 떡밥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아직 많으신 것 같고요 (많이 쳐내셨다고 하지만) 한 500페이지 정도로 더 풀어내실 수 있을 것 같달까요.



저와 가위바위보를 해보실래요?

저는 언제나 바위만 낸답니다.

'고양이를 닮은 남자가 갑작스레 제안했다.

나는 억지로 눈을 떴다.

그럼 이기는 게 너무 쉽잖아요?

이기는 게 좋을지 지는 게 좋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 가위바위보의 핵심이죠. 그걸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해질 겁니다. 그믐장에서는요.

p68


모든 내기에는 저 능력이 필요한데,

우리집 녀석은 아직 이기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해서 종종 애비의 거미줄에 걸리곤 합니다.

이 내용을 좀 진지하게 읽어줬으면 하는데... ^^;;

애비한테 걸리면 다행이나... 쩜쩜쩜...


사실은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게 주문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시장 밖에선 눈치 볼 일 없었을 거고 시장에선 쫒길 일 없었겠지.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의 내가 나다

p136


자라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잊으면 안되지만, 나라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을 먼저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인정하고 나아져야 하는데, 자책과 열등감으로 나를 부정하며 눈을 가리지 말아주길 바라는 마음.

청소년 서적에서 종종 보이는 메세지이기도 한 것 같고요.


이리 깨끗해진 걸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래, 여기는 허기나 되어야 치울 수 있는 곳이었어쥐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 잘못된 걸 알면서도 끌어안고 놓질 못해. 이렇게 허기가 휩쓸고 간 다음에나 정신을 차린다. 그러니, 허기는 시장의 적이 아니라 시장의 일부야. 허기가 없으면 완벽할 것 같으냐? 시장이 안전할 것 같으냐?

아니지, 시장에는 허기가 필요하다.

p224


저를 위한 기록이고요 ㅠ


"시장에 오길 잘했어요."

" 모르지. 시장에 있는 동안에는.

시장에서야 잘 샀다고 만족하더라도 막상 나가서 보면 속았구나 싶을 때도 있으니까.

나가 봐야 알아."

p239


. 언제나 시장에 다녀와서 느끼는 기분이 이것이고요!


그러나 시장에는

나머지와 덤이 있고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이 있다

p241


요거 하나만 더 주시면

다음에 또 여기 와서 살게요!

하는 약속의 장소.

안 올 걸 알면서도 넘어가 주는 걸 부르는 말

시장의 인심을 이렇게 사용하시다니 또 놀랐습니다.

읽어 보시면 알아요~ ^^ 



녀석과 함께 평일에 다시 남대문 시장에 가보는 것으로.

이 책의 이야기들을 지도처럼 정리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책만 제공받아 솔직하게,진짜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이리 깨끗해진 걸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래, 여기는 허기나 되어야 치울 수 있는 곳이었어. 쥐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 잘못된 걸 알면서도 끌어안고 놓질 못해. 이렇게 허기가 휩쓸고 간 다음에나 정신을 차린다. 그러니, 허기는 시장의 적이 아니라 시장의 일부야. 허기가 없으면 완벽할 것 같으냐? 시장이 안전할 것 같으냐?

아니지, 시장에는 허기가 필요하다. - P224

사실은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게 주문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시장 밖에선 눈치 볼 일 없었을 거고 시장에선 쫒길 일 없었겠지.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의 내가 나다 - P136

저와 가위바위보를 해보실래요?

저는 언제나 바위만 낸답니다.

‘고양이를 닮은 남자가 갑작스레 제안했다.

나는 억지로 눈을 떴다.

그럼 이기는 게 너무 쉽잖아요?

이기는 게 좋을지 지는 게 좋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 가위바위보의 핵심이죠. 그걸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해질 겁니다. 그믐장에서는요. - P68

그러나 시장에는

나머지와 덤이 있고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이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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