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행시. 강동원과 이나영의 영화가 개봉한 후 이 영화는 급격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캐스팅의 성공이랄까... 사형수와 자살을 기도했던 상류층 여성과의 로맨스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더욱 어울리는 두사람. 슬픔의 기색을 잔뜩 담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만든 영화라... 게다가 평가를 보니 신파와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심지어는 원작가인 공지영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나간다.  

책을 본 시기가 영화의 개봉을 막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자꾸 남자 주인공의 얼굴에 강동원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한편으론 참 어울리겠다 싶었으면서도 너무 예뻐~ 했는데 역시나 언니들이 영화를 보러 가서는 사형수에 대한 새각보다는 강동원이 예뻐, 멋져 라는 애기만 하고 나온다는 평을 읽으니 ... 우려가 현실로, 랄까.  

이 책은 신파가 아니며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조금 말랑말랑한 이야기의 겉틀에 사형제도와 "있는 자들의 가난함이 더 무서워"(여주인공의 고모인 수녀가 하는 말),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는 가정폭력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어쩌면 "사회악". 이것이 소설의 요점이자, 우리가 이 소설을 읽고 생각해야 할 점이다. 여주인공의 가정 환경과 그의 외삼촌이 일하고 있는 병원에 오는 그 환자. 나에겐 그 환자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10살짜리 남자아이가 옆집에 사는 4살짜리 여자아이를 때려 죽였다. 천원을 뺏어서 빵을 사먹기 위해. 그 아이가 10살이기 때문에 딱히 어떤 처벌을 할 수도 없고 가정으로 돌려 보낼 수 밖에 없는데 가정엔 때리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아이는 4살짜리 아이가 죽을 줄 몰랐고 그저 빵이 먹고 싶었을 뿐이고.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사람을 죽였음에도 얼른 식당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몸에는 상채기와 멍자국 뿐.  

이러한 상황은 얼마나 끔찍스러운지. 병원에서도 그 아이를 저지하지 못하고 그 장면은 끝이 난다. 정작 윤수와 여주인공의 대화는 별로 없다. 그 둘이 마음을 터 놓기까지 과정이 길다. 윤수의 일기인 블루노트가 없었더라면 `초반부는 완전히 여주인공의 이야기인 것을. "있는 자들의 가난이 더 무서워" 이 말과 윗 단락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동원과 이나영의 영화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신파 소설이 아닌 것을. 공지영의 필력은 살아있다. 수도원 기행에서 그녀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대학생이 사회에 무감각하다는 것은 책임감이 없고, 또 머랬더라... 아무튼 그런 글을 썼던 그녀다. 난 그녀를 믿는다. 
 
간결하게 이뤄지는 묘사와 잘 어우러지는 구성. 감정을 몰아가는데도 탁월하다. 맘에 들었다. 
 

어찌보면 유치한 신파일지도 모른다고 결국은 생각한다. 윤수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그 과정에 대해 적는 부분은 어쩌면 유치할지도 모르나 그가 살아온 인생 과정을 상상만 해도 ... 그 말이 오버가 아니지 싶다.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마음을 알겠는가. 한번 흙탕물에 빠진 사람은 흙탕물에서 나오기가 힘들다. 진정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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